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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jpg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소통이 안되고 집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분위기에 순응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돌발행동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언제나 시선을 집중해 돌보아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모임을 정상적으로 가질수 없어서 Zoom 모임을 시도해 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장애아 중에는 압도적으로 자폐가 많다. 그것도 여아들보다는 남아들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듯 하지만 자폐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원인을 말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대개는 3세 이전에 다른 또래들과의 발달상의 차이점이 나타나며 파악하게 되지만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것을 걱정하다가 뒤늦게 자폐 판정을 받기도 한다. 과거에는 자폐라고 단순히 진단했지만 이제는 각각의 문제 행동이 광범위한 수준에 걸쳐 나타나기에 이제는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아역배우 출신 김향기와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증인이라는 영화가 2018년 나왔다. 무척 보고 싶었는데 정작 2019년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이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한 자폐아 지우”(김향기 )를 둘러싼 내용들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장애아를 처음 접해보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가 조심스럽고도 진정성있게 다가가 결국 진실을 이끌어 내는 내용이다. 장애를 가진 소녀를 증인석에 세우기까지의 과정과 어눌하지만 확실하게 목격담을 들려주는 지우의 모습은 숨을 죽이고 집중하게 만든다.

 

  처음 정우성이 김향기에게 다가갔을때에 소녀는 변호사를 향해 첫마디를 내뱉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얼마나 장애인을 무시하는 사람이 많은가? 얼마나 사람을 이용하려 드는 부류가 많은가? 갑자기 나타나 다가서는 정우성을 향해 자폐 소녀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 질문 앞에 내가 움찔했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돌아보았다. ‘정말 나는 장애인들을 가슴으로 사랑하는가? 정말 순수하게 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어하는 좋은 사람인가?’ 몇 번이고 내게 물어보았다.

 

  지우는 사건의 증인이었던 반면 순호는 지우의 말이 맞다는 것을 밝혀줄 유일한 증인이었다. 퀴즈를 좋아하는 지우에게 매일 시간을 정해서 통화하면 어떨까? 오후 5시는 어떠니?”라고 제안한다. 다양한 질문을 준비하는 순호와 매일 오후 5시 정각에 전화를 걸어 답하는 지우의 모습은 따뜻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며 두 인물의 변화될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영화 대사 중에 나를 울게 한 대사는 자폐인들은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요. 당신이 거기로 들어가면 되잖아요였다. 자폐아들은 집중을 못한다. 항상 주시하며 돌보아야 한다. 말 그대로 자폐”(자신의 세계속에 갇힘)라면 내가 그곳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미안한 마음이 치고 올라왔다. 캄캄한 비행기 속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추스러야 했다.

 

  자폐뿐일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을 향하여 우리는 얼마나 그들 속으로 들어가려 해 보았는가? 가까이는 아내, 남편, 자녀들, 공동체의 일원들을 향해 말이다. 영화 증인에서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정우성과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김향기의 향기로운 시너지가 더해져 감동이 밀려왔다. 영화는 어쩌면 현실적이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행복한 상황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증인은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이며, 착한 사람이 승리하는 영화이다. 자폐아를 가진 부모,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심정을 엿볼수 있어 감사했다. 진정 흐뭇한 마음으로 감상하다보면 가슴이 따뜻하게 데펴져 오는 영화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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