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10.01 18:39

장애아 반장

조회 수 148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애아 기훈.jpg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신기한 듯 한참 들여다보던 참이다. 나이는 12세이지만 기훈이의 정신연령은 6세이다.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데다 간질 증세도 있어 병원에 실려 갈 때도 있다. 동그랗고 하얀 얼굴의 이 아이는 수업을 따라가기는커녕 정상적으로 교실에 앉아 있기도 어렵다. 하지만 올해 기훈이는 달라졌다. 난생 처음 학급회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30명을 이끄는 것도 그의 몫이다. 친구들은 표를 얼마나 많이 얻었는데요” “생각보다 훨씬 잘해요라며 기훈이를 치켜세운다.

 

  담임인 정송자 교사는 당시를 돌이키며 장애아를 회장으로 뽑기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장난을 하는 건가? 제가 기훈이를 많이 챙기니까 괜히 반항하는 건가싶었죠. 아이들이 우리가 잘 도와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정 교사가 기훈이를 맡게 된 올 3. 첫 시간에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이론과 실제 사례 등을 엮은 장애통합 교육을 실시했다. 가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친구를 때리는 기훈이의 행동에 놀라는 학생들이 이해심을 갖도록 수시로 다독였다. 장애를 가졌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토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정 교사 스스로는 학기 시작될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해져 발작도 잦아진다는 기훈이 부모의 말을 듣고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직접 집으로 찾아가 학교로 데려오는 일을 한 달간 했다. 수업 시간에 안절부절못하는 아이를 바로 옆에 앉혀놓고 손을 잡은채로 강의를 했다. 기훈이만 덧셈 · 뺄셈 · 문장 베껴 쓰기 정도의 단순 특수학습을 시키는 것은 물론, 음악 · 미술 · 체육시간에도 특별한 프로그램을 필요로 했다. 가끔 과격한 행동을 할 때는 껴안고 달래느라 녹초가 되기도 했다. 며칠 만에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작전을 짠 것이다

 

  기훈이의 발작은 3월에 네 번, 4월에 두 번으로 줄었다. 5월에는 한 번도 없었다.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정 교사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린다. “특수학생만 가르치는 것보다 일반 학생들과 함께 가르치는 것이 더 힘들 때가 있다고 한다. “자칫 다른 아이들을 들러리로 만들 수가 있거든요. 누가 다른 누구를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공존(共存)할 수 있게 하려면, 모두에게 더 신경을 써줘야죠. 이젠 부모님들도 우리 반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세요.”

 

  교직 경력 25년인 정 교사는 야간대학원에 2년 반을 다니며 특수학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바 있다. 정 교사는 장애아가 부모를 가려 태어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교사들도 수많은 단계의 장애아를 만나게 된다제대로 공부해야 장애아와 비장애아 모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똑똑한 아이, 집안 배경이 튼튼한 아이, 그래서 때를 따라 두툼한 촌지(寸志)를 전해오는 아이를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좋아한다. 그런 와중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슴으로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장애 아동의 아픔을 가르치고 장애를 가진 아이가 별세계의 사람이 아닌 것을 알리고 그들이야말로 사랑에 배고픈 존재임을 인식시키는 정 선생님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한 상록수이다.

 

 

 

 

 기훈이의 발작 증세가 현저히 줄어드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았기 때문이다. 반장이 되어 시간마다 인사 구령을 붙이고 자기의 말에 반 친구들이 호응하는 모습을 보며 기훈이는 자신도 모르게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고 그에게 숨어 있던 에너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그 장애를 끌어 안아주기만 한다면 장애를 가진 것이 오히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서 부족한 모습을 발견할 때 그 부족을 채우기 위해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삶은 청명한 가을날처럼 아름다워 질 것이다.

 


  1.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14373
    Read More
  2.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4406
    Read More
  3.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4445
    Read More
  4.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4861
    Read More
  5.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5150
    Read More
  6. “아침밥” 논쟁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Views15162
    Read More
  7.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
    Views16019
    Read More
  8.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6174
    Read More
  9.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6176
    Read More
  10. 남 · 녀는 뇌가 다르다

    태어나면 성별(Gender)을 구분 짓는다. 성장하며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남자아이들은 도전과 모험에 사로잡혀 산다. 반면 여아들은 안정과 가꿈에 집착한다. 현저한 차이는 언어영역이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탁월한 언어습득 능력을 발휘한다. 남자는...
    Views16346
    Read More
  11.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6375
    Read More
  12.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6673
    Read More
  1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6923
    Read More
  14.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6945
    Read More
  15.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6949
    Read More
  16.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7047
    Read More
  17.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7240
    Read More
  18.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7250
    Read More
  19.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7261
    Read More
  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73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