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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부녀.jpg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활동하고 있다. 봄과 가을 개최되는 <마당축제>에는 1,000명의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운집한다. 내가 L.A.에서 사역할 즈음 <연합장애세미나>가 열렸다. 강사는 야무지고 세련된 여성이었다. ‘부러지는 강의가 사람들의 마음을 빨아들였다. 바로 이민아 집사였다. 그녀 자신이 자폐 장애아동의 어머니라는 것이 강의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는 당시 부장 검사였고 후에는 변호사직을 감당한 인물이었다. 또한 그 유명한 이화여대 이어령 교수의 딸이었다.

 

  사적인 얘기를 들춰내기가 민망하지만 한때 한국 정치의 간판이었던 김한길 의원이 전남편이다. 2009년 펴낸 간증집에서 전남편을 내 첫사랑이었고, 첫아이의 좋은 아버지였다고 짤막하게 서술했다. 목사안수를 받고 신앙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을 출판했다. 이민아 목사는 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선교를 펼친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지만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몰입하며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20125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신앙심을 바탕으로 투병했으나 이듬해 3월 끝내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 그녀는 방송에 출연하여 병원에서도 거의 가망이 없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가장 큰 치유라 생각한다고 말해 꿋꿋한 의지를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녀의 나이 겨우 53세였다.

 

  지난 주 토요일(26) 이민아 목사의 부친 이어령 교수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시대의 지성이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도 암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1982년 대학시절 접했던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내 마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인들의 축소 지향이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소형 상품 생산의 성공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일본이 축소 지향을 유지해 공업사회의 거인이 됐지만, 대륙 침략을 통한 확대 지향을 시도했던 것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사회의 심층을 촌철살인 어법으로 강타한 것이다. 통쾌했다.

 

  이어령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을 총괄 기획했다. 개회식 마무리를 침묵 속에 홀로 굴렁쇠를 굴리는 소년의 등장으로 꾸미면서 정적과 여백의 미학을 전 세계에 제시했다. 그는 실로 다재다능했으며 단편적으로 표현하면 모든 면에 성공적인 삶을 살다간 인물이다. 글을 잘쓰는 사람은 말에는 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교수는 타고난 달변가이다. 20대부터 약 60여년 동안 약 130여 종의 저서를 펴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그중에도 감사하는 것은 도저히 뚫릴 것 같지 않던 지성의 바위가 깨어지며 예수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영접한 크리스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배후에 고 이민아 목사의 기도와 강력한 권면이 있었지만 그는 실로 종교에 대해서는 병적일 정도로 거부하는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기독교 신앙인으로 변신, “지성의 종착역은 영성(靈性)”이라고 외친 것이다. 그는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에 대해 모든 게 선물이었다고 고백한다.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 내 삶은 매일, 물음표와 느낌표를 오고 갔다고 덧붙인다. 2017년 몸에 암이 발견되어 투병 생활을 시작한다. 의사가 암이라고 했을 때 철렁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의사의 통보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암과 싸우는 대신 병을 관찰하고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의연하게 답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9년 상간으로 부녀는 떠나갔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고나 할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주어진 생을 후회없이 살다간 두분을 조용히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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