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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3 08:45

철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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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철.jpg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던 젊은날이 분명히 있었건만. 이제는 손주들의 하교길을 돌보는 촌로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머무르지 않는다. 놀랄 정도로 빠르게 자라고 변하고 장성해 간다. 앞만 바라보면 세월을 느끼지 못한다. 뒤를 돌아보면 너무도 기나긴 날을 달려왔음을 실감한다. 세월만큼 삶의 열매가 맺어진 사람은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뚜렷한 열매가 없는 사람은 애달픔에 사로잡힌다.

 

  한국에 나가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친구들이 있다. 고교 동창들이다. 까까머리를 하고 만났던 그때는 무섭거나 불편한 것이 없었다. 그렇게 싸돌아다녀도 지치지 않았고 함께 종일 뒹굴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겨우 3년이었지만 만나서 추억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션스쿨 덕분에 모두 교회에서는 중직이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서서히 입이 거칠어진다. 목사지만 걔들을 만나면 언어가 정화되질 않는다. 그걸 아무렇지않게 받아주는 우리는 찐친이다. 만나면 어느새 10대로 돌아간다. 철이 든 것 같다가도 그들을 만나면 아직 먼 것 같다.

 

  철들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도대체 철이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숙일까? 성장일까?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일단 철이들면 나보다는 남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따라서 먼저는 언어에 조심을 기해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야 하며 배려하고 희생해야 한다. 결국 삶이 피곤해지고 그러다보니 수명도 단축되는 것이 아닐까? 철이 든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성숙할지 모르지만 어찌 생각하면 힘이 들 것도 같다. 반칠환 시인의 원시와 근시라는 가 있다. “어린애는 주먹에 쥔 빵 한 조각을 보고, 노인은 제가 온 먼 곳을 본다철이 든 사람은 멀리 내다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당장 눈 앞에 것만 본다는 뜻이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각각의 나이가 갖는 의미를 일러준다. 40세는 사리를 알게 되어 남의 말에 미혹되지 않는다불혹(不惑)’, 50세는 하늘이 준 섭리를 알게 된다하여 지천명(知天命)’. 60세는 귀가 순해진다는 뜻의 이순(耳順)’. 70세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하여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 했다. 옛말에 물색없다는 말이 있다. 말이나 행동이 형편에 맞지 않거나 조리에 닿지 않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분위기 파악을 전혀 못하고 천방지축 행동하는 것을 꼬집는 말이기도하다. 그런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전혀 그런 말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행복하다.

 

  프랑스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웃음”(2010)이란 책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2세때는 똥,오줌 가리는게 자랑거리. 3세 때는 이()가 나는게 자랑거리. 12세 때는 친구들이 있다는게 자랑거리. 18세 때는 자동차 운전할 수 있다는 게 자랑거리. 20세 때는 사랑을 할 수 있다는게 자랑거리. 35세때는 돈이 많은게 자랑거리.” 그 다음이 50세인데 이때부터는 자랑거리가 거꾸로 된다고 한다. “50세때는 돈이 많은게 자랑거리. 60세때는 사랑을 할수 있다는게. 70세때는 자동차 운전할 수 있다는게 자랑거리. 75세때는 친구들이 남아있다는게 자랑거리. 80세때는 치아가 남아있다는게 자랑거리. 85세때는 똥오줌을 가릴수 있다는게 자랑거리

 

  결국 인생이란 돌고돌아 그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자랑거리를 찾아 헤매이다가 나이가 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최대자랑거리가 되는 그것이 인생이다. 어찌보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자랑할 것도 없고,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성취할 일도 없다.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나를 만나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당신은 철든 사람이요,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당연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선물이요, 기적이요, 은총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당신은 진정 철이 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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