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137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애_일러.jpg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지만 언니 집으로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장애를 가진 자매의 하소연이다.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맘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뇌성마비 1급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매(35)는 지난 2000년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지자 서영숙 목사가 운영하는 비인가 시설 ‘평안의 집’(전주시 태평동)에 맡겨졌다. 그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힘든 점도 있었지만 목사님의 헌신과 노력으로 그동안 안정적으로 지내왔다”고 장애인 시설에서의 생활을 전했다. 언니 부부와 갈등을 겪게 된 것은 서 목사가 교회를 비운 사이 자매를 익산 집으로 데려간 지난 1월.

자매는 언니네 집의 생활을 ‘악몽’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 앞으로 나오는 월 30만원의 장애 수당을 한 푼도 주지 않았고 언니 부부는 내 앞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행위를 해서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등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언니는 불과 6개월 만에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동생을 교회로 돌려보냈지만 이달 중순 다시 찾아와 “동생을 내 놓으라”며 보호자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서 목사가 동생을 납치했다며 경찰과 검찰, 시청에 민원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장애를 가진 자매는 “언니가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은 올해부터 장애수당이 10만원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며 “제발 나를 데려가지 못하게 해 달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가련한 자매는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연계해 언니 부부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며 눈여겨 본 것은 장애시설이었다. 한국에 다녀오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한국이 살기 좋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복지시설도 향상되었으리라 기대하며 한국 곳곳을 누볐다. 서울에 하루를 머문 후에 처가가 있는 일로(목포 근교)로 향했다. 동서와 동행하는 길에 휴게실에 들렀다. 역시 한국의 휴게실은 먹거리가 풍성하였다. 시끄럽게 틀어놓은 스피커에서는 귀에 익은 노랫가락이 흥을 돋우고 있었다. 조용하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 휴게소에 비하면 역시 한국은 풍류가 넘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시설이 깨끗하고 최신식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좌변기가 재래식이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수리 중이었고 결국 다음 휴게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한국에 살 때에 비하면 장애인 시설이 곳곳에 준비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계단이 많았다. 눈에 띈 것은 전철역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더가 설치 된 것이 다행스러웠다. 옛날보다는 훨씬 장애인들이 전철을 이용하기에 편리해 졌지만 승객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가동이 되지 않아 당황을 했고 결정적인 시점에서 계단이 장애인들의 진로를 막고 있었다. 최근에 개통된 전철역에는 배려가 돋보였지만 오래전에 건설된 전철역에는 억지로 설치된 모습이 역력하여 형식적인 것처럼 느껴졌고 환승(노선을 갈아타는 것)하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고된 발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필자는 심한 장애가 아니어서 걸을 수 있어 크게 지장은 없었지만 장애인이 홀로 외출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곳이 한국이었다.

나는 오래전에 장애 등급을 받았다.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좋은 의사를 만나 “3급 1호 판정”을 받았다. 3급 2호만 되어도 장애인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알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필자가 한국에 살 때는 거의 자가용을 몰고 다녔다. 그러니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금번 한국방문에서 내가 주로 이용한 것은 전철이었다. 설교 초청을 해준 교회에서는 차를 보내주었지만 그 외에는 전철을 타고 다녔다. 택시를 타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택시비가 너무 아까웠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찾아간 서울을 느끼기에는 대중교통수단이 제격이었다.

장애인 복지카드만 있으면 무상으로 전철을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모처럼 한국 사람들끼리 마주 앉아 전철을 타고 가는 모습이 새삼스럽고 신기하였다. 서로 마주보기가 쑥스러워서 그런지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핸드폰으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핸드폰 TV 시청은 무료라는 말에 역시 한국은 IT 강국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에서 대여폰(임시로 빌려 쓰는 핸드폰)을 들고 나갔는데 나중에 보니 핸드폰 안에 한국 전철 노선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전철 출발역과 도착역을 입력하면 갈아타는 역과 걸리는 시간까지 알려주어 편리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나는 청량리를 찾아갔다. 내가 서울에 와서 첫정을 주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가며 놀란 것은 노점상들이 즐비한 장면이었다. 곳곳마다 없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정육점 고기까지 팔고 있었다. 두어 사람이 비켜갈 정도의 공간을 두고 노점상들은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팔고 있었다. 과거에 청계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청량리 거리에서 목격되고 있었다. 양복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기성복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도 양복을 재단하여 만드는 곳이 있었다. 7.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기능올림픽 입상자”라는 재단사 소개가 양복점 입구에 붙어있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서울 곳곳이 많이도 변했지만 청량리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낭만이 넘치는 역의 모습은 사라지고 커다란 백화점이 역사자리를 차지하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아쉬움이 섞인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내디디려고 할 때에 내 눈에 장애인이 들어왔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휘몰아치는 노상에 잡다한 상품을 벌려놓고 물건을 팔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다가가 물건을 집어드니 불편한 몸을 떨며 사용설명까지 해 준다. 이뻤다. 고마웠다. 반가웠다. 중증 장애를 가지고 청량리 로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그 장애인이 그렇게 멋이 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많이 파세요!” 손을 흔들며 진심으로 그 장애인을 축복하였다. 차디찬 보도 블럭에 앉아 나에게 보내주던 장애인의 미소가 지금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미국으로 말하면 $300이라는 돈이 장애를 가진 동생을 사랑하는 빌미였다는 사실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중증장애인들은 주변 사람들이 수족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버거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신비스러운 능력이 있다. 이런 마음들이 성탄이 다가오는 이 계절에 모든 분들의 가슴에 임하였으면 좋겠다.


  1. 순수야, 푼수야? 2/23/2011

    나는 순수한 사람이 좋다.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살맛이 나고 삶의 도전을 받는다. ‘순진’과 ‘순수’는 다르다. ‘순진’은 사실 경험하지 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린...
    Views89522
    Read More
  2. 멕시코 땅 “엔세나다” 2/11/2011

    지난 1월 12일(수) 폭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는 L.A.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밀알선교단 행사와 집회인도를 위해서였다. 혹한의 겨울날씨가 맹위를 떨치는 필라델피아와는 달리 L.A.는 코발트색깔의 하늘과 매일 75˚를 유지하는 쾌적한 날씨가 이어...
    Views69804
    Read More
  3. 눈 속에서 피워낸 찬양의 향기  2/11/2011

    <대학합창단 초청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밀알 가족들의 마음은 몹시 설레었다. 대학합창단의 청아한 찬양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멀리서 필라델피아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행기 운항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였는지 ...
    Views74762
    Read More
  4. 음악은 인생의 친구 1/28/2011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고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다양하겠지만 음악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삶의 조미료 역할을 감당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아가가 엄마 뱃속에...
    Views76854
    Read More
  5. 끊고 시작하고 1/28/2011

    중학교를 시골(양평)에서 다닌 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나는 그리운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기차역까지 배웅을 나와 떠나가는 나를 향해 플랫 홈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친구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린 날에 정들었던 친구들과...
    Views80772
    Read More
  6. 장애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 1/13/2011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비단 당사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형을 둔 어떤 분이 어린 시절 “형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 운적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필자의 가슴은 아려왔다. 사람들은 필자를 만나기만하면 물었다. 아주 조심스...
    Views81304
    Read More
  7. 동정이 아닌 사랑으로! 1/1/2011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지만 언니 집으로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장애를 가진 자매의 하소연이다.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맘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뇌성마비 1급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
    Views81370
    Read More
  8. Merry Christmas!!! 12/24/2010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
    Views75684
    Read More
  9. 통제하지 마세요! 12/18/2010

    사람은 누구나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 사랑을 위해서이고 행복해 지는 지름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어른만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소꿉놀이를 하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사랑의 흐름이 있다. 남녀...
    Views87028
    Read More
  10. 낯설다 12/6/2010

    경기도에서 자란 나에게 서울은 별천지였다. 어쩌다 서울에 올라치면 준비과정이 복잡하였다. 시골촌놈이 서울에 온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30분이면 오는 서울을 그때는 버스로 두 시간이 더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먼지 날리는 비...
    Views71623
    Read More
  11. 향수병(鄕愁病) 12/6/2010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많은 곳을 떠돌며 인생을 엮어간다. 우리는 모두 한국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외국에 나가 살게 될 줄을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오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대부분 어쩌다가 미국에 ...
    Views79691
    Read More
  12. 친구가 필요합니다! 12/6/2010

    기나긴 인생여정을 지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은 친구를 가지는 것이다. 친구를 만나고 삶을 나누며 인생길을 걷다보면 편안하고 든든 해 진다. 친구도 종류가 다양하다. <꽃>과 같은 친구가 있다.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
    Views81145
    Read More
  13. 아름다운 동행 10/8/2010

    노진희 자매. 그녀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다시 말하면 중증장애인이다. 그녀는 경남 통영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21년을 살았다. 독립해서 4년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비장애인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
    Views71408
    Read More
  14. 송정미 & 차인홍

    가을이다. 낮에는 햇살이 제법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새해를 맞이하며 꿈에 부풀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가을바람처럼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가을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어디를 가나...
    Views75355
    Read More
  15. 웃으면 행복 해 져요! 9/22/2010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웃음은 “만국공통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
    Views74119
    Read More
  16. 떠나가는 배  9/20/2010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강가에서 살았다. 태어난 곳은 전혀 강이 없는 “포천”이지만 8살 때부터는 경기도 “양평”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오가며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다. 나중에는 서울 “한강”을 바라...
    Views70683
    Read More
  17. 어머니의 아린 마음 9/7/2010

    이 땅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 그 한마디에 사람들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가난, 외로움, 버려짐에 사각지대에서 오직 자식만을 바라보며 살던 여인들이 우리시대에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자식들 앞에 갖다놓으며 항상 하시는 ...
    Views74237
    Read More
  18. 구름 9/7/2010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름다운 것은 하늘과 땅,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땅을 밟으며 우리는 인생 이야기를 엮어간다. 어쩌다가 만나는 지평선을 보며 저 땅 너머에 있는 세계를 그려본다. 그러다가 찾아가는 바다는 “지구의 ...
    Views82407
    Read More
  19. 나도 아프다 8/25/2010

    세상을 사는 것은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는 여정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한국에는 여름이면 장마철이 찾아온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는 우기(雨期)가 그렇게 미웠다. 어느 날,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
    Views76319
    Read More
  20. 목사도 사람이다?  8/17/2010

    이 말은 목사가 목사답게 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목사가 신실한 모습을 나타내며 외길을 갈 때는 그런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아니 필요가 없다. 목사가 어쩌다(?)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해 주는 이 말에 위로를 받는다. 그...
    Views703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