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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눈물을 머금고 조기 은퇴를 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 교회에서 뿌듯함으로 강단에서 설교를 했는데 이제는 은퇴목사 신분이 된 것이다. 내가 왔다고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거나한 식사를 대접하고 끈끈한 교제를 나누었다.

 

  대화 중 친구 목사가 물어왔다. “재철아, 대학교 다닐때에 나는 어땠니?” 갑작스런 질문에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너무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너야, 항상 수업 때마다 맨 앞자리에 앉는 학구파에 흐트러짐이 없는 모범생이었지” “그래? 그래도 친구들 눈에 괜찮은 나였네괜찮다라는 말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일단 괜찮다라는 평가를 듣는 사람은 평소 인격관리를 잘했다고 할 수 있다. 친구의 말을 들으며 갑자기 나는 어떠한 사람일까?’ 생각에 잠겼다. 돌아보면 힘든 인생길을 걸어왔다. 장애를 안고 고비고비마다 견뎌온 나를 발견한다.

 

  대학생 시절에도 나는 우울하거나 주눅이 들지 않았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다. 그것은 나를 강하게 키운 부모님의 교육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장애를 느낄 겨를도 없이 나이를 먹어갔다. 누구나 만나면 나는 직선적이고, 솔직하다고 말을 한다. 그 말이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긴장하게도 할 수 있을 것을 알면서 말이다. 대화를 주도하기보다 상대방의 태도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사람이 있다. 존경스럽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거침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은 약해졌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집요하게 돌진하는 열정이 내게는 있다. 반면,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성장해서인지 부드러운 여성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감성적이랄까? 매주 글이 나오는 것도 그 덕분인 것 같다. 세상에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나이, 직업, 학력, 출생지, 성별에 따라 어떠어떠해야한다는 틀이 있다. 그 틀을 벗어나지 않을 때 그 사람은 괜찮다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것과 조화되지 않을 때 부정적인 말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히 주관적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래야 한다가 무너진 세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본은 흔들리지 않되 다양성을 추구하는 센스가 필요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남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그럴수도 있지하면서 남의 허물은 들춰내려는 속성이 누구에게나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정답이 없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시각이 아니라 조금은 저만치서 나를 들여다보면 큰 차이 없는 인간군상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행동을 안했다 뿐이지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품고 살고 있는 것이다.

 

 친구의 질문을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평범한 길은 아니었다. 20대를 온전히 신학공부에 쏟았다. 30살에 목사안수를 받고, 부목을 거쳐 담임 목회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에 와서는 오로지 밀알 장애인 선교를 하며 나이가 들었다. 선배 목사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 시대에는 가난, 궁핍한 환경이 목회자의 길이었다. 하지만 흐트러짐 없이 교회를 세워가던 꼿꼿한 모습을 기억한다. 때문에 초라한 듯 했지만 멋지고 존경스러웠다. 이제 풍요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그때만큼 사명감이 투철한 목사가 얼마나 될까? 존경받고 있을까?

 

  다시 물었다. “나는 괜찮은 목사인가?” 누가 대답을 해줄까? 그런대로 잘 살아온 것 같다. 화려한 삶은 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궁상맞게는 안 산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토닥이며 말을 건넨다. “수고했다. 재철아!” 당신은 괜찮은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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