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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jpg

 

 

  엄마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었다. 결국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 품을 떠나 대전 <성세재활학교>에 오게 된 어린 마음은 한없이 서러웠다. ‘도대체 나는 뭐가 될 것인가?’ 2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못쓰는 차인홍도 어머니 등에 업혀 졸업은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이강일도 돌봐 주는 누나 등에 업혀 졸업했지만 중학시험에 번번이 실패했다. 할 수 없이 <성세재활학교>에 올 수밖에 없었다.

 

  이종현. 그는 부모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다. 나이도, 이름도, 물론 고향까지도. 분명히 가족이 있었고 집 근처에 시장도, 냇가도 있고, 철길도 있었다. ‘그저 기차가 타고 싶어올라탔는데 그게 모든 것과의 이별이었다. 그렇게 장애를 입은 네 아이는 사연을 안고 한곳에 모였다. 60년대 재활학교는 표현하기도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날도 학교 마당에서 아이들은 옹기종기 햇빛을 쏘이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날 그들의 삶에 한줄기 빛이 새어 들어왔다.

 

  강민제 선생님.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녀는 유성으로 목욕을 가다가 택시 안에서 재활원을 보게 되었다. 핏기없는 창백한 아이들. 어떤 아이는 목발을 의지하고, 어떤 아이는 기어다니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이 생긴 그녀가 이날 학교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웃음기 없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는 악기연주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예민한 사춘기에 장애 때문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살아야 하는 상처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서는 김 교수에게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악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차인홍은 어머니를 졸라 구입한 바이올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10대 후반 그들은 직업 연수를 위해 일본으로 보내져 인쇄 기술등을 익혀야만 했다. 1년 일본 연수를 마치고 온 그들을 안타깝게 여긴 역시 서울대 음대 출신 고영일 선생님이 결국 그들을 끌어냈다. 1976년 오랜 아픔 끝에 '베데스다'란 이름으로 현악 4중주단이 창단되기에 이른다. ‘은총의 샘물이란 뜻이다.

 

  한옥을 빌려서 연습에 들어간 그때를 몹시 추운 겨울날 연탄광에서 연습을 하라치면 찬바람이 불어 가루가 얼굴을 덮치기도 했어요라고 차인홍은 회고한다.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으면 손이 언다. 손이 곱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 연습할 수가 있었다. 추워도 하루 10시간씩은 연습을 했다. 새벽 6시부터. 무슨 말이 필요하랴?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소년 신종호, 이강일, 이종현, 차인홍은 그런 고된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음악가(바이올리스트, 첼리스트)로 우뚝 섰다.

 

 베데스다 중주단이 절묘한 선율을 선사하는 것은 온갖 역경과 아픔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신시내티 대학을 거쳐 차인홍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박사과정(지휘 전공)을 거쳐 현재 오하이오주 라이트주립대학 종신교수로 재직하며 휠체어에 앉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나와 특별한 친분을 맺고 있는 차인홍 교수는 인상이 선하고 착하다. 뛰어난 미남이기도 하다. 차인홍은 피아노를 전공한 조성은 씨와 7년 연애를 했고, 부모의 승낙도 얻지 못한 채 어렵게 결혼식을 올린다. 아내 조성은 씨는 잊혀지지 않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며 감사한 나날이라고 고백한다.

 

  따스한 신앙의 마음을 가진 김민제 교수를 통해 장애에 파묻혀 살던 소년들이 일어났다. 누군가 말했다. “현실에 주저앉지 말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세요. 다리에 잠시 감기 걸렸다 생각하세요그렇다. 용기를 잃지 않고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누군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아줄 것이다. 이제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돌려주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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