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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3:56

아! 청계천  4/2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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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한국 방문 목적 중에 하나는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장애인의 날 기념 예배”에서 설교를 하는 일이었다. 13일(수) 정오가 가까워오면서 총신대학교 대강당에는 신학생들과 교직원 들이 자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강당에 운집한 학생들의 수는 언뜻 보아도 1,400명은 넘어보였다. 강단에 올라 기도를 드리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졸업을 한 후 무려 25년 만에 모교 강단에서 후배 신학도들에게 설교를 하는 심정은 ‘감개무량’ 그 자체였다. 하나님의 은혜로 성령의 기름부으심이 임하는 것을 후배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수십년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오르내리던 사당동 모교에서 이제 어엿한 중년 목회자가 되어 설교를 하는 내 모습을 보며 샘솟듯 감사가 우러나왔다. 나약한 장애인에게 하나님은 긍휼을 베푸셔서 순간순간 돌보아주시며 여기까지 인도하신 것이다.

예배를 마치고 밀알설립자이며 세밀연 총재인 이재서 박사 부부와 오찬을 함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격려해 주시고 사역에 대한 애로사항을 따뜻한 음성으로 물어 오시는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만남 후 평상시 궁금했던 청계천으로 일행과 발길을 돌렸다. 내가 한국 서울에 살 때만 해도 가장 복잡하고 분주하던 거리가 청계천 복원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매우 궁금했다. 종로 3가에서 도보로 걸어가서 마주친 청계천은 소박하지만 맑은 냇물이 흐르는 정감있는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칙칙한 고가도로가 사라지고 말끔한 시냇물이 흐르는 청계천은 낮설었지만 신선했다. 물가에 내려가 가만히 물에 손을 담갔다. “어디에 갔다가 이제야 오셨느냐?”고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갑자기 그 옛날에 ‘청계천 연가’가 가슴을 쓸고 지나간다.

고교시절부터 청계천은 우리들의 추억이 숨쉬는 거리였다. 방과 후 을지로 대림극장 앞에서 내려 동대문 운동장을 끼고 돌면 청계천 서점가가 눈에 들어왔다. 신간서적보다는 주로 헌책이 즐비한 책방을 드나들며 날이 어둑해 질 때까지 청계천을 누볐다. 신학생이 되어서는 그곳을 찾는 횟수가 더해갔고 책을 읽고 찾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부자가 되어있었다. 3·1 고가도로는 내가 가장 애용하던 시내진입도로였다. 삭막한 세멘트 고가도로가 사라지고 옛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오는 맑고 청아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청계천이 복원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묻어왔던 그 모든 추억들이 한순간에 정리되고 말았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을 억제할 길이 없었다.

당일 내가 둘러본 곳은 “관수교” 근처였다. 관수교는 청계천 준설사업을 위한 준천사가 설치되어 있었고 준천사에서 ‘청계천의 수위를 관측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옛 교량 명칭이다.

청계천은 서울 4대문 안의 한복판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이었다. 청계천은 서울시내의 북악과 인왕, 남산 등 여러 골짜기의 모든 물이 모여져서 중랑포로 빠져나가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내이다. 옛 문헌에 “이 하천은 서울 하수도의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강물이 모두 서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이 하천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역수(逆水)하는 물기운이므로 한 나라 도읍지의 명당수(明堂水)가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청계천을 1957년에 모두 덮어버리게 된다. 복개되어 냄새가 진동하는 하수구로 전락해 버린 청계천은 서울에서 가장 복잡하고 공해가 심한 거리가 되어버렸다. 그 위에 고가도로를 올려 음침하기 이를데 없는 곳이 청계천이었다.

고교시절에 항상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 청계천이었다. ‘분명히 이름대로라면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이었을텐데 왜 이런 시궁창이 흐르는 곳이 되었을까?’하는 것이었다. 문헌을 뒤져보니 세종 때 시작한 석축제방 공사가 영조 때 마무리되자, 임금이 친히 광통교에 나와 돈 20관을 다리 위에서 아래로 던져 아이들이 주워 갖게 하고 시를 지어 화답케 하였는데 이때 “개천을 깨끗이 치웠다”는 뜻의 ‘청개천(淸開川)’이라는 글귀가 그 후 “청계천”(淸溪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제 추억은 사라졌지만 청계천은 그 이름대로 청아한 내(川)로 돌아왔다. 청계천에 흐르는 맑은 물처럼 서울시민들의 마음씀씀이 청정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해 보며 도로위로 올라와 청계천을 향해 작별의 손을 흔들었다. 청계천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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