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2.24 18:38

언덕에 서면

조회 수 629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언덕.jpg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밀알사역을 감당하랴, 매주 방송하랴, 칼럼 쓰랴,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하랴! 필라는 물론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캐나다 동 · 서부를 거쳐 한국까지. 교회강단에서 말씀을 전하고,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러다가 틈새가 보이면 장애인 선교의 필연성에 열을 올리면서 말이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한 적도 없는데 달리다보니 한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나는 한시도 가만히 못 있는 성품이다. 그렇다고 누구처럼 일을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고, 부지런하지도 못하다. 무언가 일을 하지 않으면 삶이 무료해 견디지를 못한다. 아마 그것은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성품인 것 같다. 자주 얘기하는 것이지만 나는 초등학교를 무려 5군데나 옮겨 다녔다. 경기도 “지제(지평)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양평, 강상, 서종,” 그리고 다시 “양평초등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그 와중에 가장 길게 다닌 곳은 “서종초등학교”(양수리 근처)이다. 그래서인지 어쩌다 한국에 가면 찾아가게 되는 곳이 그곳이다.

 

 학교는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자그마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건너편은 “마석”이다. 학교 옆쪽으로 나루터가 있어 누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었고 건너편에서 <금강운수>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갈대숲이 강물과 조화를 이루며 햇살을 받는 각도에 따라 변신하는 광경은 어려서부터 ‘아름다움’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그 언덕은 글을 쓰는 내 가슴과 손끝에 지금도 머무르고 있다.

 

 그 언덕에서 꿈을 꾸었다. “나는 반드시 서울에서 살리라!” 그 꿈은 양평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이루어졌다. 나처럼 서울을 동경하고 서울에 살고 싶어 했던 사람이 있었을까? 온 가족이 서울로 떠나던 날. 친구들과 그 애는 기찻길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 언덕은 누이와 자취를 하던 집 뒤편에 있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뭔가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을 느낄 때에 나는 그 언덕에 올랐다. 소리도 질렀고 노래도 불렀다. 가끔 지나가는 기차차량의 수를 헤아리기도 하였다. 어느 순간 다가온 그 애와 나는 그 언덕에서 만나 풋사랑을 했다.

 

 서울에 살며 내가 자주 찾아갔던 언덕은 동작구 “흑석동”이었다. 한강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그 언덕에서 친숙했던 옛 동산을 그리워하며 사춘기의 열정을 추수렸다. 결혼을 하고서 내가 만난 언덕은 미사리 강가였다.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언덕에 바쳐놓고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신혼의 단꿈을 꾸었다. 첫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리다가 자전거에 태우고 드라마처럼 달리던 곳도 미사리 강가였다. 하지만 개발바람을 타고 그 언덕은 어느 순간 황량한 고속화 도로로 변신하고 말았다. 아쉬웠다.

 

 이제 한해를 보내는 언덕에 서있다. 기찻길이 내려다보이는 낭만의 언덕이 아니다.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풍치 좋은 언덕이 아니다. 아내와 자전거로 내달리며 바라보던 마냥 행복하던 신혼의 언덕이 아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언덕은 세대를 갈아치우는 가파른 언덕이다. 인생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훈훈한 인생담을 들려주어야 하는 언덕이다. 그래서 이 언덕이 너무 높게만 보인다. 어깨가 짓눌려 오는듯한 중압감을 느낀다.

 

 2015년의 언덕을 넘어서면 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약간은 두렵지만 어깨를 펴고 이 언덕을 넘어 가리라! 삶은 풀어야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할 신비가 아닌가? 지금 내 삶의 언덕은 어디인가?

 

       한 해 동안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 2016년 첫 칼럼 나를 찾는 여행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며 신년호에 올랐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를 알기위해 애를 쓴다. 고향부터,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과 재능까지 속속들이 알아...
    Views65905
    Read More
  2.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2984
    Read More
  3.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5454
    Read More
  4.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5089
    Read More
  5.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6719
    Read More
  6.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7057
    Read More
  7.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1196
    Read More
  8.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1239
    Read More
  9.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68942
    Read More
  10.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1873
    Read More
  11.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5316
    Read More
  12.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5066
    Read More
  13.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4061
    Read More
  14.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7135
    Read More
  15.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4464
    Read More
  16.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6308
    Read More
  17.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4299
    Read More
  18.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66902
    Read More
  19.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65587
    Read More
  20.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719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