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2.12 15:25

남자와 자동차

조회 수 828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ar.png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그때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여리지만 현명한 아내, 아빠를 ‘마징가 Z’(?)처럼 여기며 의지하는 여기던 어리디 어린 두 아이들이었다. 순수하고 기대감 충만하던 이민초기의 잔상을 지우지 않으려 애를 쓰며 산다.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이다. 과거가 다 그렇듯이 적나라한 나를 만났던 때가 그때였던 것 같다.

 

 나를 미국으로 인도한 대학 동창 친구 목사 역시 나의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오래전에 L.A.에 와서 자리를 잡고 목회를 하고 있던 친구는 나와 가족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 처음 그 교회에서 청년대학부를 맡아 사역을 하고 있을 때였다. 머리 모양새가 범상치 않은 젊은 남자 집사가 있었다. 어느 주일에 새로 뽑은 차를 몰고 교회 주차장에 나타났다. 그날 예배를 마치자마자 그 차는 모든 성도들의 관심거리였다. 고가의 오픈카는 특히 남자들에게는 대단한 관심사였다.

 

 영화에서만 보던 오픈카의 위용에 나까지 매료되었다. 시승까지 하며 그날 부러운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의 아내가 다가서며 한마디 한다. “내가 결혼을 한 건가? 큰아들을 키우고 있는 건가? 모르겠어요.” 그 한마디에 자매의 시름이 전해져왔다. 남편은 평소에는 어른스럽다가도 어느 때는 일곱 살 아이에 버금가는 '떼'를 쓰며 돌변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비롯해 휴대전화, 게임기 등 각종 기계 앞에서 무너지는 남편의 모습에 자매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대체 남자들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자애들은 어릴 때부터 타는 것에 관심이 많다. 남자들에게 자동차란? 탈것에 대한 본능인 것 같다. 남자들은 과거부터 말을 타며 사냥을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움직임에 예민한 존재가 남자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험을 했는데 남자들은 <슈퍼마리오>란 게임을 할 때마다 ‘마리오’가 점프를 하면 실제로 자신의 다리 근육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반짝반짝’ 거리는 것을 찾아냈다. 이미 뇌가 점프한 것과 똑같은 반응을 하는 것이다.

 

 ‘존 그레이’의 역작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보면 남자들에겐 자신만의 동굴이 있다고 나온다. 아마 남자들에게 그 동굴이 바로 자동차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벗어난 공간, 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인 셈이다. 남자들은 집에서 회사로 갈 때, 회사에서 집으로 갈 때 주로 차를 타지 않는가? 결국 자동차가 휴대용 동굴인 셈이다. 여자들이 “집을 예쁘게 꾸며야 하겠다.”는 애착을 보이는 것처럼 남자들은 자동차에 애정을 쏟는 거라고 이해해야한다.

 

 어떤 사람은 “남자의 자동차는 여자의 백(Bag)과 같다.”고 표현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명품 백에 열광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렇다. 백이야 소지품을 넣기 편하고 예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수천, 수만을 호가하는 ‘백’이 왜 필요할까? 그것을 남자에게 적용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여자들은 말할 것이다. “차야 튼튼하고 목적지에 가는데 지장만 없으면 되는 것 아냐?”하고 말이다.

 

 하지만 남자에게 자동차는 자존심이요. 자아상의 투영이다. 물론 개중엔 자동차에, 백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도 “차 타령”을 한 적이 없던 남편이 주변에서 하나둘 새 차를 구입하면 돌변한다. 매일매일 자신이 사고 싶은 차의 사진을 찍어 보내고, 그 차를 볼 때마다 "어! 미래의 내 차!"라고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른다. 드디어 그 차를 구입하는 날 소년처럼 남편은 들뜨게 된다. 남자들은 무엇엔가 빠져야 사는 존재이다. 어쩌면 자동차는 사람과 닮은 것이 많다. 눈도 있고 입도 있다. 연료도 먹어야 하고 배기도 하고 말이다.

 전혀 반응이 없는 ‘백’보다는 반응하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편이 다행스럽지 않을까?


  1. 남자와 자동차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
    Views82886
    Read More
  2.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74076
    Read More
  3. 생각, 아니면 느낌?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도 때로는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것을 보면 감정이 없지는 않나보다. 우리는 순간마다 엄청난 생각을 흘려보내며 살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사실 그...
    Views62934
    Read More
  4. 박첨지 떼루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학교를 오가며 논길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것을 훑고 지나다녔다. 강아지풀을 잡아채어 입에 물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하여 막 피어나는 ...
    Views63123
    Read More
  5.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6870
    Read More
  6.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6613
    Read More
  7. 2016년 첫 칼럼 나를 찾는 여행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며 신년호에 올랐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를 알기위해 애를 쓴다. 고향부터,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과 재능까지 속속들이 알아...
    Views69462
    Read More
  8.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6177
    Read More
  9.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9422
    Read More
  10.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8328
    Read More
  11.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70250
    Read More
  12.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80429
    Read More
  13.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4572
    Read More
  14.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4490
    Read More
  15.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72461
    Read More
  16.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5109
    Read More
  17.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8615
    Read More
  18.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8260
    Read More
  19.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7524
    Read More
  20.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7047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