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4.03 07:15

45분 아빠

조회 수 671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아빠와 45분.jpg

 

 

 최근 해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위독해 보이는 한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신생아를 안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52세의 “Mark”라는 환자가 있었다. 생명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너무 보고 싶어 했다. 아내는 그런 Mark를 위해서 예정일보다 일찍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여자 아이였다. 아빠 Mark는 아가를 꼭 안았다. 그리고는 안타깝게도 45분 후 세상을 떠난다.

 

 새로운 생명과 꺼져가는 생명의 극명한 대비가 눈물샘을 마구 자극한다. 아이는 커서 엄마에게 물을 것이다. “아빠는 나를 본적이 있어요? 아빠는 나를 좋아했어요?” 엄마는 대답할 것이다. “그럼 보고말고. 아빠는 너를 정말 사랑했단다. 아빠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했지.” 이런 기구한 만남이 있을까? 가슴 시린 사진 한 장과 사연이 만남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무덤덤하게 반복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절박한 짧은 만남은 어떤 도전을 줄까?

 

 아빠와 딸의 만남. 그것을 우리는 천륜이라고 한다. 부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도 신비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부부를 닮은 아이들이 한상에 둘러앉아 인생을 엮어가는 모습이다. 따라서 인생에서 가족보다 더 소중한 관계는 없다. 가정의 화목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발랄하게 앞서 걷는 아이들, 그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두 손을 잡고 뒤따르는 엄마, 아빠. 이렇게 완벽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세상에 있을까? 다 잃어도 화목한 가정을 이룬 사람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를 잃어버린 사람은 세상에 다른 것을 풍족히 가졌다할지라도 곤고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결혼 30주년을 기념하여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났다. 너무도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했다. 내일이면 필라로 돌아오기 전날 밤, 저녁식사를 나누던 가족들의 대화는 난상토론 형식으로 전개되어 갔다. 내가 먼저 제안을 해서 시작되었지만 결과는 나만 수세에 몰리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평생 남는 귀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가슴에 그런 아픔이 숨어있는 줄은 몰랐다. 대화를 핑계로 아이들을 훈육하고 아내에게 은근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시하려던 나는 아내와 아이들의 상처를 발견하고는 꼬리를 내려야만 하였다.

 

 젊은 날, 소위 ‘목회 성공’이라는 명목으로 앞만 보고 질주를 했고, 그 과정에서 만만한 아이들은 담임 목사의 자녀이기에 많은 고통과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음을 알아차린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오한과 몸살로 한 주간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역시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일까? 탱크처럼 밀어붙이기만 하던 아빠는 이제 ‘흐물흐물한’ 종이호랑이가 되어버린 것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하지만 그러기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기며 살고 있는가?

 

 ‘45분 아빠’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왔다. 평생을 만나고 사랑해야 하는 부녀가 겨우 ‘45분’을 만나고 말다니. 갓 태어난 예쁜 아가를 보며 먼 길을 떠나야 했던 “Mark"의 가슴은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힘없이 아가를 바라보는 Mark의 표정은 이 세상 어떤 미소보다 아름답다. 자신을 꼭 닮은 아가를 바라보며 그는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그야말로 피맺힌 아쉬움이다. 인생은 그렇다. 머무르고 싶지만 지나쳐야 하는 때가 있고,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시간에 오래도록 갇혀있어야만 하는 때도 있다.

 

 찾아온 봄의 품안에서 우리는 세상을 다시보아야만 한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절박함을 가지고 하늘이 이어준 가족들을 깊이 바라보고 이해해주고 감싸주며 작은 천국을 일구어 가자. 마치 지금부터 ‘45분’이 지나면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사람처럼 말이다.


  1. No Image

    삶은 위대한 선물

    누구나 그렇듯이 젊은 날에는 정신없이 달려 나간다. 그만큼 자신감도 충만한 시기이다. 밤을 새워도 좋고, 어디서든 굴러도 좋다. 낭만과 열정이 섞여 휘몰아 칠 때이니 말이다. 그때는 언제까지나 젊음이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
    Views24
    Read More
  2. No Image

    ADHD

    밀알선교단은 매주 화요일 저녁 정기모임을 가진다. 장애인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함께한다. 그들의 도움이 없이는 모임이 성사될 수 없다. 라이드, 식사, 부축해 주는 일까지. 따라서 젊은 봉사자들의 자녀들이 동반 참석하게 된다....
    Views541
    Read More
  3. No Image

    소나무야, 소나무야

    작년 봄의 일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을 방문하였다. 처음 행선지는 경기도 용인이었다. 운전하는 친구 곁에서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봄의 정취에 빠져들고 있었다. 길목을 돌아서는 순간,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이 다가왔다. 마치 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꽃...
    Views924
    Read More
  4. No Image

    뭐가 그리 서러워?

    사람마다 세대별로 서운함을 안고 인생을 엮어간다. 아이 때는 갖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지 못한 것부터,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라난 까닭에 새 옷은 꿈도 꾸어보지 못하고 항상 맨 위부터 물려주는 것을 입어야 했던 서러움까지.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에 ...
    Views1903
    Read More
  5. No Image

    나비 효과

    “브라질 아마존강에 살고 있는 나비가 날개를 흔드는 것이 미국 텍사스 주 토네이도(tornado) 태풍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그렇다”이다. 미국 MIT 대학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이런 의문...
    Views2494
    Read More
  6. No Image

    누구나 생각나는 스승이 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네♬” 홀로 선 인생이 어디 있으랴! 기억에서는 희미 해 가지만 어리디 어린 나이로부터 겹겹이 쌓여진 세월과 함께 나를 가르치고...
    Views2848
    Read More
  7. No Image

    부부의 날

    어느 강좌 시간에 교수가 한 여성을 불러낸다. 그리고는 “앞에 나와서 칠판에 아주 절친한 사람 20명의 이름을 적어보세요.” 요구를 했다. 여성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교수가 주문한대로 ‘가족, 이웃, 친구, 친척’등 20명의 이름...
    Views3404
    Read More
  8. No Image

    발달장애 가족 이야기

    작년 가을, 밀알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Park로 출발하기 앞서 밀알선교센터에 모이기 시작했고 부모의 차를 타고 장애아동들이 당도하고 있었다. 한 어머니가 아들을 라이드하고 돌아서는 순간. 밀알에 나와 봉사하던 한 분이 놀란 눈으로 어머니의 손을 움...
    Views4386
    Read More
  9. No Image

    상처는 스승이다

    인생은 철모르는 어린아이 때 기대했던 것처럼 그리 녹록지 않았다. 굽이굽이 고비를 넘어야 했고, ‘이제 편한 세상이 되었나보다!’하면 어느새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다가와 찔러 댔다. 생존은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이민...
    Views4458
    Read More
  10. No Image

    숨겨져 있는 것에 소중함

    모든 것이 빨리 드러나기를 바라는 조급증이 사람들 마음에 도사리고 있다. 애를 쓴 만큼 열매가 맺어지기를 기대하며 인생은 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이 오르기를 애타게 갈망한다. 부모는 어린 자녀들이 속히 성장하여 앞가름하며 살기...
    Views4779
    Read More
  11. No Image

    ‘호꾸’와 ‘모난 돌’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
    Views5229
    Read More
  12. No Image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완고했다. 때로는 가정폭력을 행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싫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아들로 기본예의는 갖추었지만 누구처럼 아버지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상담을 받게 되었고, 조언을 받아들여 아버지와의 ...
    Views5409
    Read More
  13. 아, 정겨운 봄날이여!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취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춥고 지루하고 변덕스러운 겨울을 지나 맞이하는 봄은 누구나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봄은 희망이다. 봄은 말 그대로 봄(view)이다. 죽은 듯 보이던 대지에서 파아란 새싹이...
    Views5622
    Read More
  14.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5697
    Read More
  15. No Image

    데이모스의 법칙

    삶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하루 종일 생각하며 산다. 과연 내 삶을 스치는 생각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말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난다”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 묘하게도 사람은 하루에 5만~6만 가지 생각을 한다. ...
    Views5877
    Read More
  16. No Image

    '무’(無)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ls...
    Views5934
    Read More
  17. No Image

    있을 수 없는 일?

    가끔 정신이 ‘멍’해지는 뉴스를 접할때가 있다. 상상이 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밀알선교단 창립 45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인과 서울을 오가다가 성수대교를...
    Views5993
    Read More
  18.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6027
    Read More
  19. No Image

    무슨 “띠”세요?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밝아온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몇살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개 “저는 몇 년생입니다.”로부터 “저요? ○○ 띠입니다.”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해야...
    Views6059
    Read More
  20. No Image

    하트♡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속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사랑으로 양육되어진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삶을 돌이켜보면...
    Views607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