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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6 00:27

꽃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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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jpg

 

      

 

 봄이다. 난데없이 함박눈이 쏟아져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지만 봄은 서서히 대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어 먹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겨울 찬바람에 정이 들어갔다. 간간히 뿌리는 눈발과 영하로 내리 꽂는 수은주가 얄밉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추워도 그리 위축되지 않고 더워도 그리 호들갑을 떨지 않음은 오랜 세월 끊임없이 반복하여 다가와주는 사계절에 대한 믿음(?) 때문이리라!

 

 나는 지금 한국에 와있다. 가는 곳마다 휘날리는 벚꽃 잎이 몹시도 정겹다. 내가 한국을 떠난 후에 곳곳마다 벚나무를 많이도 심었다. 개천이 있는 듯한 변로에는 여지없이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특유의 옅은 분홍벚꽃은 밤이 되면 조명을 받아 하얀 눈송이로 착각하리만큼 흐드러짐을 자랑한다. 매년 나오는 고국이지만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꽃향기에 취해있다. ‘한국의 봄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영원한 이방인은 그래서 봄의 매력에 시샘을 내고 있다.

 

 꽃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말한다. 인생 참 바쁘다. 시작했는가 하면 저녁이요, 토요일이요, 월말이다. 그런 분주함 속에서도 꽃은 인생의 발걸음을 조금은 더디 띠게 만든다. ‘느림의 미학’을 꽃은 그 자태로 가르쳐준다.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 느끼며 멈춰서는 인생이 귀하다. 왜 사람들은 분주할까? 아름답기 위해서이다. 조금 더 부요해지면, 조금 더 지식이 증가되면,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아름다움이 보장될 것으로 생각하며 사람들은 오늘도 “The More~"를 외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발걸음을 수정해 주며 꽃은 우리에게 말한다. 아름다움은 더 갖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꽃은 향기로 말한다. 어린 시절, 짙은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엄마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젊은 시절에 비 오는 날 올라탄 시내버스에서 코를 파고드는 여인의 화장냄새가 역겨워 고개를 돌린 적이 많았다. 그런 내가 화장냄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랐다. 아!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 꽃은 다 향기를 가지고 있다. 꽃을 발견하면 대부분 코를 가져다대고 향기를 맡는다. 현기증을 일으키는 꽃향기가 인생조차 아름답도록 세뇌 시킨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향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향기가 진한 사람이 있다. 오늘 부산에 낯선 “돼지국밥” 집에서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중년 남자들의 대화를 들었다. 참 유치하다. 참 가련하다.

 

 꽃은 색으로 말한다. 정훈희의 <꽃밭에서>라는 노래가 있다. 그 가사는 이렇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꽃을 멀리서 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꽃을 깊이 들여다보며 음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피어난 꽃을 유심이 들여다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꽃 안에 담겨있는 꽃술, 꽃가루의 조화를 바라보며 감탄하게 된다. 그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꽃 안에 담겨있는 다채로운 빛을 우리는 얼마나 발견하며 살고 있을까?

 

 꽃은 기다림으로 말한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외로이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그 뿌리 밑둥에서 꽃은 봄을 기다리며 동면에 들어간다. 칼바람이 나뭇가지를 훑고 지나가며 아픈 소리를 낼 때에 꽃은 “참자고, 참아내자.”고 나무를 격려한다. 눈송이가 나무뿌리를 덮어버리고 가지에 무게를 더 할 때에도 꽃은 봄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인생은 기다림이다. 인내하며 기다리다보면 꽃은 피어나게 되어있다. 이제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고 있음을 볼 수 있어야만 한다. 꽃은 기다림의 유산이다. 꽃을 보자, 그리고 꽃에게 탄성을 지르자! 너무 아름답다고, 너의 인내가 이렇게 세상을 밝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있노라고. 우리 모두 꽃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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