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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1 14:47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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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jpg

 

 

 어디나 문은 미닫이와 여닫이가 있다. 미닫이는 옆으로 밀면 되지만 여닫이는 ‘밀고 당기기’가 분명해야 한다. 대개 음식점이나 일반 가게에는 출입문에 “Push” 혹은 “Pull”이라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문구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기분대로 당기거나 밀고 들어가려 한다. 습관이 그래서 무섭다. 얼마 전에 한국에 갔다가 안경점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어 위치를 물었다. 한국은 어디나 그렇듯 화장실이 미국처럼 그리 흔치않다. 안경점을 나와 오른쪽 골목을 타고 자그마한 ‘샷시’ 대문에 들어서니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문을 당기고 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힘껏 밀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그러면서 무지한 내 습관을 다시금 알아차렸다.

 

 분명히 “Push”라고 써있는데 당겨댄다. “Pull”이라는데 밀어댄다. 그래서 여닫이 문 밑에는 항상 글 킨 자국이 나게 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알아차리기보다 평상시에 내 육감과 즉각 판단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걸음을 내디딜 때에 ‘오른발이 먼저 나가는지? 아니면 왼발이 먼저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교회나 강당에 들어섰을 때에 아무 생각 없이 방향을 잡는다. 오른쪽 좌석으로 가는 사람은 항상 그곳으로 향한다. 왼쪽을 택하는 사람은 항상 그쪽으로만 자리를 잡는다. ‘내가 왜 이러지?’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시 돌아와서 “밀어야 하는지, 당겨야 하는지?”(밀당)는 항상 드나드는 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연애를 할 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연애학에서 ‘밀당’은 매우 중요한 법칙이다. ‘당기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자칫 ‘독선’이나 ‘집착’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상대방이 금방 지쳐버린다. 아버지가 과묵한 자매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소개팅에 나온 자상한 남자에게 마음이 끌렸다. 첫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시내버스에서 남자의 카톡을 받는다. “잘 가고 계시죠?” 집에 도착할 때 쯤 다음 카톡이 도착한다. “오늘 너무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것으로 끝났으면 오죽 좋으련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카톡에 자매는 질려버리고 말았다. 자매는 혼자 중얼거린다. “차라리 아빠 같은 사람이 더 좋겠어.”

 

 반면 표현을 전혀 못하는 남자와 수년간 교제한 자매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긴 세월을 뒤로하고 둘은 헤어지고 만다. 궁금해서 자매에게 물었다. “아니 그렇게 오랜 시간을 만났는데 왜 헤어졌어?” 자매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목사님, 그 사람 속을 모르겠어요. 결혼을 하자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나를 좋아하는 건지?” 결국 자매는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고, 남자는 아직도 싱글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너무 느슨한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녀교육도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전혀 속아주지 않는 부모는 지혜롭다 할 수 없다. 우리가 자랄 때를 생각해 보라! 잘못을 저질러 혼이 나고 매를 맞을 때에도 우리는 “모른다.”고 버텼다. 그 기 싸움에서 부모님이 끝까지 문초(?)를 했더라면 지금 살아있을 자식은 없다. 어느 정도 나무라다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터 걸리면 요절을 낼거야!” 겁을 주고는 넘어갔다. 그렇게 십수년을 “다음부터는”을 외치며 부모와 자녀는 인생을 엮어간다. 자녀들이 나이가 들어가면 부모는 그 엄청난(?) 권력의 자리에서 서서히 내려앉아야만 한다.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적당한 ‘밀당’은 필수조건이다.

 

 부부사이도 이 법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남편을 너무 조이는 아내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지금 어디야? 뭐해?” 물어온다. 어떤 아내는 너무 무관심하다. ‘들어오는지? 무엇을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따져보면 둘 다 심각하다. 신혼 때는 귀찮을 정도로 아내에게 관심을 표하던 남편이 세월이 지나면 무심해 진다. 아내가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하고 와도, 모처럼 예쁜 옷을 사서 선보여도 전혀 알아보질 못한다. 그래서 아내는 오늘도 외롭다.

 

 이뿐이랴! 인간관계, 사업, 직장생활, 영적인 관리가 다 그렇다. 당길 때는 당겨야 하고 밀 때는 사정없이 밀어야 한다. “Push” 혹은 “Pull”을 잘 분별하고 조절하는 사람이 행복한 인생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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