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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1 09:59

남자여, 늙은 남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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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jpg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의견을 말했다간 추상같은 호령만 되돌아 올 뿐이었다. 엄격한 가부장 제도의 위엄은 대단했다. 하지만 겨우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마누라의 세도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마누라 눈치 보기에 오금을 저리는 시대가 되었다. ‘공처가.’(공포) ‘기처가’(기가 죽는)를 넘어 이제 ‘벽처가’(벽에 딱 붙는)들이 난무한다.

 

 월급은 온라인으로 아내가 관리하는 통장으로 직빵 들어간다. 남편들은 직장에서 상사들 눈치 보며 월급쟁이 하느라고 용을 쓰는데 여자들은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계를 하거나 동창회를 갖는다. 접시가 뒤집어질 정도로 온갖 수다를 떠시는데 “돈 많이 벌어놓은 서방이 아직도 젊은 환갑전후에 죽으면 애처가도 그런 애처가가 없다.”나? 그래서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34년째 사회를 보는 “송해” 선생이 결혼 1순위란다. 왜? 나이 90이 되어도 돈을 벌어오니까?(송해: 1927년생) 농담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으니 큰일이로고.

 

 일찍이 나의 장인어른이 내게 해주신 명언이 있다. “나이든 남자 신세가 꼭 비 맞은 가을 낙엽일세!”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 떼려고 해도 달라붙는다는 뜻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늙은 수컷의 최후는 비장하거나 비참하다. 가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수장 노릇을 하던 숫사자는 나이 들어 사냥할 힘을 잃어버리면 젊은 수컷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쫓겨나 ‘마지막 여행’을 한다. 늙은 고양이도 늙어 죽을 때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침팬지에게 A 방법으로 먹이를 주다가 갑자기 B 방법으로 바꾸면 젊은 침팬지와 암컷은 금방 적응을 하지만 늙은 수컷은 습관을 접지 못해 애물단지처럼 뒤쳐진다.

 

 일본속담에도 “늙은 남자는 비오는 가을날 구두에 붙은 낙엽”이라는 말이 있다. 몇 년 전, 일본 ‘에히메현’지방 노인 3,100명을 조사해보니 여성 중 남편 있는 쪽이 사망위험이 두 배 높았고, 남성은 반대로 부인 있는 쪽이 더 오래 살았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일은 좋은듯 한데 아내들에게는 남편을 돌보아야 하는 시간이 연장되는 것이 짐이 되는가보다. 나이가 들어가는 남편들은 이래저래 수세에 몰려 살고 있다.

 

 남편은 71세, 아내는 67세인 부부가 있다. 어느 날, 동창회에 다녀온 아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 앉아있는 남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가더란다. 남편은 아내 행동이 하도 이상해서 따라 들어가 사유를 물었다. 처음에는 일언반구도 안하더니 아주 다정한 음성으로 집요하게 물으니 “동창회에 나가보니 다들 싱글인데 나만 영감이 있더라구.”하며 울기까지 한다. 하도 기가 막혀 “뭐가 그리 서럽냐?”고 되물으니 “다른 친구들은 혼자 몸이어서 다들 밥걱정도 안하고 여행도 다니며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데. 나는 항상 남편에게 묶여 사는 것이 부자유스럽고 불편해.”라고 대답을 해왔다.

 

 거실로 나온 남편은 한동안 망연자실하며 생각에 잠겼다. 평생 아이들 먹이고 가르치고 출가시키며 뼈가 빠지게 가정을 돌보았건만 돌아온 것이 이런 원망이라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쓸 것 안 쓰고 취미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살아왔는데 아내에게 ‘번거로운 존재’ 취급을 받는 것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현세태’라고 말을 한다면 과민 반응일까? 평생 사업을 하고 직장에 헌신해 온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고물취급을 받고 있다. 과거는 일을 놓는 순간, 아니 수입이 끊어지는 순간부터 제로(0)로 돌아간다. “그동안 내가 한 것이 얼마인데?”라고 외쳐대도 아무 반응이 없다.

 

 나이가 들어가는 남자들이여, 현실을 직시하자. 냉정해 보이지만 그래도 진정한 아군은 ‘아내’뿐이다. 모시자. 비유를 맞추자. 지금이라도 아내에게 ‘올인’하며 저축을 하자. 그것이 나의 노년을 평탄하게 만들어주는 최종 보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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