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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1 17:26

음악은 발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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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 친구.jpg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그 섬에는 청초한 외모에 “수옥”이 애타게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범실, 길자, 개독, 산돌, 그리고 수옥”은 그렇게 만나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가게 된다. 친구만큼 커다란 자산이 또 있을까? 순수한 10대들의 우정. 그리고 “수옥”을 향한 애잔한 범실의 사랑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수옥”은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해녀였던 엄마가 물질을 하다가 해류에 휩쓸려 세상을 떠난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말이다. 장애 때문에 진학도 못한 “수옥”은 방학을 하면 고향을 찾아오는 친구들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다리를 몹시 저는 수옥을 친구들이 돌아가며 업고 가는 장면에서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의 등에 업혀 다녀야 했다. 물론 가장 많이 업혔던 곳은 엄마 등이다. 엄마는 나를 등에 업고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러면서 “재철아, 너는 크게 될거야!” 덕담도 들려주셨다. 그것이 내 재산 1호인지도 모른다.

 

 수옥이 친구들에게 업혔듯이 나를 등에 업고 다녔던 친구들이 많기도 많았다. 수옥이 업혀가는 장면에서 불현 듯 내가 잊고 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내가 여기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빚을 지며 살아왔는지. 수옥은 지나치리만큼 음악을 좋아한다. 그녀의 꿈은 커서 방송 DJ를 하는 것이다. 친구들이 물었다. “너는 왜 그리 음악을 좋아하니?” 수옥이 대답한다. “응. 음악은 발이 없잖아. 어디든지 갈수 있잖아!” 수옥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아리게 했다. 아하! 그래서 나도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백수시절. 내 유일한 친구는 음악이었다. 음악의 장르는 다양했다. 클래식, 팝송, 가요 등. FM 라디오를 눈을 뜨자마자 켜면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들은 날이 많았다. 음악은 나를 가지 못하는 어디든 인도해 주었다. 음악을 들으며 꿈을 꾸었고, 음악을 통해 상상되는 온갖 판타스틱 한 장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지금도 기타를 잡으면 나는 금방 청춘으로 돌아간다. 수옥의 꿈은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약점을 이용하는 보건소 선생님의 농간을 알아차리고 “수술을 받아도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에 수옥은 낙심하여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다.

 

 동네이장을 비롯한 섬마을 사람들은 “미성년자의 장례는 바다 사람들에게 재앙을 불러온다.”는 설을 내세우며 수옥의 장례를 외면한다. 결국 네 친구들이 어설픈 상여를 만들어 장례를 치르게 된다. 상여 앞에 올려놓은 오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Dust in the Wind”(Kansas)가 잔잔한 파고로 듣는 사람의 내면을 잠식해 간다. 진정 인생은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런가? 그렇게 수옥은 한줌의 재로 사라져 간다. 영화의 흐름은 옛사랑에 대한 회상이지만 한 장애 소녀의 짧은 생애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많은 고비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며 현저히 달라지는 다리의 차이를 보며 좌절했고 남들처럼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모습에 비애를 느꼈다. 나이가 들수록 장애의 무게는 나를 짓눌렀고 “죽고 싶다”는 절망감과 무던히 싸워야만 하였다.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목사님 말씀 때문에 그곳으로는 시선도 두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이상의 기쁨과 환희가 나를 반겼다. 물론 신앙이라는 기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절망 앞에서 ‘수옥’처럼 스스로 죽음에 자신을 내어주기보다 그 벽 앞에 죽을힘을 다해 도전해 보는 것이 인생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푸쉬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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