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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그가 진정 9전 10기의 인생역전 드라마를 쓴다. 20년 동안 각종 장편 문학상에 9번 응모했으나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희한하게도 작품마다 대부분 최종심에 올랐기에 그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결국 10번 도전 끝에 장편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상금 1억원을 거머쥐게 된다. 신인 소설가 전민식(47)의 삶과 문학은 그의 책에 그대로 녹아있다.

 

 소설은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현실감 없는 얘기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현실감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너무도 생생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다양하면서도 꼼스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듯 마치 톰행커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가 연상된다. 다니던 회사를 해고 당한 후 사나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원조회를 하지 않는 아르바이트밖에 없었다. 식당에서 불판을 닦고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가 돌보던 개가 산책 나온 다른 애완견을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고시원에서도 쫓겨나고 그의 알바는 날아가고 만다.

 

 하지만 그는 고꾸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역할 대행 사무실과 연결이 된다. 역할자 노릇을 하는 것이다. 어떤 여자의 오빠가 되기도 했고, 어떤 녀석의 아빠가 되어주기도 했다. 애인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고 결혼식 하객은 기본이었다. 소설 안에는 여러 군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이 추하거나 또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경험들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추해지는 일도 망설이지 않는 남자들, 그리고 마음의 공허함 내지 쓸쓸함을 갖가지 방법으로 채우려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의 눈에 띤다. 행운처럼 생각되는 일들이 간간히 일어난다. 언뜻 우연처럼 보이지만 살아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다. 세상에서 가장 비싸다는 짱아오 종의 개 ‘라마’를 산책시키게 된 것이다. 게다가 개의 주인은 돌싱이었다. 그에 걸맞은 남자가 되기 위해 명품 구두에 양복을 장만한다. 비록 월세지만 오피스텔도 다시 얻었고 최신 스마트폰을 지니게 된다. 개의 주인과 찐한 인연을 맺고 그는 깊은 이성과의 사랑을 경험한다. 실로 삶의 오아시스를 만난 셈이다. 개를 편안하게 산책시키며 그는 상상를 초월하는 보수를 받는다. 게다가 예상치도 못했던 여성과 사랑을 나누며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신기루였다. 개를 놓치며 사건은 터지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은 산업스파이였음이 드러난다.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던 여자. 커튼 뒤에 숨어 그동안 자신을 은밀하게 내려다봤다는 생각에 그는 몸서리를 친다. 그런데 이상했다. ‘끌려다녔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인생이 조금씩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개는 그가 바라던 현실감을 제공해 주는 통로가 된 것이다. 둘 다 그를 배신하고 도망침으로써 냉정하게 현실감을 회복한 것이다. 남자를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은 후 잠적했던 그녀는 어느 날 길가에서 우연히 그와 재회한 이후로 시종일관 그에게 “만나서 본심을 털어놓고 싶다”고 연락해온다. 그 와중에 개가 죽는 일이 발생한다.

 

 마지막 장면. 창문에 서린 김을 손을 들어 닦아 냈다. 길가 빵집 처마 밑에 개 한 마리가 비를 맞으며 반듯하게 서 있었다. 눈에 익은 개였다. 그가 돌보던 ‘라마’와 너무도 닮았다. ‘혹시 라마?’ 이내 개는 사라진다. “세상이 네 뜻대로 되면 그건 세상이 아니고 환상이야.”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고 큰형마저 자살한 후, 인도로 떠나며 작은형이 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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