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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2 08:16

생일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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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이 되었다. 여느 아내들처럼 바쁘디 바쁜 남편을 다그쳐 생일 축하를 받을 용기도 나질 않았고 생일을 자축하면서 ‘까만 구두 한 켤레, 흰 바지 하나’를 주문해 놓고는 남편에게 “내가 알아서 준비를 했으니 선물은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 저녁에는 온 식구들이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기로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도 남편은 소식이 없었다. 남편은 집을 짓고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 분주한 삶을 살고 있었다. 온 가족들이 배가 고파 어쩔 줄 모르는데 남편은 늦게 들어와서는 급한 용무라며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다. 드디어 식사를 위해 출발은 했지만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차 안에서 작은 딸이 무심코 “왜 엄마 생일에는 케이크가 없어?”라고 물어온다. “그럼, 엄마 생일에 엄마가 케이크를 사오냐?” “꽥” 소리를 지르고 나니 화가 올라왔다. 내친김에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해 댄다. “야! 너희는 엄마 생일인데 연필 한 자루도 안주냐? 강아지, 고양이 태어난 날, 죽은 날까지 챙기면서 엄마 생일에는 선물은 커녕 ‘축하 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냐고!”

 

 이제 불똥은 수순대로 남편에게로 옮겨간다. “‘늦는다’고 전화도 안 해주고 ‘축하한다’는 말도 없고 이게 무슨 짓이야!” 도무지 외식할 기분이 아니어서 레스토랑으로 향하던 차를 ‘휙’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으며 혼자 ‘비아냥’ 거렸다. “그래, 내가 뭐 양식집에서 칼질할 위인이 되어야 말이지. 내겐 천원짜리 라면이 딱 맞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영 마음이 좋질 않다. 겁먹은 남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다. 큰딸이 ‘노크’를 한다. “엄마 나와 보세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가보니 구운 팬케이크에 양초가 꽂혀 있는 게 아닌가? 두 딸이 어둠속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성의를 봐서 한 조각 먹어주고 돌아와 책을 보고 있는데 또 딸들이 부른다. 솔직히 귀찮았다. 거실로 나갔더니 이번에는 폭죽이 터지고 난리가 났다. 예쁜 케이크와 샴페인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과 아이들은 또다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고 남편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다가와 말한다. “여보 미안해, 바쁘다는 핑계로 생일을 못 챙겨주어서” 아이들은 급조한 선물을 건넨다. 웃고 말았다. “옆구리를 찔렀더니 생일축하를 두 번이나 받네” 너스레로 은근슬쩍 고마움을 표했다. 그 다음날 아내는 남편에게 이런 문자를 받는다. “여보, 미안한 마음이 좀처럼 가시질 않네. 어제 참 많이 서운했지? 사랑을 표현하는 연습도 많이 해야 하는 것을 또 깨닫게 되네. 여보, 사랑해!”

 

 결혼 15년 차에 접어드는 이 부부가 하필 생일에 이런 해프닝을 치러야 했을까? 그건 바로 서로의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표현하지 않으니 상대방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던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어 살려면 우선 표현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부부의 문제는 서로에게 표현하지도 않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를 든 부부는 그래도 괜찮은 부부에 속한다. 금방 알아차리고 아내에게 사과를 하고 이벤트를 펼치는 남편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표현할 때에 사랑이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해주어야 한다. 특히 남자들은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구조를 가지고 태어났다. 결혼생활이 힘든 것은 아내들은 ‘이중 메세지’에 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어 올때에 분명히 “NO”해 놓고 나중에는 “안 해 주었다”고 불평을 한다. 그것도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서 말이다. 그런 아내를 품을 수 있는 사나이를 <대장부>라 부른다. 아내들은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반면 남편들이 아내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자기야! 오늘 나 계돈 타. 뭐 갖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 없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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