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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나는 늦깎이 이민자이기에 끊임없이 고국을 그리워하고 일년의 한차례는 그 품에 안겨 냄새를 맡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한국은 모든 면에서 너무 빨리 변한다는 것이다. 누이와 자취하던 양평 집을 찾아 헤매었지만 허사였다. 20대에 중 · 고등부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하던 교회도 재개발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동 이름조차 변경되었다.

 

 청년 시절 마음이 울적할 때면 찾아가 내려다보던 한강 흑석동 산기슭은 아파트가 들어서며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젊은 날 정신없이 쏘다니던 무교동 뒷골목은 운치가 전혀 없는 거리로 변해버렸고 원효로의 낭만은 저만치 지워졌으며, 신기한 물건이 즐비하던 세운상가도 너무 세련되게 치장되어 정이 안간다. 거리만 그런 것일까? 매년 다가가 만나보는 사람들도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아쉬울때가 많다. 나는 묵은지 친구들이 많다. 보통 40년~50년 지기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내가 왔다하면 열일을 젖혀놓고 달려나오는 친구들이 귀하고 고맙다. 한가지 서러운 것은 만날때마다 은퇴 소식을 접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광고회사 간부로 일하던 창규가 ‘모든 것을 놓고 퇴사했다’는 말을 할때에 나이의 무게가 느껴져왔다.

 

 친구들을 만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불현듯 외로움이 엄습해왔다. 보통은 만남 후 내가 묵고 있는 호텔까지 태워다 주지만 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다. “모처럼 왔으니까 버스를 타고 싶다”는 내 말에 친구는 아쉬워하며 나에게 손은 흔들었다. 늦은 시간, 버스를 오르내리는 군상들을 보며 인생이 느껴졌다. 함께 출발하여 중간에 내리고 또 오르듯 그렇게 누군가는 떠나가고 만나며 인생을 이어왔다.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기 전 46년 지기 송 목사와 허그를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다가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친구의 당황스런 표정이 목이 메이게 만들었다. “인준아, 어쩌다가 우리는 이렇게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되었니?”

 

 그렇게 미국에 돌아와 외로움의 실체를 되뇌이며 한주간을 지냈다.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 중에 외로움을 안느끼며 사는 인생이 있을까? 다 밝아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인간은 다 외로운 존재일 듯 싶다. 나이가 든 노부부가 두 손을 다정히 잡고 공원을 거니는 모습이 무척이나 멋져 보일때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 나이가 되니 그리 낭만적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모습이 아니라 내면임을 알게 된 것이다. 같이 있어도 외로운 사람이 있고, 바라만 보아도 외로움이 가시는 존재가 있음을 터득하는 중이다.

 

 외롭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돌아보면 고비 고비 외로움의 계곡을 돌며 성숙해 왔음을 알아차린다. 외로웠기에 노래했고, 글을 썼고, 결국 신앙을 가지게 되었음은 유익이 아닌가? 가진 것이 많으면? 주위에 사람들이 많으면? 명예와 높은 지위를 얻으면? 외롭지 않을까? 아니다. 그런 것들이 채워지면 외로움은 더 극심하게 다가온다. 홀로 있어도 행복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진정 철학자요, 생의 달관자라고 외치고 싶다.

 

지구별 여행을 함께 하고 있는 80억의 사람은 다 외롭다. 오늘 생명이 있음에 감격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며, 자그마한 것에도 감사를 느끼는 사람은 외로움을 철학으로,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 결국 외로움은 주체가 충족되지 못한 애착 욕구를 경험하는 관계 현상이다. 이 때문에 외로움을 분석하는 것은 어렵기 그지없다. 외로움에는 내인적 요소도 있고 외인적 외로움도 있지만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신 혼자 있을 때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 미소야말로 진정한 미소인 것이다.”-Andy Rooney.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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