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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11:08

생명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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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는 있어도 남자 천사는 없다”무슨 말이냐 하면 장애인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자매들은 있지만 장애를 가진 자매를 선뜻 배우자로 택하는 남자는 드물다는 말이다. 장애, 남의 일 일때는 ‘장애를 가졌으면 어때? 사람만 올바르면 되지?’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막상 내 자녀가 장애인과 교제를 하거나 결혼을 한다고 할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총각 때 일이다. 극동방송을 듣고 있었다. 당일 게스트로 나온 분은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믿음으로 살아온 간증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참 은혜로운 내용이었다. 말미에 자연스럽게 자녀들 이야기가 나왔고, 사회자가 “자녀들이 어떤 배우자를 만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신체 건강하고,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신체 건강? 나는 탈락이네’ 이해는 갔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결혼도 녹록하지 않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혼기가 차가며 나에게는 조바심이 찾아왔다. 그러면서 의구심이 나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중학교 3학년부터 이성 교제를 했다. 장애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내 모습에 반한 그 소녀는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커다란 키에 놀란 눈을 가진 소녀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꺄르르~’ 웃으며 반응해 주었다. 이후 어떤 아이와는 긴 시간을, 어떤 아이는 짧은 교제를 나누며 나이가 들어갔다. 내 주위에는 초등학교나 사춘기 때 만나 부부가 된 사람들이 있다. 신기하다. 변덕이 심한 사춘기를 넘어 어떻게 부부의 연을 맺어 살고 있는지 존경을 금치 못한다. 이성 교제는 가능했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결혼을 제의했을때에 변해가는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결국 부모님 허락과 형제들의 동의를 구해내는 단계가 어렵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나는 너무도 예쁘고 현숙한 아내를 맞이했다. 결혼을 하며 두가지 의구심이 내게 엄습했다. “나도 아이를 나을 수 있을까?” “그것도 건강한 아이가 나올까?” 그 마음을 아셨든지 하나님은 허니문 베이비를 주셨고, 3년 후 둘째를 허락하셨다. 아이가 태어났을때에 가장 먼저 살핀 것은 이목구비부터 손과 발이었다. 건강한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감사하던지? 성장하며 마음껏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애비의 마음의 안도감을 주었다. 그 아이들이 장성하여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손주를 기다렸지만 어인 이유인지 애 낳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묵묵히 기도하며 기다렸다.

 

 2022년 가을. 밀알의 밤을 마친 후 둘째 딸 부부는 으슥한 주차장으로 엄마, 아빠를 데려갔다. 편지 한 장을 내어 밀었다. 어린아이가 쓴듯한 어설픈 필체였다. “반가워요. 할아버지”로 시작되는 내용을 나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뭐야?” 눈치 느린 내 앞에 아이들은 임신 초음파 사진을 내어 밀었다. “응? 너 임신했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끌어안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할아버지 된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난 5월 30일 새벽. 딸은 아기를 낳았다. 오랜 진통으로 마음을 졸였는데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소식을 듣고 눈물이 흘렀다. 진정 자녀의 자녀를 보는 순간이 온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지 6일만에 나는 품 안에 손자를 안았다. 찬송을 부르고 간절히 축복기도를 올렸다. 남이 손주를 보았다고 할 때는 덤덤했다. 내 손자를 안았을때에 감격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자그마한 아이, 똘망똘망한 이목구비. “수고 많았다. 그리고 고맙다” 딸이 물어온다. “아빠, 좋아요?” “그럼, 너무 행복하다” 젊을때는 앞만 보고 달렸다.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품에 안은 아가는 너무도 귀하고 소중했다.

 

 부모의 눈에는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어리게만 보인다. 딸에게 말했다. “아이가 아이를 낳았네” “그러게” 마주 보고 웃는 부녀의 미소가 안개처럼 온방에 번진다. 아가도 웃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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