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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 10:41

때 이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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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동이 있었다. 이름은 “김응용” 4살 때 일본에서 8시간의 지능검사를 통해 IQ 210을 기록해 1980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지능지수 보유자로 등재된 인물이다. 5살이 되었을때에는 이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의 4개 국어를 말할 수 있었다. 상상이 안 간다. 궁금해 추적해보니 어느새 나이가 든 그의 인생은 그리 탁월하지는 않은 것을 발견했다.

 

 한국 사람들은 조급증 환자들이 많다.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란다. 자신이나 자녀나 모두 조기에 성공하는 것을 갈망하고 부러워하며 산다. 그래서 조기유학을 보내고 10대 나이에 기획사에 들여보내 트레이닝을 시킨다. 소위 아이돌이라는 신흥연예인 그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소녀시대>는 진짜 소녀 때에 9명의 여성보컬로 대중에 나타났다. 노래는 가수 한 사람이 하는 것으로 알았던 시대에 떼로 나와 한소절씩을 번갈아 부르며 현란한 춤사위까지 선보이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 충격이었다. GOD. HOT. 이제는 블랙핑크와 BTS로 이어지는 그들은 어린 나이에 인기와 명성, 상상을 초월하는 재물을 움켜쥐는 정상에 자리에 서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청순함을 뿜어내야 할 시기는 그들 곁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8, 90년대. 예능계를 섭렵하던 그들은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슬프게도 소녀시대에 소녀는 이제 없다. 따라서 인격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성공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라는 말이 있다. ‘소년이 높은 성적으로 과거에 합격하는 것은 인생의 큰 불행 중 하나’라는 뜻이다. 송나라의 학자 이천(伊川) 정이(程頣)가 남긴 문장이다. 누구나 원하고 부러워하는 이른 성공을 ‘이천’은 왜 불행이라고 말한 것일까? 그토록 갖고자 하는 것을 일찍 가지면 좋은 것 아닐까? 삶이 교만내지 오만해 질 위험이 있어서일 것이다. 세월의 기다림 없이 너무 어린 나이에 주어지는 성공은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그는 일찍이 깨달았던 것이다.

 

 삶의 가시밭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을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내가 그리 쉽게 지나온 길을 왜 사람들은 힘들다고 하지?’ 그 험난함을 안 겪어보았으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미 고인이 된 영화배우 故 “강수연”. 그녀는 네 살 때부터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월드스타가 되었다.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타고난 연기 재능, 여기에 완벽주의에 가까운 프로 근성까지. 마치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1980년대 중반, 갓 스무 살이 넘은 나이에 <베니스 국제 영화제>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우리는 안다. 꿈의 성취를 기대하며 달려가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막상 그토록 열망하던 꿈이 이루어졌을때에 희열은 마치 시원한 파도가 밀려오듯 하지만 이내 찾아오는 허탈감의 무게도 만만치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너무 이른 성공은 위험하다. 너무 어릴 때 추앙을 받다보면 오만하고 삐뚤어진 시각에 갇힐 위험이 있다. 급기야 아직 저만치 힘겹게 올라오는 사람에 대한 존경을 잊어버릴수도 있다. 이른 성공에 취해 이웃을 우습게 여기고 남들이 넘어졌을때에 측은지심을 놓친다면 정작 자신에게 실패가 찾아왔을 때 일어서는 법을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인생을 사는 법은 단순하다. 장미가 벚꽃보다 늦게 폈다고 해서 장미가 벚꽃에 패배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만사에는 다 때가 있다. 먼저 피었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고, 남보다 뒤쳐졌다고 기죽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뒤늦게라도 성공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면서 분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므로 일찍 성공했다고 너무 좋아할 일도 아니고 한창나이에 남처럼 성공못했다고 그렇게 조바심할 것도 없다. 성공에 취하지도 말고 오늘에 안주하지도 않는 중용의 삶이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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