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86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D2A2811.jpg

 

필라의 여름은 한국처럼 끈적거리거나 따갑지 않아서 좋다. 가는 곳마다 울창한 숲이 우거져있고 간간히 숲을 적시는 빗줄기가 있기에 그렇다. 한낮에는 기온이 치솟다가도 밤중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처음 미국 서부로 이민을 와서 화창한 날씨는 마음에 들었지만 가끔은 가슴을 적시는 빗소리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다가 필라에 와서 그리운 빗줄기를 만났다. 그해 여름은 희한했다. 낮에는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밤이면 시원하게 소낙비가 쏟아져 대지를 식혀주었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하는 필라의 풍경은 얼마나 싱그러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필라델피아에 젖어 산지 이제 9년차에 접어든다. 수십 년 전에 이민을 오셔서 자리를 잡고 사는 분들에 비하면 햇병아리지만 이젠 나도 어엿한 필라 사람이다. 어쩌다 타주에 출타했다가 필라 공항에 내리면 편안해 지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곳에 정을 주고 사람들을 사귀고 삶의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인 것 같다. 그것도 미국 땅에서 필라델피아에 자리를 잡고 이웃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더욱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선뜻 가을 문턱에 서있다. 새벽에 일어나면 이제 귀뚜라미 소리가 적막을 깨는 것을 보면 가을이 성큼 창밖에 서있음을 느낀다. 젊은 날에는 가을이 오는 것이 기대가 되고 가슴이 설레었는데 이제는 가을이 오면 한해의 끝자락이 보이면서 나이가 더해지는 날이 가까워옴이 너무도 두렵다. 가을은 원래 “갈“에서 왔다. 그 말처럼 금방 지나가버리는 것이 ”가을“이리라! 세월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지 말라고 가을은 그 막바지에 화려한 가을 옷을 보여주며 우리를 현혹한다. ”단풍“이라는 것이 사실 초록이 지쳐 만들어진 나무 편에서 보면 슬픈 자화상임에도 그 황홀한 모습에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세월의 흐름을 잠시 잊어버린다.

한국의 가을녁은 온통 황금물결이다. 익어가는 벼이삭 위로 참새 떼는 먹을 것을 찾아 군무를 춘다. 논 가운데 서있는 허수아비의 모습이 너무 인자로워인지 참새들은 겁 없이 곡식을 축내고 있다. 둥근 호박은 붉은빛을 띄우며 조화를 이루고 서서히 잎새들을 떠나보내며 알알이 익어가는 ‘감’이야말로 예술 그 자체이다. 부지런한 농부들의 손길이 갖가지 농산물을 어루만지며 가을은 풍요로움을 더해 간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모두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었다. 굴뚝을 타고 나오는 연기가 자욱이 마을을 감싸고 나무 타는 냄새와 구수한 밥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기분 좋은 현기증을 일으켰다. 산마루에 걸린 석양과 어우러져 어린 가슴에 동화를 심었다. 그렇게 내 가슴은 부자가 되어 이제 필라에서 그 가을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 마당 한가운데를 맴도는 고추잠자리를 만난다.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고추잠자리 떼는 그렇게 돌고 돌고 또 돌며 가을을 돌려댔다.

인생은 계절과 같다. 어린 시절을 봄이라고 한다면 청장년시절은 싱그러운 여름이다. 그러고보면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가는 우리세대는 “가을”이다. 가을은 아름답다. 가을은 풍요롭다. 가을은 가꾼 사람의 가슴에 열매를 안겨준다. 그러면서도 가을은 냉정하다. 젊은 날에 땀을 흘리고 최선을 다해 달려온 만큼만 결과를 돌려주기 때문이다. 가을을 즐기기 전에 가을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에게나 가을은 온다. 아직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래서 언젠가 찾아올 가을을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가을을 지나고 있는 분들은 이 가을을 즐겨야 한다. 왜냐하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기 때문이다.

일년 사계절을 지내면 한해가 다 지나가듯이 인생의 사계절이 흐르고 나면 우리는 내세를 준비해야 한다. 이 세상이 결코 끝이 아니다. 이 세상이 끝나면 반드시 저 세상이 다가온다. “천국이냐, 지옥이냐?” 그것은 내게 생명이 존재하고 있을때에 이미 결정된다.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에 영접하고 천국을 준비하고 사는 사람에게는 이 가을이 더 의미있고 행복한 계절이 될 듯싶다.​


  1.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87419
    Read More
  2.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61609
    Read More
  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3278
    Read More
  4.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4346
    Read More
  5. 희망과 추억이 가득한 성탄 12/24/2012

    한해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식당과 쇼핑몰마다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 자선냄비와 어우러져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성탄이 가까워 옴을 느낀다. 아빠 차에 오른 딸에게 물었다. “너는 캐롤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이니?” “모...
    Views94232
    Read More
  6. 중력과 은총 11/21/2014

    우리는 일찍이 ‘만유인력’이라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학설을 배워 알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끌림을 기술하는 물리학 법칙이다. ‘뉴턴’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
    Views92409
    Read More
  7. 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4/5/2011

    금년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눈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지리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 아마 금년에는 봄이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올거야!”하는 기대감에 살았다. ‘썸머 타임’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정확히 지...
    Views92178
    Read More
  8. 남자는 다 어린애고 불안한 존재더라 8/9/2014

    은막의 여왕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가 있다. 바로 “김지미”씨이다. 흑백영화시절부터 그녀는 실로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가난하고 그래서 배고프던 시대에 김지미는 한국여성의 틀을 깨고 서구적인 미모로 영화계를 ...
    Views90385
    Read More
  9. 인생의 자오선- 중년

    인생의 세대를 나눈다면 유년, 청년, 중년, 노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년은 철모르고 마냥 뛰어노는 시기이고, 청년은 말 그대로 인생의 푸른 꿈을 안고 달리는 시기이다. 그 이후에 찾아오는 중년, 사람들은 그렇다. 나도 그랬다. 자신의 삶에는 중년...
    Views89611
    Read More
  10. 시간의 구성성분 분석 5/17/2014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시간 속에 치유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리 없이 나를 스쳐지나갔다.”는 것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는 뜻이 담겨있다. 시간은 전혀 형체가 없다. 하...
    Views89564
    Read More
  11. 오체불만족 7/22/2010

    『오체 불만족』은 일본에 중증장애인 “오토다케 히로다타”가 지은 책이름이다. 책 속에는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다.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
    Views88683
    Read More
  12. 눈먼새의 노래 3/15/2012

    한 시대를 살며 장애인들에게 참 소망을 주셨던 “강영우 박사님”이 지난 23일(목)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드라마 “눈먼 새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탤런트 “안재욱”과 “김혜수”가 열...
    Views88129
    Read More
  13. 단장 이재철 목사 사역 소개  7/18/2010

    ◕ 매주 금요일 주간지 <뉴스코리아>와 <주간 필라>에 "칼럼"을 집필합니다. ◔ “밀알의 소리” 필라델피아 기독교 방송국 진행-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생방송 ◓ 각 교회 초청 설교-현재까지 대필라지역 90개 교회의 강단에서 설교를 하였습니다. ...
    Views87281
    Read More
  14. 창호지(窓戶紙)의 정갈함 6/23/2013

    어린 시절 우리는 거의 한옥에서 살았다. 표현 그대로 ‘고래등’ 같은 거창한 한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한옥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항상 드나드는 커다란 방문과 창은 거의 창호지로 빛을 조절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유리가 ...
    Views87068
    Read More
  15. 희망을 쏘아올린 골든벨 2/13/2013

    <도전, 골든벨!>(KBS-1TV)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려 50개항에 퀴즈를 풀어가는 동안 벼라별 해프닝이 속출한다. 학생들의 교복과 모자에는 응원자들과 탈락한 친구들의 명찰이 ‘치렁치렁’ 매어달리고 서서히 생존자(?)들이 줄어들기...
    Views87019
    Read More
  16.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6776
    Read More
  17. 전신마비 장애인 6/22/2011

    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어 목회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주일에 한 가족이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등록을 하였다. 남편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기사였고 아내는 다소곳한 인상에 두 명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목포에서 살다가 병상에 ...
    Views86382
    Read More
  18. 깍두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중에 하나가 “깍두기”이다. 무우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적당히 양념을 버무려놓으면 감칠맛 나는 “깍두기”가 탄생한다. “깍두기”하면 설렁탕이 생각나는 것은 둘이 너무나 궁합이 잘 맞기 때문...
    Views85990
    Read More
  19.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5925
    Read More
  20. 순수야, 푼수야? 2/23/2011

    나는 순수한 사람이 좋다.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살맛이 나고 삶의 도전을 받는다. ‘순진’과 ‘순수’는 다르다. ‘순진’은 사실 경험하지 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린...
    Views8583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