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66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LA_Skyline_Mountains2.jpg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움이 있는 것이겠지. 동부에도 좋은 학교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멀고먼 서부로 가겠다는 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홀로 말이다. 그래서 던지듯이 대답했다. “네가 아는 것처럼 아빠는 장애인 사역을 하기에 너를 뒷받침 해 줄만한 경제적 능력도 없고 나는 왜 네가 서부로 가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정 원하면 네 힘으로 길을 열어봐라!” 고개를 떨구고 나가는 아이를 보며 안스러웠지만 아직은 함께 있기를 바라는 애비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8월에 접어들자 딸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었다. L.A.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고 했다. 학비 융자(Loan)도 다 받았고 직접 가서 거처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헐!” “설마 떠날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사역에만 전념하고 있었는데 딸은 작정을 하고 L.A.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이 떠나기 전날 밤에 우리 가족은 거실에 둘러앉았다. 목사인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먼 길을 떠나는 딸을 위해 예배를 드려주는 일뿐이었다. 말씀을 전하고 딸의 머리에 두 손을 얹었다. 마치 외삼촌 집으로 향하는 아들 야곱을 떠나보내는 애비 이삭의 심정으로 나는 딸의 앞날을 간절히 축복해 주었다.

새날이 왔다. 딸이 처음으로 가족 품을 떠나는 날이다. 오전 7시 비행기라서 새벽에 차 시동을 걸었다. 무거운 가방을 차에 싣고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는 출발했다. 아내와 동생이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며 울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나는 남자가 아닌가? 공항으로 향하며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힘들 때마다 기도하고 오직 주님만을 의지해라!”였다. 그렇게 찬양을 들으며 달려간 공항에서 딸과 끌어안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딸이 공항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고 운전석에 올랐다. 질주하는 하이웨이에서 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도착했다. 딸이 평소 타고 다니던 차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 딸아이 방으로 올라갔다. 가지런히 정돈된 침대와 책상을 훑어보다가 뺨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액체를 느꼈다. 갑자기 흐느낌이 올라왔다. ‘내가 왜 이러지?’ 그렇게 방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흐느꼈다. 다행스럽게도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이미 출근을 했고 막내는 학교에 간 후였다. 스스로 독백을 했다. “아주 간 것도 아닌데 너 왜 그러냐?” 그래도 슬펐다. 낭랑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히∼” 나도 모르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뜨거운 눈물이 더 쏟아졌다. 돌아보건대 나는 결코 아이들에게 살가운 아빠가 아니다. 그런데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이 “보고 싶다.”였다. 금방 공항에 데려다주고 왔는데 딸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요사이 절친한 사람을 만나면 화두가 아이들과의 이별이다. 들어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곁에만 있을 줄 알았던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여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오며 다들 울었다고 했다. 결혼식장에서 딸과 팔장을 끼고 입장하여 신랑에게 넘겨주면서 운 아빠이야기, 잘 참았는데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 시간에 딸이 다가와 안으며 울 때에 아빠도 하염없이 함께 울었다고 했다. 겨우 L.A.로 보낸 딸 때문에 서글프다는 고백은 그런 분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나는 아이들이 곁을 떠나도 ‘거뜬’하게 견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못난 애비였다. 자식을 떠나보내고 그 빈자리를 그리워해야 하는 나이에 당도한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부는 소중하다. 자녀들이 떠나간 빈둥지에서 서로를 보듬어 주며 살아야 하는 유일한 동지는 부부뿐이다. 이 땅에 자녀들에게 묻고 싶다. “너희들은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기는 하니?” 오늘도 자식을 그리워하며 사는 분들과 이글을 나누고 싶다.


  1. 짝 8/4/2011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 ‘짝’을 찾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짝을 만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짝을 만나면 등굣길이 가볍다.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하지만 희한한(?) 짝을 만나면 괴...
    Views76449
    Read More
  2. 이민 전설 10/8/2011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Views76467
    Read More
  3. 쇼윈도우 부부 5/28/2012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부부가 있다. ‘어쩜, 저런 선남선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을까?’ 부러워지기까지 하는 커플이 있다. 보이는 것처럼 내면도 행복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닌가보다. 다가가 묻는다. “댁은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
    Views76560
    Read More
  4. 이런 마음을 알기는 하니! 10/8/2011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
    Views76656
    Read More
  5. 텍사스 밀알 선교단 2/9/2014

    연초부터 미주밀알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워싱톤 밀알 “정택정 단장”이 정신 병동에 심방을 갔다가 장애인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구타를 당해 뇌출혈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수술을 두 번이나 시도해도 뇌에 출혈은 멈추지 않는 급박한 상...
    Views76678
    Read More
  6.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6680
    Read More
  7. 35m 다리에 올라간 사나이 10/24/2011

    지난 달 19일. 밤 8시경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위치한 부산대교 위에서 한 남성이 “집 나간 아내를 찾아오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급히 출동한 119 구조대원의 설득 끝에 3시간 만에 스스로 내려와 큰 화는 ...
    Views76787
    Read More
  8.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6846
    Read More
  9.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6881
    Read More
  10. 부부 싸움 12/18/2012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부부를 만났다. 대화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두 분은 부부싸움을 안하시지요?” 두 사람이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있나요? 저희도 가끔은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지요.” 그...
    Views76916
    Read More
  11.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6925
    Read More
  12. 나는 엄마다 2/25/2012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ldquo...
    Views76930
    Read More
  13. 건빵 1/28/2014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
    Views77057
    Read More
  14.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7161
    Read More
  15. 풍요로운 삶 7/3/2013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Views77173
    Read More
  16. 진중세례식  4/10/2011

    오랜만에 맡아보는 한국의 봄 냄새가 싱그럽다. 봄은 신비롭다. 신기하다. 다 죽은 것 같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니 말이다. 개나리가 노오란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하더니 이내 목련이 매력이 넘치는 하이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Views77304
    Read More
  17. 아버지가 이상하다 1/18/2013

    아버지는 가장이다. 가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거의 과묵했다. 지금처럼 살가운 아버지는 없었다. 아니 그때는 “아빠”가 없었다. 그냥 “아버지”였다. 얼굴표정이 항상 근엄하여 변동이 없는 분이 ...
    Views77454
    Read More
  18. 허풍 8/31/2011

    사역을 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진실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때로는 ‘척’들어도 허풍 같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사람까지 참 다채롭다. 심리학자 ‘칼융’의 학설처럼 겉으로 드러나...
    Views77530
    Read More
  19.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7536
    Read More
  20.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8/4/2012

    칼럼 제목만 보고는 그 옛날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듯싶다. ‘비비안리’와 ‘마론 브란도’가 스타덤에 올라섰던 그 영화 말이다. 영화에는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세인물의 인생철학이 뚜렷하게 드...
    Views7757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