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9.30 14:12

여기가 좋사오니

조회 수 596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휴식.jpg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도 모른다. 나는 고교시절. 평생 잊지 못할 영화 한편을 보았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었다. 당시 최고 인기 소설가인 “박계영”씨의 작품을 극화한 영화는 아직도 내 뇌리에 수채화처럼 남아있다. 그 제목이 얼마나 인상적인가?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아니, 시간이 아예 멈춰지기를 바랄정도의 행복한 시간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아야 할 우리들이 낯선 땅 미국에 살기까지 저마다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까? 미국에 오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밤잠을 설치며 고심했던가? 나도 그랬다. 서울에서 안정적인 목회를 하고 있던 나를 흔든 것은 대학동창 친구 목사였다. 오래전 L.A.(로스엔젤레스)로 이민을 와서 건실한 목회를 하고 있던 친구는 한국에 올 때마다 나를 유혹(?)했다. “한인들이 많은 L.A.에서 ‘장애인사역’을 펼쳐보라. 정작 장애인단체장중에 장애를 가진 분이 드문 상황에서 이 목사가 적격이다.” 일반목회만 해온 나에게 장애인 사역은 낯설게 느껴졌고, 나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기에 건성으로 응대를 했다.

 

 하지만 매년 다그쳐오는 친구의 말에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침 집회가 잡혀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나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넌지시 이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답은 실로 다양했다. 그러다가 만난 한분이 던진 한마디에 결심을 굳히게 된다. “목사님, 올까말까 하다가는 절대 못 옵니다. 그냥 결단하셔야 합니다.” 그랬다. 인생은 어차피 모험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목사로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이라면 어디는 못가랴! 그때처럼 기도를 많이 했던 때도 없었다.

 

 앞만 보면 달려온 내게 L.A.는 안식을 주었다. 한국의 추석에나 만날법한 청명한 날씨. 습도가 전혀 없어 상쾌함을 느끼게 해주는 천혜의 환경. 아마 내 생애에 가장 근심 걱정 없이 지낸 시간으로 기억된다. 친구 목사는 일단 나에게 청년부를 맡겼다. 타이틀은 ‘선교목사’였고, 추이를 지켜보며 장애인사역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며 내 맘속에 “여기가 좋사오니” 본성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허물없는 친구와 팀 목회를 하며 그 자리에 머물고 싶었다. 막상 타국에서 ‘장애인사역’을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신 하나님은 근본자체를 흔들기 시작하셨다. 친구와의 25년 우정에 금이 가면서 예상치 못했던 갈등과 시련이 나를 못 견디게 하였다. 가까스로 “남가주 밀알선교단”에 involve 되면서 장애인사역에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그렇게 L.A.에서 영원히 살줄 알았다. 갑자기 세계밀알 본부로부터 “필라델피아 밀알 단장으로 가라.”는 발령이 떨어진다. 필라델피아? 미국지도를 펼쳐놓고 들여다보니 뉴욕 밑에 자그마하게 쓰여 진 다섯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미주 동부로 이주를 해야만 했다.

 

 당시 필라 밀알 사역은 맨땅에 헤딩이었고, 공수특전단 투하였다. 모든 것이 열악, 그 자체였다. 업무 인수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주일마다 교회를 찾아가고, 사람들을 만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어느새 그 세월이 15년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요, 은혜임을 깨닫는다. 성경은 말한다. “사람이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인생길에서 가장 위험한때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순간이다. 이웃을 가만히 들여다보라! 많은 돈을 모아놓고 쉬려고 하거나 모든 것에서 손을 놓으려 할 때에 변을 당하고 만다. 나이와 환경을 초월하여 날마다 꿈을 꾸고 행동하려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에너지를 주시고 귀하게 사용하신다.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찬송가 가사가 가슴을 파고드는 가을밤이다.


  1.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61139
    Read More
  2.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59667
    Read More
  3.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2025
    Read More
  4.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59452
    Read More
  5.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4970
    Read More
  6.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3190
    Read More
  7.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0354
    Read More
  8.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1510
    Read More
  9.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79730
    Read More
  10.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1037
    Read More
  11.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58758
    Read More
  12.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68877
    Read More
  13.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79395
    Read More
  14.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2966
    Read More
  15. 음악은 발이 없잖아!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Views61408
    Read More
  16.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6241
    Read More
  17. 산 사람 소식으로 만나자!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가정이라는 요람에서 꿈을 꾸며 자란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입을 열고 두 분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성장 해 간다. 조금씩 커가며 만나는 것이 “친구”이다. 엄마, 아빠만 찾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
    Views59469
    Read More
  18.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2211
    Read More
  19. 맥도날드 할머니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
    Views60227
    Read More
  20.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24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