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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성탄절은 꿈의 날이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았으면서도 성탄이 가까워오면 이상하게 가슴이 설레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리며 그날을 기다리고 첫눈이 휘날리는 한가운데에 서서 그날을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밤늦게까지 버티다가 눈을 비비며 이불속에 들어가면서 머리맡에 양말을 걸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혹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희한하게도 성탄절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원하던 선물이 머리맡에 놓여있었다. 철이 들어가며 산타크로스가 없다는 사실이 서글퍼졌고 그 선물은 모두 부모님이 장만해 주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녀에게 꿈을 심어주신 부모님이 지금도 고마울 따름이다.

신앙이 없던 나는 고교를 미션스쿨에 다니면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고교시절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교회에서 성탄을 지낸 기억이 없다. 성탄절이 “아기 예수님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알았지만 그 의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처럼 들뜬 성탄분위기에 휩쓸려 지냈다.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크리스마스이브는 우리에게는 탈출구였다. 밤새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니며 친구들과 젊음을 만끽했다. 그 행태는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거듭나는 체험을 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중년에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에 방황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러던 내가 자의반 타의반 주일학교 교사를 맡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12월이 되면 성탄전야 축제를 준비해야만 하였다. 아이들과 일주일에 몇 번씩 모여 연습을 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각반별로 준비한 순서를 무대에 올려 “재롱잔치”를 열었다. 순서가 끝나고 반별로 모이는 시간이 되면 자상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성탄 카드를 건네 온다. 손수 만든 어설픈 카드에 알알이 적어 내려간 글을 읽으며 순박한 아이들의 마음을 느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집마다 데려다 주던 그날 밤에 풍경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그때 내 나이가 20대 초반이었으니까 언뜻 헤아려 보아도 그 아이들이 지금은 40대를 넘어섰으리라! 세월의 흐름이 너무도 야속하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갈 즈음에 청년들이 교회로 모여온다. 손에손에 선물꾸러미를 들고 말이다. 처음으로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지내는 것은 너무도 어색했다. 세상에서처럼 화끈(?)한 것은 없었지만 청년회원들끼리 선물교환을 하고 각종 게임을 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멀리서만 바라보던 자매들과 리더에 인도를 따라 손을 잡고 게임을 하면서 친근해 질 수 있어 좋았고 후배들이 불러오는 “오빠”소리가 그렇게 정겨울 수 가 없었다. 청년들의 모임이 끝나면 여전도회에서 준비한 떡국을 먹는다. 새벽에 먹는 떡국은 별미였다. 드디어 ‘새벽송’을 돌기 시작한다. 조를 나누어 성도들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집을 찾아 문턱에 서서 찬송을 부르기 시작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1절을 부르고 나면 “저 들밖에” “그 어린 주 예수” “기쁘다 구주 오셨네”중 한곡을 더 불렀다. 찬송소리에 빼꼼이 문을 열고 나오시는 성도의 표정에는 단잠을 깬 피곤함도 보이지만 찾아와 찬송을 불러주는 우리를 향한 고마움이 더 묻어나왔다. 찬송이 끝나고 나면 함께 외친다. “메리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담이 담긴 외침이 골목을 타고 하늘로 울려 퍼진다. 담아주는 선물이 준비한 자루를 채워갔다. 시간이 급박할 때는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수화기를 통해 새벽 송을 불렀다. 그렇게 젊은 날의 성탄은 깊어갔다.

미국에서의 성탄은 그 옛날처럼 크리스마스이브의 낭만도 없다. 새벽송도 없다. 솔직히 가슴이 설레이는 감흥도 없다. 하지만 하늘영광을 버리시고 낮고 천한 구유에 누우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각한다. 이 추운 겨울. 어려움을 당하여 떨고 있는 사람들. 외로움과 방황 속에서 눈물짓는 그 누군가를 위하여 두 손을 모은다. 2011년이 조용히 저물어 간다. 성탄의 기쁨이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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