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86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0.jpg

 

 

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다. 사춘기 시절에는 빨리 20대가 되고 싶었다. 교복을 벗어던지면 새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스무살이 되는 때부터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두 살 정도를 덧붙이며 살았다. 그때 나는 노안이었으니까. 그러다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겁이 나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제 나이를 찾으려니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였다. 나이는 일년마다 하나씩 먹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생을 살아오며 느끼는 것은 젊음이 너무도 빨리 내 곁을 떠나간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나이가 들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풋풋한 유년기가 있었고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청년기가 있었다. 청춘에 아이콘은 사랑이다. 정말 그 시절에는 사랑이 생의 전부이다. 여자들은 모르지만 그 나이의 남자들은 주로 나누는 대화가 “이성”에 관한 것이다. 수다는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20대에 이미 확인 할 수 있었다. 변변한 카페도 없던 그 시절에는 골목길 남의 집 창문 밑에서 칠성사이다 한 병을 마셔가며 밤새 대화를 했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던지.

어쩌다 마주친 그녀(그이)의 시선 때문에 잠 못 이루며 뒤척여야만 하였다. 스쳐가는 사랑 때문에 울고 맺어진 사랑 때문에 하늘을 난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치도록 좋아 다가가면 멀어지고 관심이 덜 가는 상대는 ‘나 없이는 못산다.’고 다가선다. 그래서 결국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되는가보다. 사랑을 할 때는 영원할 줄 알지만 상대의 마음이 싸늘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이유도 모르는 체 지켜보는 것은 너무도 큰 고통이다. 청춘에게 이별은 죽음보다 힘든 순간임을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실연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고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가 시작되면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그렇다. 정말 청춘은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줄 알았는데 30을 넘어서면 나이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어느 날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아저씨”하며 길을 물어왔다. 나는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았다. 바로 나였다. 그날 깨달았다. “아. 내가 아저씨가 되었구나!” 그날 그 사람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그렇게 진짜아저씨가 되어가고 서른살 가을에 영화처럼 다가온 한 여인을 만났다. 나이에 쫓겨 서둘러 결혼식을 거행하고 우리는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돌을 지나며 딸이 외쳤다. “아빠!”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귀엽기도 하지만 손이 많이 가기에 바쁘기가 이를 데 없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때때로 성가시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쩌다 모임에 아이들을 동반하면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부산하다. 그런데 어리기만 하던 아이들이 금방 커버린다는 것을 그때는 깨닫지 못한다.

인생은 실로 산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 저 산만 넘으면 평지가 펼쳐질 줄 알지만 그 산을 넘으면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그렇게 2011년의 산을 넘어 새로운 시간을 바라본다. 50대가 깊어가는 세밑에서 문득 청춘이 그리워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청춘의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 많은 나는 부자임에 틀림이 없다. 세월은 가도 사람은 남는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지울 수는 없다. 회고해 보면 나의 젊은 날은 푸르름 그 자체였다. 나이가 알려주는 숫자에 파묻히지 않고 푸르른 마음으로 살아가련다. 조금은 철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지난 한해동안 매주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1.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8/4/2012

    칼럼 제목만 보고는 그 옛날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듯싶다. ‘비비안리’와 ‘마론 브란도’가 스타덤에 올라섰던 그 영화 말이다. 영화에는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세인물의 인생철학이 뚜렷하게 드...
    Views77432
    Read More
  2. 교복을 벗고 2/2/2014

    한국에 갔을 때에 일이다. 친구가 꽃게탕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굳이 “마장역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활어회는 몰라도 해물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택시에 올랐다. 가다보니 신답십리 쪽이었고 장...
    Views77459
    Read More
  3.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7585
    Read More
  4.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10/15

    가정의 전권을 쥐고 살던 남편들이 힘을 잃어가면서 희한한 유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간 큰 남자 시리즈, 고개 숙인 남자”는 옛이야기이고 급기야 “맞사모”(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가 결성되기에 이르른다. 요사이 드라마를 보...
    Views77691
    Read More
  5. 가을 그림 11/22/2012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는 너무도 깊은 것 같다. 불행 중 다행히도 필라델피아는 극한 상황을 넘기며 전기사정이 회복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주 동부지역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부 뉴저지 지역은 전기는 고사하고 주유소에 기름이 없...
    Views77745
    Read More
  6.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7786
    Read More
  7.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7970
    Read More
  8.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8093
    Read More
  9. 독일제 백금 샤프 3/25/2013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미제> 학용품 하나만 가지면 아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진노오랑 색깔의 미제연필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필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U.S.A>는 아이들의 탄성...
    Views78147
    Read More
  10. 겨울 낭만 2/18/2013

    우리는 지금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겨울은 춥다. 눈이 많이 온다. 사람뿐 아니라 생물세계에서도 활동이 무뎌지는 계절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폭설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부에서 살다가 처음 필라델피아에 와서...
    Views78250
    Read More
  11.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 2/25/2012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만남”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먼저 “숙명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이 가족이고 집안이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그런 분들이 나의 부모님이셨다. ...
    Views78506
    Read More
  12. 천원식당 6/23/2013

    세상이 많이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과거보다 살기가 풍요로워졌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야 할 텐데 민심은 점점 싸늘해져만 간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기 가슴 훈훈한 식당이 있다. “해 뜨는 식당”(광주 대인시장). 이름만 들어...
    Views78574
    Read More
  13.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8602
    Read More
  14. 누군들 자장가가 그립지 않으리 3/18/2013

    그는 시인이다. 필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다. 서른이 훨씬 넘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태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 아내가 임신 6주차에 접어들었을 때에 ‘양귀비 씨앗만하다’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Views78640
    Read More
  15. 향수병(鄕愁病) 12/6/2010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많은 곳을 떠돌며 인생을 엮어간다. 우리는 모두 한국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외국에 나가 살게 될 줄을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오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대부분 어쩌다가 미국에 ...
    Views78644
    Read More
  16. 젊은날의 푸르름 12/31/2011

    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
    Views78676
    Read More
  17. 캠프에서 만난 사람 8/31/2011

    장애인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랑의 캠프”가 막을 올렸다. 동부에 있는 밀알선교단이 연합하여 개최하는 사랑의 캠프는 금년으로 19회 째를 맞이한다. 필라델피아 밀알 단장으로 와서 어느새 아홉 번째 참석하고 있으니 실로 세월이 유수이...
    Views78692
    Read More
  18. 깊은 물 7/29/2013

    무더운 여름, 집 앞 시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해 살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을 따라 다리 밑으로 향하고 물에 뛰어들며 수영을 배웠다. 물먹기를 반복하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수영실력은 늘어갔다. 수영을 익히면서 물과 친근해 졌다. 물에 몸을 맡...
    Views78740
    Read More
  19. “1박 2일” 마지막 여행 3/7/2012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 밀려오는 서운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5군데나 다녔다. 순경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장 오래 다녔던 ...
    Views78899
    Read More
  20. 얄미운 12월의 손짓 12/18/2012

    12월이다. 세월이 왜 이리 빠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우연히 집에 들른 사촌형이 “지금은 세월이 안가지? 나이 들어봐라. 세월이 점점 빨라진단다.”고 말할때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무료한 날들이 많았기에 어서 세...
    Views793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