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8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느새 세월이 흘러 2023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한해가 저물어감에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마음이 서럽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날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이 땅을 찾아오신 복된 날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크리스마스는 신자들보다 세상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그날의 의미도 모른 채 말이다.

 

  누구나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이 있다. 깊은 산골짝에서 성장한 분일수록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아스라한 성탄 장면들이 너무도 많다. 가난하던 시절에 교회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따뜻한 난로부터 풍금’. 그리고 주일마다 나누어 주는 학용품은 아이들에게 꿈을 주었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조금 더 푸짐한 선물이 준비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처음으로 교회에 가서 받은 것이 음악 공책이었다. 오선지가 그려진 음악 공책이 너무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고이고이 간직해 두었던 웃지 못할 기억이 있다. 예배당 종소리는 눈 덮인 시골 동리 곳곳에 평화로움을 전달 해 주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우리들은 누가 가자소리를 한 적도 없는데 예배당으로 향했다. 귀마개나 장갑도 없이 방울 털모자 하나 뒤집어쓰고 언덕배기 예배당에 올라갔다. 그 추위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고르땡(골덴) 바지 덕분이었다.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들린다 저 깊고 깊은 산골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시골 교회당에서 여선생님이 눌러대던 풍금소리에 맞추어 우리는 찬송을 불렀다. 이어진 연극 시간에 어설프지만 마리아와 요셉, 동방박사를 연기하던 아이들이 왠지 커보였다. 집으로 향하기 전 선물을 나누어 주는 선생님을 향해 우리는 저요. 저요!”를 외쳐댔다. 그렇게 믿음도 없이 교회에 드나들던 악동들은 이제 세월이 흘러 머리에 흰 꽃이 내려앉는 나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마음에 그린다. 고교시절 키타를 치며 즐겨 부르던 팝송이 “White Christmas”였다.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올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렸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전에 그랬듯이 올해에도 말이예요.) 눈은 사람에게 신비감을 안기어 준다. 눈이 오면 어린아이와 강아지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눈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Love Story”이다. 고교시절 영화 “Love Story”를 보면서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영화 속 장면 중에 음악 ‘snow frolic’(눈 장난)이 깔리면서 주인공들이 눈밭에서 마구 뒹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얀 화면과 눈이 하나가 되어 스크린과 영화의 장면이 혼동되는 명장면이 연출된다. 촬영한 장소가 뉴욕 ‘Central Park’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뉴욕은 세계 젊은이들이 사랑을 꿈꾸는 도시로 급상승하게 된다.

 

  2023 크리스마스이다. 젊은 날처럼 들뜨지 않아도 쏟아지는 눈발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한해를 반추해 보고 싶다. 지난 한해를 디뎌온 내 발자욱을 조용히 점검하면서 잠시 후 내 곁에 다가와 옆구리를 슬쩍찔러댈 2024년을 미소로 반기고 싶다. 금년 한해도 매주 칼럼을 써서 올렸다. 그 세월이 어느새 20년이다. 놀랍고 감사하다. 어쩌다 마주치는 분들이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 놀라며 목사님이시지요? 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요라고 인사를 건네 올때면 보람을 느끼며 응대한다.

 

  목사지만 목사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글을 쓰려 애를 쓴다. 일단 모두에게 부담없이 읽혀지는 글이 되고 싶어서이다. 글을 쓰며 먼저 내가 행복하다. 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가슴에 그 행복이 번져갔으면 싶다. Merry Christma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1. No Image

    오체불만족

    일본인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후에야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말하며 아가를 끌어안는다...
    Views7150
    Read More
  2.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6477
    Read More
  3. No Image

    '무’(無)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ls...
    Views6553
    Read More
  4.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7150
    Read More
  5.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7232
    Read More
  6. No Image

    무슨 “띠”세요?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밝아온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몇살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개 “저는 몇 년생입니다.”로부터 “저요? ○○ 띠입니다.”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해야...
    Views6792
    Read More
  7. No Image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2023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한해가 저물어감에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마음이 서럽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날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
    Views6803
    Read More
  8. No Image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양평)에서 자랐다. 집 앞에 흐르는 실개천에 한여름 장마가 찾아오면 물의 깊이와 흐름이 멱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이 불어난 그곳에서 온 종일 아이들과 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동네 뒤편에는 병풍을 두른 듯 동산이 ...
    Views7316
    Read More
  9. No Image

    숙명, 운명, 사명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Views6725
    Read More
  10. No Image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
    Views6763
    Read More
  11.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7057
    Read More
  12.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7142
    Read More
  13.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6982
    Read More
  14.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7539
    Read More
  15.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7578
    Read More
  16.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8306
    Read More
  17.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8578
    Read More
  18.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8600
    Read More
  19.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8234
    Read More
  20.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816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