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11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을 풍경.jpg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조금씩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많지는 않았지만 여학생을 만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실로 여자는 한마디로 알다가도 모를 존재였다. 만날 때마다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서 자랐다. 그 말은 어느 정도 여자에 대해 익숙해 질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제와 여자는 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김소월 시집”을 만났다. 김소월은 시인이라서 그런지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았다. 많은 여자를 만나며 시를 써나갔다. 소월이 쓴 여자들에 대한 내용의 시를 대하며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성교제를 나누며 그 시가 가슴에 와 닿았다. 남자의 특징은 단순성이다. 여자들처럼 복잡하지 않다. 백화점을 가도 남자는 어떤 물건을 사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 목적을 향해 돌진한다. 그래서 쇼핑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여자는 다르다. 예를 들어 7층이 내가 사야할 물건이 있는 매장이라면 1층부터 훑으며 올라간다. 그러니 쇼핑하는데 한나절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검증된 학설은 아니지만 남자가 삶의 무료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나님은 여자를 신비한 존재로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

 

 가을은 남자를 닮았다. 흔히들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꽃피는 봄날은 여자의 계절로 공인(?)되었다. 꽃이 있기에 봄이 여자의 계절이 되었을까? 물론 가을에도 꽃은 핀다.

 그러나 봄날에 피는 꽃과는 밀도와 습도가 다르다. 봄에 피는 꽃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기온이 가까워 옴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을에 피는 꽃은 결실의 의미가 크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온은 떨어지고 어느 날 흩날리게 될 눈발을 대비해야만 한다. 바람만 불면 떨어져 뒹구는 낙엽이 낭만적이기보다는 인생처럼 느껴지면서 왠지 모를 고독을 느끼게 하는 때가 가을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가을을 탄다.’는 것도 어색한 느낌이 든다. 가을이 되면 베이지색 바바리코트 깃을 ‘바짝’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넣은 채 마냥 걸어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필자는 홍릉에서 사춘기를 보냈다. 집에서 홍릉까지는 마로니에가 가로수로 길 양쪽에 서있었다. 어슴프레한 저녁 무렵에 넓적한 마로니에 잎이 아스팔트 위에 뒹구는 모습을 보며 길을 걷는 것은 남다른 낭만이었다. 그 당시는 소규모의 전자대리점(전파사)이 많았다. 밖에 내어 놓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팝송이 주를 이루었지만 때로는 ‘배호’ ‘패티 김’의 노래도 흘러나왔다. 걷다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찐빵 집”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홍릉 앞에 좁은 인도를 위험스레 지나가면 드디어 은행나무 가로수가 반기기 시작한다. 역시 가을하면 노오란 은행잎이 그 의미를 더한다. 노오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걸어본 일이 있는가? 누가 같이 가는 것도 아닌데 그 은행잎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공중에 날려 본 적이 있는가? 눈을 감으면 그 가을그림이 영상처럼 스쳐간다.

 

 가을비가 세월을 재촉한다. 6일부터는 일광 절약 시간제(Daylight saving time)가 해제된다. 이제는 밤과 친해져야 하는 계절이다. 40년 지기 절친이 한국에서 날아왔다. “Valley Forge”를 두루 거닐며 가을에 잠겨보았다. 사람은 아름다운 추억이 많을수록 행복지수가 높단다. 그대에게는 스쳐가는 가을을 붙잡을만한 에너지가 있는가? 무작정 가을을 타고 싶다. 커다란 행사를 감당한 후에 오는 공허감을 가을로 채우고 싶다. 더 붉고 아름답게 타오를 가을단풍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내 젊은 날에 친구였던 ‘기타’를 들고 공명이 잘되는 계곡 속에서 그 옛날의 노래를 다시 부르고 싶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패티 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김광석) “가을 우체국 앞에서”(윤도현) 그런 노래를 부르다보면 생각지 않았던 가을 그림이 새롭게 하늘을 수놓을 것 같다.


  1.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62231
    Read More
  2.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
    Views66613
    Read More
  3.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61043
    Read More
  4.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61161
    Read More
  5. 그때 그 소녀들의 함성 “밀알의 밤”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Views63081
    Read More
  6. 태국 & 국왕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절친한 김 목사가 방콕으로 선교를 간지 14년만이다. 선교하는 “태국 새비전교회” 예배당 건축을 기념하여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친구의 강청에 이끌리어 태국행을 결단했다. 공항은 동...
    Views65082
    Read More
  7.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64586
    Read More
  8.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65275
    Read More
  9.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63590
    Read More
  10.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5947
    Read More
  11.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63105
    Read More
  12.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9388
    Read More
  13.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7184
    Read More
  14.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3935
    Read More
  15.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7004
    Read More
  16.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84544
    Read More
  17.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5724
    Read More
  18.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62245
    Read More
  19.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72709
    Read More
  20.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840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