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11.11 18:32

시간이 더디갈 때

조회 수 6104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시간관리.jpg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색등만 켜대는지! 그런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 그렇단다. 인생살이가 그래서 참 묘하다. 미국은 “일광 절약 시간제”(Daylight saving time)를 시행하는 나라이다. 시간을 늦췄다 당겼다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기 좋게 조절한다. 그렇게 시간을 마음대로 가게도하고 멈추게도 한다면 세상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사람은 누구나 기다리는 상황에 처하면 시간을 길게 느끼게 된다.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보낼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겨우 보낸 문자에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 그 짧은 시간에 ‘혹시나 문자를 잘 못 보내지 않았을까?’ 발신문자를 다시 확인하고 ‘내가 벨소리를 못 들었나?’ 싶어서 자꾸 핸드폰을 열어보게 된다. 1분이 마치 1시간이 되는 듯 기다리는 사람은 점점 목이 타들어 갈지도 모르겠다.

 

 출근길에 지각을 면하려고 겨우 뛰어 들어가 올라탄 엘리베이터. 그런데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문은 쉽게 닫히질 않는다. 닫힘 버튼을 몇 번이고 눌러보지만 녀석은 자기 마음대로이다. 너무 급한 나머지 닫힘 버튼만 누르고 자신이 갈 층수를 누르지 않아 그냥 통과해 버릴 경우에는 암담해 진다. 언젠가부터 모 TV에서 유행된 말이 있다.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발표를 멈추며 시간을 지체시키면서 쓰는 멘트이다. 그 1분이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것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일을 급하게 처리해야 할 때 컴퓨터를 ‘부팅’하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 마트에 들러 쇼핑을 하는데 까지는 속전속결이었는데 ‘아뿔싸!’ 내가 서 있는 계산대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샀는지? 왜 내 계산대에 ‘캐셔’는 그렇게 행동이 굼뜬지, 앞에서 계산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할인쿠폰을 들이대며 계산하려 하는지, 안 되는 카드가 왜 그렇게 많은지? 마트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 이외에도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순간순간을 경험하며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라면을 익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5분인데 왜 그리 안 끓는지, 택시를 타고 신호에 걸려 대기할 때 길어야 2분인데 택시미터기는 왜 그리 요금을 빨리도 올려대는지, 합격 발표를 보러갈라치면 시간이 다가오며 1분이 남았을 때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 퇴근하기 몇 분 전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 가는지? 제대 말년에 병장 계급장을 단 이후에는 전역할 이 시간은 왜 그리 더딘지? 그래서 생겨난 말이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이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것은 “금식기도”를 드릴 때인 것 같다. 평상시에 그렇게 잘 가던 시간이 음식을 끊는 그 순간부터 멈춰버린다. 하기야 인생을 돌아보면 하루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날마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이니까! 약속한 금식이 거의 끝나가며 또 한번 시계바늘은 멈춰버린다. 아내는 아기를 참 힘겹게 낳았다. 요사이는 아가를 출산하는 현장에 아빠도 동참시키는 것이 일반화되었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산부인과 복도에서 아내의 순산을 기도하며 기다리던 시간은 내 생애에 가장 긴 순간이었으리라.

 

 인생이 길어보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세월이 날아감을 느낀다.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왜 그리 ‘휙휙’ 지나가는지? 그러면서도 간혹 더디가는 시간을 야속하게 느끼는 것은 욕심이 과해서일까? 하나님은 젊은 사람에게나 나이든 사람에게나, 부자나 연약한 사람에게나, 어떤 민족, 어떤 처지에 사람에게나 똑같은 시간을 허락해 주신다. 상황에 따라 빠르거나 느리게 느껴질 뿐이다. 흘러가는 세월을 지혜롭게 활용하며 멋지게 빚어내는 책임은 나에게 있을 뿐이다. 시간을 사랑하자. 그리고 고마워하자!


  1.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62231
    Read More
  2.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
    Views66613
    Read More
  3.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61043
    Read More
  4.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61160
    Read More
  5. 그때 그 소녀들의 함성 “밀알의 밤”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Views63081
    Read More
  6. 태국 & 국왕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절친한 김 목사가 방콕으로 선교를 간지 14년만이다. 선교하는 “태국 새비전교회” 예배당 건축을 기념하여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친구의 강청에 이끌리어 태국행을 결단했다. 공항은 동...
    Views65082
    Read More
  7.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64585
    Read More
  8.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65275
    Read More
  9.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63588
    Read More
  10.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5947
    Read More
  11.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63105
    Read More
  12.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9388
    Read More
  13.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7184
    Read More
  14.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3935
    Read More
  15.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7004
    Read More
  16.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84539
    Read More
  17.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5723
    Read More
  18.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62243
    Read More
  19.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72709
    Read More
  20.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840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