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66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그리움.png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듯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시대의 어머니가 다 그러했듯이 우리 어머니도 꽤나 억척스럽게 사셨다.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시던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들의 다리를 고쳐보겠다.”고 전국을 수소문해 ‘용하다’는 의원들에게 나를 많이도 데리고 다니셨다. 그 소원을 이뤄드리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죄스럽다. 갑자기 이미 고인이 된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누군가는 그랬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평생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응어리진 가슴을 보듬으며 사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이산가족들을 생각해 본다. 어느 날, 공산치하를 벗어나려 정든 고향을 떠나며 “잠시 피난을 갔다 오면 되겠지.”했는데 그 세월이 60여년이다. 그 사연도 가지가지이다. 신혼의 단꿈을 포기한 채, 나이든 노모를 뒤로하고, 어리디 어린 딸에게 “예쁜 꽃신을 사가지고 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군대에 끌려가며 “금방 오리라.”고. 손을 흔들며 떠난 사람들. 가로막힌 휴전선은 그들의 그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지부동 서있고, 만남의 기약은 아직도 요원하다.

 

 나는 인사이동이 잦은 경찰 아버지를 둔 까닭에 초등학교를 다섯 군데나 다녀야 했고 정들었던 친구들과 자주 이별을 해야만 하였다. 낯선 학교와 환경에서 서먹한 분위기를 삭히며 쉬는 시간만 되면 운동장 구석에 숨어 그리운 친구들의 이름을 땅위에 적어댔다. 정말 보고 싶었다. 고교시절,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여 꿈에 그리던 서울생활을 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가세(家勢)가 기울어지며 엄마와 헤어져 살아야 하는 세월이 있었다. 전화도 없던 시절에 엄마를 부르며 울먹이던 사춘기 내 모습이 저만치 투영되어 다가온다.

 

 신앙의 싹을 틔우며 자라난 “홍릉교회”(청량리)에서 소명을 받고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담임 목사님은 물론이고 많은 성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총신대학교 2학년에 올라가자 전도사로 임명되었고 온힘을 다해 주일학교를 섬겼다. 그렇게 영원히 머무를 줄 알았는데 정들었던 본 교회를 떠나는 순간이 다가왔다. 보다 장성한 목회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본 교회를 떠난 후 밀려오는 그리움을 견뎌내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어렸다. 예배시간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강단을 바라보던 아이들, 함께 했던 교사들, 교회 형, 누나들. 그리고 후배들이 그리워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결혼을 하자마자 “강도사 고시”를 치러야만 하였다. 목사가 되는 과정에서 이 고시는 꼭 넘어야할 커다란 관문이었다. 짐을 싸서 떠나야 했다. 신혼에 홀로 “광주기도원”(경기도)에 올라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몰두하는 것은 너무도 힘들었다. 어느 날 밤, 고시공부를 하다가 잠시 바람을 쐐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보름이어서인지 휘영청 둥근달이 떠있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달을 보고 아내가 보고 싶어 울었다. 지금처럼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로스앤젤레스’로 늦깎이 이민을 왔다. 갑작스런 장애인선교의 소명을 받고 미국으로 날아온 것이다. 아직 어리디 어린 아이들, 가녀린 아내. 언어도 지리도 어둡고 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여건 속에서 이민의 삶은 시작되었다. 다행히 밀알선교단에 involve 되었고, 본격적인 장애인사역에 몰두하게 되었다. 하지만 불현 듯 다가온 ‘향수병’은 또다시 넘어가야 하는 과정이었다. 아마 그때처럼 한국드라마에 몰두한 적도 드문 것 같다. 영상에 비춰지는 서울거리를 보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어느 정도 달랬던 것 같다.

 

 나는 철이 없어서인지, 외아들이라서 그랬는지 평생 “엄마”라고 불렀다. “어머니”하면 거리가 느껴져서일까? 차창에 날아와 붙는 단풍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엄마, 잘 계시지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1. 내 목소리가 들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듯이 사람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소유하며 살고 있다. 나는 20대 초반, 교회 ‘어린이 성가대’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휘는 ‘문외...
    Views62228
    Read More
  2.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
    Views66611
    Read More
  3.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61042
    Read More
  4. 내가 그리는 가을 그림

    사계절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철이 없을 때는 기온의 차이로만 느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계절의 감각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자는 봄에 예민하고 남자는 가을을 타는가보다. 봄의 의미는 신비이다. 여자는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사춘기 시절에 접어들며...
    Views61158
    Read More
  5. 그때 그 소녀들의 함성 “밀알의 밤”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Views63081
    Read More
  6. 태국 & 국왕

    2년 전, 처음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절친한 김 목사가 방콕으로 선교를 간지 14년만이다. 선교하는 “태국 새비전교회” 예배당 건축을 기념하여 “와서 부흥회를 인도해 달라!”는 친구의 강청에 이끌리어 태국행을 결단했다. 공항은 동...
    Views65082
    Read More
  7. 누가 알리요, 부모의 심정을!

    “장애인 아들 감금 폭행한 비정(非情)의 목사 부부” 언젠가 한국에서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목회자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감금하고 폭행까지 하다니! 그것도 10년 동안이나. “발에 긴 쇠사슬을 묶어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rdq...
    Views64583
    Read More
  8. 가을남자 박완규

    밀알의 밤이 두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스트를 확정하고 밀알 단원들에게 “아직 멀었지만 미리 기도로 준비하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척이다. 가을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삶을 돌아보게 하고 항상 들었던 음악의 느낌을 가슴으로 ...
    Views65274
    Read More
  9.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63586
    Read More
  10.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5946
    Read More
  11.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63102
    Read More
  12.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9388
    Read More
  13.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7182
    Read More
  14.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3935
    Read More
  15.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7002
    Read More
  16.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84534
    Read More
  17.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5721
    Read More
  18.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62243
    Read More
  19.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72709
    Read More
  20.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840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