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30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중전화.jpg

 

 

실로 정보통신 천국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가보면 어리디어린 아이들도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젊은 시절에 외국영화를 보면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었다. “저게 가능할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부목사 시절에 동부교회에서 교구와 제3남전도회를 지도하고 있었다. 당시 회장이던 김영구 집사님이 지금생각하면 너무도 투박한 모토로라 핸드폰을 구입했는데 얼마나 신기하던지 만지작거리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댔었다. 그때가 1990년으로 기억된다.

사실 80년대 초 만해도 가정집에 전화가 흔치 않았다.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공중전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화 한 통화를 걸기위해 앞사람의 전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차례가 오면 깨알같이 적힌 전화번호 수첩을 꺼내 다이얼을 돌린다. “어떤 목소리 톤일까? 어떻게 내 전화를 받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신호가 가는 소리를 기다리면 동전이 떨어지며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무나도 반갑고 선명하고 잘 들리던 그때의 공중전화 한 통화.

친구는 친구에게, 이성 친구에게, 고향 떠나온 자식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군대 간 현역군인은 고참 눈치 보며 부대막사 앞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너무나도 보고 싶은 애인에게 “혹시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통화를 한다. 틈만 나면 한번이라도 더 전화하고자 마음 졸이며 나누었던 애인과에 대화가 공중전화에는 그대로 담겨있다. 그 당시 공중전화는 사람냄새를 맡게 하며 소중한 사람과의 정을 더 끈끈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핸드폰 열풍이 불면서 편리해지고 신속해 진 것은 틀림이 없는데 사람냄새가 사라진 것이 아쉽고 사람들마다 무언가에 집착하며 사는 것 같아 서글퍼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가는 세상이 무섭기까지 느껴진다. 공중전화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배려와 양보가 있게 하였고 친구는 친구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끈끈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었다.

담임 목사가 되어 연말에 여전도회로부터 삐삐를 선물 받았다. 처음에는 삐삐가 하도 안 울려 목양실에 앉아 교회전화로 스스로 삐삐를 치던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운전을 하다가 중요한 삐삐호출이 오면 급하게 차를 세워놓고 공중전화를 통해 통화를 해야 만 하였다. 젊은이들은 삐삐를 통해 연락을 하고 사랑을 나누었다. 허리춤에 찬 삐삐에 호출 전화가 뜨면 가슴이 설레이고 공중전화 다이얼을 돌리며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를 상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삐삐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금방 핸드폰이 전 국민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데 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역시 한국인이다. “빨리빨리”의 힘은 대단했다. 이제는 누구나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손안에 핸드폰을 하나씩 다 가지고 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는 인정은 공중전화와 삐삐가 있던 그 시절 보다 훨씬 더 못한 것 같다. 아마 그 이유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삶에만 집착하면서 살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밖에 모르는 개인주의가 팽배해가기 때문이다.

손안에 전화가 있는데 이상하게 공중전화를 사용할 때보다 친구들과의 통화는 더 뜸해지고 어쩌다 전화를 하면 안부를 묻는 정도가 고작인 것 같다. 차라리 불편하고 더뎠지만 공중전화를 쓰던 시절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한국에 가보면 아직도 공중전화 부스가 드문드문 있기는 있다. 거의 쓰는 사람이 없는 외톨이가 되어서 말이다. 앞사람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우리는 그 사람을 생각했었다. 무슨 말을 할지도 곰곰이 되뇌었다. 전화번호를 암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두뇌활동이 활발했었고 연상법을 사용하여 나름대로의 암기법이 절실히 필요하기도 하였다. 사람을 생각하며 걸던 공중전화 시대가 그래서 더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1. 희망을 쏘아올린 골든벨 2/13/2013

    <도전, 골든벨!>(KBS-1TV)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려 50개항에 퀴즈를 풀어가는 동안 벼라별 해프닝이 속출한다. 학생들의 교복과 모자에는 응원자들과 탈락한 친구들의 명찰이 ‘치렁치렁’ 매어달리고 서서히 생존자(?)들이 줄어들기...
    Views87142
    Read More
  2. 희망과 추억이 가득한 성탄 12/24/2012

    한해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식당과 쇼핑몰마다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 자선냄비와 어우러져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성탄이 가까워 옴을 느낀다. 아빠 차에 오른 딸에게 물었다. “너는 캐롤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이니?” “모...
    Views94376
    Read More
  3.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빨리도 지나간다. ‘그런 말은 결코 다시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건만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되뇌이게 된다. 젊음이 오랜 줄 알고 그냥 저냥 지내던 20살 때에 고향 ‘포천’에서 사촌 형님이 오셨다. 우리 집...
    Views64180
    Read More
  4. 흔들바위 부부 8/19/2013

    고교 2학년 때에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우리세대는 기억한다. 그 당시에 수학여행이 실로 추억덩어리였음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쉼 없이 몸을 흔들고 노래를 불러댔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그래도 피곤을 모를 ...
    Views78418
    Read More
  5. 휠체어  7/7/2011

    휠체어가 한 대 놓여있다. 사람들은 휠체어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두려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거동이 몹시 불편한 분들이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앉으신 분을 처음 보았을 때에 느낌이 떠오른다. 장애를 가지...
    Views81515
    Read More
  6. 후진을 더 조심해야 한다 8/26/2013

    3년 전 여름,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이었다. 한아름 마트에 들렀다가 차를 후진하면서 승용차 문을 ‘살짝’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뒤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고 후진 기어를 넣었는데 뭔가 닿는 느낌이 들어 차를 세워보니 그곳에 까만색 승용차가...
    Views71101
    Read More
  7. 황혼기 갈등 6/5/2015

    이 세상에 갈등이 없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부부는 만나면서 “갈등”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관습과 환경 속에서 성장한 청춘남녀가 ‘사랑’이라는 가느다란 끄나풀로 시작하는 것이 부부이다. 그 사랑이라는 것...
    Views69530
    Read More
  8.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40706
    Read More
  9.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4104
    Read More
  10. 화가 올라올 때 8/23/2014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 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화를 자주 내며 산 것으로 기억이 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걸음은 부실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몸은 따라주지 못하는 장애가 화를 유발하는 원인이었던 같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은 이미 매사에 화 기운...
    Views71539
    Read More
  11.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12157
    Read More
  12.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35418
    Read More
  13.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5069
    Read More
  14. 헐∼ 3/27/15

    나에게 재산이 있다면 소중한 친구들이다. 성격도, 만난시기도 다 다른 친구들이 여기저기 포진(?)하며 내게 힘을 준다. 그중에서도 ‘봉채’는 고 1때 만나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어언 40여년이 흘러갔다. 고...
    Views85393
    Read More
  15. 허풍 8/31/2011

    사역을 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진실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때로는 ‘척’들어도 허풍 같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사람까지 참 다채롭다. 심리학자 ‘칼융’의 학설처럼 겉으로 드러나...
    Views74564
    Read More
  16. 향수병(鄕愁病) 12/6/2010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많은 곳을 떠돌며 인생을 엮어간다. 우리는 모두 한국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외국에 나가 살게 될 줄을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오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대부분 어쩌다가 미국에 ...
    Views76485
    Read More
  17. 행복한 수고 10/29/2012

    이왕이면 건강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심정은 부모라면 똑같은 바램이다. 하지만 인생이 사람의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분들이 장애아동을 가진 학부모들이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부부에게 장애아가 태어 났을때에 그 충격은 당사자가 아...
    Views68573
    Read More
  18.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7557
    Read More
  19.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8778
    Read More
  20. 행복하십니까? 5/16/2012

    사람들은 오늘도 행복에 목말라 하고 있다. 행복은 무엇일까? 과연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행복이란 간단했다. “괴깃국(고깃국의 사투리)에 이밥(하얀 쌀밥)을 말아 먹는 것”이었다. 그것은 명절이라야 가능한 일이었...
    Views7078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