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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네♬” 홀로 선 인생이 어디 있으랴! 기억에서는 희미 해 가지만 어리디 어린 나이로부터 겹겹이 쌓여진 세월과 함께 나를 가르치고 훈계하던 스승들 덕분에 오늘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푸르른 5월에 떠오르는 스승이 있다. 순간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고마운 분들이 있다. 따라서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삶의 행운이다.

 

 사실 나는 신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에 아이들을 따라 몇 번 교회를 나가본 적은 있지만 열심히 다닌 적은 없다. 그런데 인생 모를 일이다. 입시요강을 세밀히 살피지 못한 결과이겠지만 입학한 고등학교가 기독교 학교였다. 성경을 배우고 억지로 채플에 참석하면서 가랑비에 옷젖듯 내 신앙은 미미하게 싹을 틔우고 있었다. 미션스쿨에는 교목이 있다. 고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교목이 새로 부임했다. 당시 28살이던 그분은 서울대학교를 다니면서 야간에는 신학을 전공 한 후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했다. 이름은 “천정웅”.

 

 약간은 검은 피부에, 심각해 보이는 표정,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쓴 그분에게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천 목사님은 남다른 애정을 쏟으며 내게 다가왔다. 어느 날. 자신이 부목으로 있는 “홍릉교회”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처음 교회에 들어서는 내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학교에서 만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천 목사님의 모습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메시지가 신선하고 실질적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드디어 광고 시간이 되었다.

 

 여러 공지 사항을 말씀하던 목사님이 “오늘 귀한 학생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재철 학생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얼떨결에 일어섰더니 잠시만 앞으로 나오란다. ‘이건 아닌데’ 목사님의 말이 이어진다. “이재철 학생은 웅변도 잘하고, 노래 실력도 뛰어납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인기가 있는 모범적인 학생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생각이 안 난다. 중요한 것은 그때부터 난 그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천정웅 선생님과 나는 이제 목사와 성도의 관계가 되었다. 목사님과의 에피소드는 엄청나다. 목사님의 강권적인 권유로 신학공부를 하게 되었고 어려운 형편을 알고 학비까지 대주시며 나를 키워주셨다. 이내 홍릉교회의 담임을 맡으실 뿐 아니라 총신대학교 강사로 출강을 하셨다. 이제는 대학 교수와 제자로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신학대학원에 올라갔더니 그곳에서도 한 과목의 강의를 하셨다. 이것은 비밀이지만 그 까닭에 천 목사님의 과목은 무조건 A+였다.

 

 천정웅 목사님은 나의 멘토였다. 설교하는 스타일, 성도들을 대하는 태도, 목회자의 인격 관리를 다 그분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목사님은 홀연히 영국 유학을 떠나더니 나중에는 미국 서부 산호세에 자리를 잡으시고 목회를 하셨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은 역시 스승다운 경쾌한 이야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실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목사님이 암에 걸렸다는 비보였다.

 

 목사님은 정말 건강한 분이셨다. 육상경기에는 따를 자가 없을 정도로 강철 체력을 가진 분이었다. 그런 분이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에 동문들은 모두 놀랐다. 병문안을 가고 싶었지만 당시 미국은 내게 너무나 멀었다.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워낙 건강하시기에 금방 병을 “툴툴” 떨쳐버리고 일어나리라 믿었다. 날마다 목사님의 쾌유를 위해 기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투병하던 천 목사님은 1994년 가을, 산호세의 한 종합병원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셨다. 하늘의 부름을 받으신 그때 나이가 49세였다.

 

 2004년 처음으로 산호세에 집회를 갔다. 목사님이 목회를 하다 소천하신 그 현장에서 나는 어느때보다도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했다. 천 목사님에 대한 간증도 했다. 그분을 기억하는 성도는 거의 없었다. 천 목사님은 갔지만 그의 제자는 오늘 필라델피아에서 스승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목사님! 은사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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