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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7 11:56

소나무야, 소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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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봄의 일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을 방문하였다. 처음 행선지는 경기도 용인이었다. 운전하는 친구 곁에서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봄의 정취에 빠져들고 있었다. 길목을 돌아서는 순간,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이 다가왔다. 마치 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꽃들이 즐비하게 피어 있었다. 친구에게 물었다. “와, 정말 예쁘다. 저게 무슨 꽃이야?” “글쎄” 그렇게 한참이나 꽃길을 지나 또 다른 일행을 만나 정겨운 교제를 나누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 꽃은 ‘이팝나무’라는 것을.

 

 이팝나무는 크기도 하지만 5월 중순에 파란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꽃을 가지마다 소복소복 뒤집어 쓴다.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꽃잎 하나하나는 마치 뜸이 잘 든 밥알 같다. 멀리서 보면 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흰 사기 밥그릇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이름이 그런가 했는데 절기 입하 때 핀다는 의미로 ‘입하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나무가 있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있다. 지방마다 상징하는 나무가 있다. 나무를 보면 사람이 떠올려진다. 뿌리는 땅을 디디고 있는 발 같고, 올라온 둥지는 다리, 위쪽은 가슴이 연상되고, 하늘로 치올라 간 가지는 팔을 높이 쳐든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 시절 뒷산에 오르면 각종 나무들이 즐비하게 산을 메우고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유독 소나무가 많았다. 소나무는 계절에 따라 향을 달리한다. 나이테를 더하며 모양도 다채롭게 변해간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청청한 솔잎이다.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절개를 뜻하기도 한다. 모두가 잘 아는 “소나무”라는 노래는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으로 시작한다. 애국가에도 소나무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가만히 보면 소나무는 뿌리에서 줄기, 가지에 이르기까지 버릴것이 없는 유용한 나무이다. 상상이 안되지만 그 가난한 시절에 소나무 껍질은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는 식사 대용품이었다고 한다. 봄이면 송화가루를 날리며 향을 내뿜는다.

 

 나무는 유용한 땔감이었다. 솔잎는 아궁이에 처음 불을 붙일때에 유용했고, 화력이 좋아 땔감으로는 최고의 나무였다. 나중에 맺어지는 솔방울도 용도가 다양하였다. 어려운 시절에 솔방울을 주워 내다 팔아 살림에 보탰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흘러 내려왔다. 추석에 송편을 빚어 솔잎을 가지런히 깔아 쩌내기도 하였다. 서로 달라붙지 않아 원형을 보존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영양소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니 조상들의 지혜에 탄복하게 된다.

 

 산등성이에 자라는 나무는 그냥 소나무라 부른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바람을 맞고 큰 나무를 해송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 벼랑에 버티고 있는 노송도 있다. 소나무를 전문적으로 사진에 담는 예술가에게 물으니 전국에 노송이 약 2,000 그루 쯤이 있고, 그중에서도 자태가 아름다운 고송이 300그루쯤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다시 압축하면 신송이 나오는데 약 20그루 밖에 안된다니 소나무도 나이가 들어가며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무를 향해 신송(神松)이라니? 나무를 보는 순간 경외감이 생기고 불굴의 기상을 느끼게 하는 것을 뜻한다. 소나무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것은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자라나는 끈기때문 일 것이다. 토양은 별로 없는 척박한 바위틈새에서 뿌리를 내려야 했으니 얼마나 그 삶이 처절했겠는가? 하지만 몸체가 뒤틀려 질수록 아름답고 진풍경이 연출되어 가치는 급상승한다. 사람도 평탄한 삶을 살아온 이들보다 고난과 아픔을 잘 견뎌내고 꽃을 피웠을 때 수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는 것과 같다.

 

 세계 곳곳에 나름대로 소나무가 있지만 한국의 소나무가 그중에 으뜸이란다. 로마의 가로수로 서 있는 소나무는 기풍은 있을지 모르나 거북이 등껍질 같은 갈라짐이 없고, 중국의 황상 소나무도 명품이지만 한국의 소나무처럼 구불구불 용트림하는 예술성이 결여되어 있다. 진정 소나무의 기상처럼 어떠한 환경에서도 움츠러들지 말고 기개를 펼치는 보다 진취적인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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