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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10:06

삶은 위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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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그렇듯이 젊은 날에는 정신없이 달려 나간다. 그만큼 자신감도 충만한 시기이다. 밤을 새워도 좋고, 어디서든 굴러도 좋다. 낭만과 열정이 섞여 휘몰아 칠 때이니 말이다. 그때는 언제까지나 젊음이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월이 달리기 시작한다. 날씨의 변화처럼 인생도 시시각각 갖가지 일들과 부딪히며 엮어져 나아간다.

 

 누구나 평탄한 삶을 꿈꾸지만 생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리 녹록치 않다. 후회없는 인생이 있을까? 때로는 주저앉아 울기도 하고, 넘어져 한숨을 쉬어본 사람이 더 깊은 인생의 맛을 느끼게 된다. 그런 사람만이 아파하고 실망해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젊은 날에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경험한 사람에게 타인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는 능력이 주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는 20대 초반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싱그런 젊음을 추구하며 살던 내가 성직의 길을 택한 후 훈련해야 할 것은 절제였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이 하고 싶은 욕망을 따라가면 영혼이 피폐해 지지만, 절제하며 영혼의 울림에 집중할 때에 새로운 만족과 행복이 주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돈, 명예, 지위, 부귀 그런 것들은 가지면 가질수록 갈증이 날 뿐이다. 욕망은 채워질 수 없는 무서운 함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 길을 가며 묻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견디기 힘든 순간에도 나는 내 포지션을 늘 점검했다. 일반 교회 목회를 거쳐 장애인 선교 23년에 접어든 내가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 그래서 나이가 들면 누구나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되는가 보다.

 

 힘들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분명한 은총이다. ‘삶’이라는 선물, ‘삶’이라는 은총, ‘삶’이라는 기적, 삶의 순간순간은 더없이 소중하고 위대하다. 따라서 삶은 낭비할 수 없다. 바다와 물고기가 한번도 떨어져 본적이 없듯이 삶과 나 역시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 나는 삶에서 왔고 현재도 삶이고 삶 속으로 녹아져 갈 것이다. 아니, 삶과 나는 하나이다. 내가 삶이고 삶이 나인 것이다.

 

 삶이 ‘Desire’이고, ‘Desire’가 나이다. 살아있기에 시행착오도 좋은 약이 된다. 이곳 나 되어감의 기회, 이 얼마나 신나는 세계이며, 축복의 기회인가? 이때 터져 나오는 고백이 있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어떻게 맞이한 삶의 기회인데’ 주제 없이 산만하게 낙서하듯 인생을 ‘끄적’거리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세상에 모든 것은 다 안과 밖이 있다. 나무가 그렇고 동물이 그렇다. 사람도 겉에 보이는 외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있다. 다시 말하면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 탐구에서 나오는 멋과 맛, 향기로움이다. 바깥 물건이나 직함, 상표, 자리에 취하고 매여 살다가 가는 것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겉치장만 하다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은 반쯤 시야가 가리워진 시각장애의 삶을 사는 것이다. 들어도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의 삶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사람 냄새란 무엇인가? “삶에 대한 감사, 삶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삶이 내게 준 것들을 헤아려 보라. 걸음걸음마다 놀라운 선물들로 가득 채워주었다. 더운 여름 소낙비로, 배가 고플 때는 온갖 곡식과 열매로, 목이 마를 때는 마실 물로, 답답할 때는 시원한 바람으로 나를 살려주었다.

 

 산을 만나게 해 주었고 들판을 뛰게 해 주었고, 피곤할 때에는 누워서 잠을 자게 해 주었다. 어머니 아버지를 주셨고 동생들과 형들을 주었다. 여자를 만나게 해 주었고 남자를 경험케 했다. 말을 하게 해 주었고 글을 배우게 하여 문화를 누리게 해 주었다. ‘삶’의 안과 밖을 살필수록 이래저래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삶의 신비여! 삶의 놀라움이여! 내가 이런 삶을 만나다니! 삶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회이고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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