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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5:52

선생님 5/28/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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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1.jpg

 

 

언제나 부르면 가슴이 뭉클 해 지는 이름이다. 내가 여기까지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의 교육과 사랑이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어딘가에 살고 계실 그분들이 그래서 그립고 고맙다. 선생님이 되려면 사대나 교대를 나와야 한다. 그런데 나는 20살에 “선생님”이 되었다. 바로 교회 주일학교(Sunday School)에서 말이다. 그 당시만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대학입학시험에 낙방한 나는 교회에 가는 발걸음을 끊어버렸다. 돈독한 신앙도 없이 교회에 나가던 내가 대학입시에 좌절을 맛보면서 교회에 등을 돌린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명문대에 합격한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이었고 실패한 모습을 후배들과 성도들에게 보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싫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으리라!

우연히 함께 교회 중고등부를 다녔던 친구를 만났다. 그리 친하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재철아! 너 교사(반사)로 임명되었어. 담당 전도사님이 너를 몹시 보고싶어 하던데” “그게 무슨 소리야! 교회도 안 나가는 사람을 교사를 시킨다는게 말이 되냐?” 그냥 무시해 버렸다. 그런데 친구의 말이 뇌리를 맴돌았다. 정말 내 속에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기는 있었나 보다. 그날부터 고민에 빠졌다. 나처럼 대학에 떨어진 아이들도 교회에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믿음은 없었지만 열심히 교회를 다녔던 그때가 그리웠다. 그래서 어느 주일 밤 예배에 ‘슬쩍’ 얼굴을 드러냈다.

예배가 끝나자 함께 중고등부에서 동거동락했던 아이들이 달려왔다. 선배 누나들이 달려와 “재철아! 정말 오랜만이다.” 어깨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싫지는 않았다. 이윽고 나는 주일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남 전도사님”과 마주 앉았다. “이 선생님, 반가워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전도사님, 저는 선생님이 아닙니다. 말씀 낮추세요.” 정말 어색했다. 갑자기 선생님이라니! 너무 어색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나는 주일에 가장 바빠진 삶을 시작했다. 주일학교 선생님뿐 아니라 성가대 테너 파트의 직분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교사 임명을 받고 주일 아침 9시. 교회 주일학교 예배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본당은 2층에 있었고 주일학교는 1층 교육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것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야 하는 마루바닥이었다. 신입 교사이기에 맨 뒤에 앉아 예배드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리디 어린 아이들, 천방지축이었다. 찬송을 부를 때는 그렇다 할지라도 기도나 설교 시간에 딴 짓을 하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숨이 나왔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교사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왔다. 나도 앞으로 나갔다. 다리를 절며 아이들 앞에 선다는 것은 내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나에게 배당된 아이들은 2학년 남자아이들이었다. 반 이름은 “안드레 반”. 벌써 3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반 이름과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선생님” 호칭을 듣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드레반 아이들과의 첫 인연은 시작되었다. 순수하게 아이들에게 성경만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일마다 ‘반별 출석수, 성경 요절외우기, 전도, 헌금 등’으로 점수를 먹이고 우승 반을 결정하여 발표한다. 잠재해 있던 내 승부욕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신앙인지 내 스스로의 열심인지 알 수 없는 뜨거움이 나를 움직였다. 힘에 지나도록 열정을 불살랐고 매주 우리 “안드레”반이 우승하는 쾌거가 이어졌다.

그런 열심을 하나님이 귀하게 보셨는지 소명을 받은 나는 결국 신학대학교에 입학하여 신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학대학 2학년에 전도사 임명을 받은 나는 토요일마다 “전도특공대”를 이끌고 노방전도에 나섰고 동네 아이들을 예배당 가득히 불러 모으는 대역사를 이루어 나갔다. 내가 20대에 가르쳤던 아이들이 또다시 선생님이 되고 이제 전도사, 목사의 길을 걷는 아이(?)들도 있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아이들에게서 “스승의 날”이 되면 감사의 메일과 전화가 온다. “목사님, 목사님이 계셔서 너무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전해져 오는 말 한마디에 삶의 희열이 솟아난다. 선생님! 그래 내가 선생님이다. 선생님을 통해 내가 선생님이 되고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며 이제 선생님의 삶을 살고 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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