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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10:07

“아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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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가며 결혼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둘 짝을 찾아 결혼식을 올리는 와중에 ‘내 짝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고심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대학 동창 절친이 결혼식을 올리고 김포공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탑승구로 향할때에 신랑, 신부 친구들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정장차림의 친구, 한복으로 바꿔입은 신부는 마치 동화속에 주인공 같았다.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올까?’ 부러운 눈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나 자신이 초라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내 나이 29살. 내가 처한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도 하였지만 주위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광은 교회 선배와 결혼을 했다. 교회에서 비밀 연애를 했던 것이다. 2살 연상이었다. 결혼 발표가 나자 다들 충격을 받았다.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주는 후배 광희와 결혼을 했다. 교회 앞 하숙집 딸 “광희”와는 고교 3년 동안 기거하며 조짐이 보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누구나 여성의 미모를 우선시 한다. 거기다가 여러 가지 요구사항이 동반된다. 더구나 성직의 길을 가는 나에게는 그 선택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교제를 하고, 소개도 받아 보았지만 평생 교회를 함께 섬겨야 할 사모를 찾기에는 내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주제를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멋진 자매가 내 앞에 나타났고, 용기와 진정성으로 다가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식을 올리고 얼마 전 친구 부부가 올라가던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 도열 한 친구들을 향해 손을 저으며 제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라!

 

 오늘 점심.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사는 남자, 자식을 따라 한국으로 떠난 아내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홀로 사는 남자와 만나 교제를 나누었다. ‘나이가 들면 혼자가 편할 것 같다’라는 내 편견을 깨고 무척이나 외로워하는 남자들을 보며 마음이 짠해 왔다. 역시 남자 곁에는 여자, 특별히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내”는 정겹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이다. 나이가 들수록 돌아보면 항상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사람이다. 평소 그렇게 자잘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어떨때는 돕는 듯 하다가 모른척 해도 어느새 집안일을 말끔히 해 놓는 사람이다. 너무 흔해서 고마움을 모르는 물과 공기처럼 매일 그 사랑을 마시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어느새 누그러져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어느 젊은 집사 부부가 싸움을 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데 화가 난 아내는 밥도 안짓고 건넌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저녁을 쫄쫄 굶고 따분하기까지 한 남편과 아이들이 문을 두드렸으나 전혀 무반응이었다. 이때 남편은 문득 아내가 교회에서 제자 훈련을 받으면서 암송하던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문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요한계시록 3:20)

 

 잠시 후 그 성경 말씀에 대한 답신 성경 말씀이 방 안에서 흘러나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 15:5) 결국 이 부부는 동시에 웃음이 터졌고 아내는 나와서 밥을 차리고 정상 일과를 살게 되었다. 부부는 이런 것이다. 별들이 밤하늘에 나란히 빛나듯 한 방향을 걸으며 언제나 곁에서 나이를 먹어간다. 순서상 남편이 먼저 만들어졌지만 하자가 많다. 그래서 하나님은 후에 만들어진 아내를 신제품인 동시에 완제품으로 창조하셨다. 남편이 남편된 것은 오로지 아내 덕이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해야 한다. “오늘까지 내 곁에 있어 주어 고마워요”

 

 성경은 말한다.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니라”(잠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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