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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1:40

잠시 쉬어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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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을 시작했는가 했는데 어느새 8월의 끝자락에 서있다. 금년 여름은 정말 더웠다. 하지만 입추와 말복을 거쳐 처서(處暑)를 지나며 아침저녁으로 소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초가을의 텃텃함이 엄습하고 있다. ‘안 해야지’ 하면서도 사람들을 만나면 녹음기를 틀 듯 입술에서 저절로 내뱉는 말 “세월 참 빨라요”. 심하게 표현하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시간이,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렇게 계절에 적응을 하며 달리다보니 나이에 장난이라 할 수 없는 숫자가 더해지고 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분들을 만나면 “목사님, 그대로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온다. 일단 기분은 좋지만 그게 사실일 수는 없다. 그러다가 그분들의 자녀를 만나면 세월의 속도를 실감한다. 어리디 어리던 아이가 결혼을 하고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고 있다. 통상적인 말. “너 요만할 때 만났는데~ 벌써?” 돌아서면 그 말을 한 내가 싫다.

 

 인생을 살다보면 잠시 머물러야 할 때가 있다.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아서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일년 365일을 12달로 나누시고, 또 52주로 세분화하셔서 인생들이 7일 간격으로 쉬게 만드셨다. 옛날에 시골에는 나무꾼들이 있었다. 나무를 할 때 두부류로 나뉘어졌다. 어떤 나무꾼은 쉬지않고 도끼질을 했다. 하지만 한 부류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쉬면서 도끼날을 갈았다. 어떻게 되었을까? 쉼없이 일한 사람들보다 잠시 쉬어가며 일을 한 사람들의 능률이 훨씬 높았다.

 

 나는 꼭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를 드린다. 그 세월이 어느새 47년이다. 기도를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내가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기는 것이 이 부분이다. 기도 후 오늘 일정을 점검하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잠시 쉬었다가 침대에서 일어나면 ‘멍때리기’를 한다. 그냥 가만히 앉아 아무 생각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그렇게 좋단다. 뇌를 쉬게 해 주는 것이라나? 방안을 둘러보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우리 밀알선교단에서는 매년 봄 <밀알 가족수련회>를 연다. 오전에는 모여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랭터스터 극장(Sight & Sound) 기독교 뮤지컬을 감상하는 코스이다. 지난 봄, 행사 전에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안부를 묻는 중에 “우리는 랭터스터에 간다”고 했다. 그분은 “와우, 좋으시네요. 저는 한번도 그런 곳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놀라서 물었다. “아니 그 유명한 기독교 뮤지컬을 본 적이 없다구요?” 이어서 “아니 돈 벌어서 무엇에 쓰세요? 그 뮤지컬을 보려고 전국에서 모여드는데. 인생을 한번 돌아보며 사십시오”라고 다그치듯 외쳤다.

 

 이민생활이 그렇다. 다들 평안 한 것 같지만 생계를 위해 세월의 흐름조차 간파하지 못하고 동분서주하며 살고 있다. 며칠 전에 누군가를 만났는데 오는 10월에 모처럼 한국 방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얼마 만에 가시는 거예요?” 그분 대답이 “미국 이민을 82년에 왔으니까. 42년만이네요” 입이 다물어 지질 않았다. “아니, 그동안 한번도 못 가보셨어요?” “그러니까요?” 뭐라고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잠시 당황스러웠다.

 

 사업을 하는 분은 믿고 맡기고 갈 사람이 없어서, 직원들은 오랜 시간 비우면 실직을 당할까봐, 엄두도 못내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교회 중직인 어떤 분은 “사업을 감당하느라 어떨때는 수요일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다”고 했다. 매일 반복되는 패턴에서 젊은 시절에 던지던 삶의 질문도 잃어버린 채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고 있다. 각박한 이민생활이 사람의 마음을 건조하게 만든다. 삶은 유연해야 한다. 굳어지면 안된다.

 

 나는 글을 쓸 때면 마치 누군가와 따스한 차 한잔을 놓고 잔잔히 대화하는 상상을 한다. 저만치 잊혀져가던 추억을 되살리며 희미하게 떠오르는 무언가를 잡아내는 생동력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굳어졌던 마음에 참 쉼을 얻는 시간이기를.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힘을 얻는 글을 되기를 소망하며 글을 쓰고 있다. 가을이다. 바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조금은 달래주며 저만치 다가오는 지친 초록을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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