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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7 11:08

감사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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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갖추어야 할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요. 삶을 빛나게 하는 MSG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세계 어디를 가도 미국만큼 풍요롭고 친절한 곳이 없다. 유럽에 가보라! 식당에서 처음 나오는 물도 돈을 내야하고 우리나라 70년대처럼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에도 값을 지불해야 한다. 냄새나는 화장실 입구에 버티고 앉아 코인을 받던 분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동남아에 갔을때에 찌는듯한 더위가 몸을 금방 지치게 만들었고, 미얀마 선교사 가정에서 저녁 식사 도중 정전이 되어 비지땀을 흘리며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이민의 삶이 녹록치 않지만 필라델피아에서 형제애를 나누며 삶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우리의 모습이 대견하게 보인다. 그러면서 풍요에 익숙해져 더 힘들고 아프게 살아가는 이들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과연 감사가 진정한 아름다움일까? 남대문 시장에서 화재가 났다. 무섭게 상가를 삼켜가던 화마는 한 가게 앞에서 가까스로 진압이 되어 불길이 사그러들었다. 가게 주인은 크리스천이었다. 어느날, 섬기는 교회에서 간증을 하게 되었다.

 

 불길이 거세져 상점들이 전소되어 갈때에 성도는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고 했다. “가게를 지켜달라”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여달라”고. “그랬더니 희한하게도 자신의 점포 바로 앞에서 불길이 잡혀 천만다행으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는 화재로 공들여 운영하던 점포가 전소되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성도들이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얼마나 착잡했을까?

 

 한 권사가 시골에서 농산물을 이고 청량리 시장에 와서 노점을 했다. 문제는 항상 무임승차를 했다. 시골역에서 슬쩍 열차에 올라타고 차장이 표 검사를 할라치면 의자 밑으로 몸을 숨기며 피했다. 권사도 교회에서 간증을 했다. “그렇게 수년동안 서울을 오가며 장사를 위해 무임 승차를 하였지만 하나님은 한번도 들키지 않도록 지켜주셨다”고. 헛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몇해 전, 평소 절친한 부부의 손자가 첫돌을 맞이하여 잔치가 열렸다. 기쁜 마음으로 동참을 하였다. 예쁜 축하카드에 금일봉까지 준비해서 말이다. 젊은 담임 목사는 온 맘을 다해 돌 감사 예배를 인도하며 은혜로운 말씀을 증거해 주었다. 그런데 그 목사 가정에는 아이가 없었다. 아이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했고 입양절차도 알아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런 목사가 돌잔치를 인도하는 모습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였다. 아이의 재롱을 유도하며 잔치하는 가족들의 모양새가 그리 정겨워보이지 않았던 것은 내 마음이 옹졸해서일까?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여전히 미혼으로 살아가는 자녀들의 모습에 애가 탄다. 결혼한 지는 오래지만 아이 낳을 생각을 안 해 손자, 손녀를 안아보는 것이 소원인 분들 앞에서 내 자식 자랑, 손자 자랑에 감사만 한다면 그것도 죄가 아닐까? 시인의 고백이다.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젊어서 홀몸이 되어 온갖 노동을 하며 다섯 자녀를 키워낸 장하신 어머니. 눈도 귀도 어두워져 홀로 사는 어머니가 새벽기도 중에 나직이 흐느끼신다.

 

 ‘내 나이 팔십이 넘으니 오늘에야 내 숨은 죄가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거리에서 리어카 노점상을 하다 잡혀 온 내 처지를 아는 단속반들이 많이 봐주고. 공사판 십장들이 몸 약한 나를 많이 배려해 주고. 파출부 일자리도 나는 끊이지 않았느니라. 나는 어리석게도 그것에 감사만 하면서 긴 세월을 다 보내고 말았구나! 내 자식만 끌어안고 장한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했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내 마음을 휘감아왔다. 나는 새벽에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감사의 고백을 한다. 내용는 다 내 중심이다. 이 땅에는 아직도 교인 몇 명을 귀하게 감싸며 수십년 목회를 하는 분들이 있다. 장애아를 가슴에 안고 순간순간 실망감과 좌절을 경험하며 사는 학부모들이 있다. 신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편히 잠 못드는 사람들이 있다.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난민들. 억압인 줄도 모르고 세뇌되어 살아가는 북녘 동포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다 감사하단다. 그것이 죄가 될 수도 모르며 말이다.

 

#####밀알 & 세계 2025년 9월호 대문칼럼 재인용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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