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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4 20:13

친구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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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 학생이 학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친구의 존재는 너무도 소중하다. 장애는 나이가 들수록 그 무게감이 더해간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장애는 무게가 아니라 수치로 다가선다. 위축되어 가는 그 시기에 힘이되어 주고 장애에서 시선을 떨어지게 하는 존재가 친구이다. 친구들과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고 함께 어울리다보면 장애라는 올무에서 자유 해 지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는 그 시절 친구들이 많았다. 성격 자체가 사람을 좋아하고 잘 사귀는 편이어서일까? 여러 부류의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친구 덕분에 미국에 오게 되었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만나는 묵은지 친구들이 내 삶의 큰 자산이다. 이상하게 우리 고교때 가방은 항상 두툼하고 무거웠다. 장애를 가진 나에게 그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 교정을 오가는 것은 중노동이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마징가Z처럼 나타나 내 가방을 낚아채듯 들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있었다. 고교를 졸업한지 20여년이 흘렀을까? 처음으로 고교 동창회에 참석을 하였다. 꽤나 많은 동창들이 배석을 했고, 마주 앉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뒤편에서 누군가 하는 말이 예리하게 들려왔다. “야, 학교 다닐 때. 다리 불편하고 웅변 잘하던 재철이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냐?” 고개를 돌렸다. 내 가방을 항상 들어 주었던 “조한복”이었다.

 

 “야, 나 여기 있잖아?” 놀란 토끼 눈으로 한복이 성큼 다가왔다.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의 상봉을 했다. 정말 반가웠다. 그렇게 우리는 수십년만에 다시 만나 우정을 이어갔다. 10대에 만났던 친구를 40대에 다시 만난 것이다. 쌓이고 쌓인 이야기는 풀어내면 낼수록 끝이 없었다. 아쉬운 것은 불교신자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다닌 학교는 분명 미션스쿨이었는데 말이다. 친구는 광진동 <데크노마트>에서 기성복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덕분에 한동안 아내와 나는 신상 숙녀복, 정장을 많이도 선물 받았다. 아직도 입고 있는 남색 정장을 입을때마다 친구를 떠올린다.

 

 3년간 각별한 우정을 쌓아온 장애인과 비장애인 고교생들의 이야기가 화제이다. 하반신 장애를 가진 ‘장용’이 화순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장애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무했던 학교였지만 그의 학업 열정과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매일 어머니의 도움으로 등하교를 하게 된다. 교실까지는 왔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동수업과 급식실등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그에게는 모든 것이 장벽이었다.

 

 학년, 학기 초. 텅빈 교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는 장용을 지켜보던 학생이 있었다. 바로 같은 반 이진호였다. “‘장애인을 도와야지’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책이나 들어주자, 밥이나 같이 먹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몇몇 친구들이 함께 하게 되었어요” 진호의 절친 현승도 함께 밥을 먹고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늘 함께 했다. 그들의 모습이 가상해서일까? 학교 측에서도 교내 시설 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계단에 지지대를 마련하고, 지난해에는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다. 휠체어가 편히 다닐 수 있도록 턱을 낮추거나, 혹시나 학생들이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에도 집중했다. 덕분일까? 장용과 진호는 재학 3년 내내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고, 장용은 전남대학교 화학과에 진호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당당히 합격하는 쾌거를 이룬다.

 

 담임 권은교 교사는 “실은 이 두 친구의 우정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합니다. 휠체어로, 한 명은 두 발로 걷는 차이만 있을 정도입니다.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편견일 수 있는 만큼 그저 자연스러운 우정으로 지켜보아 주십시오”라고 당부한다.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다. 특이한 사람으로, 불쌍한 존재로, 그래서 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분들 말이다. 아니다.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냥 함께하면 된다. 기회를 주고 곁에서 힘이되어 주면 된다. 장용이 좋은 친구를 만난 것처럼 나도 좋은 친구들 덕에 시시때때로 용기를 얻었고, 어디가나 친구들이 있어 삶의 시름을 잊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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