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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아무 차별 없이 취업을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그래서 장애가 전혀 인생살이에 장애가 안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밀알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2010년 가을. 8년 만에 한국에 나가서 놀란 것은 곳곳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동사무소 <장애인 창구>에 지적장애 자매가 일을 보고 있었다. 말은 약간 어눌했지만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안내해 주었다. 밀알선교단 산하 “김포 장애인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우들을 만났다. 평소에는 주위가 산만하던 친구들이 단순 노동에 해당되는 옷걸이 제작에 집중하고 형광등 콘센트를 끼우느라 애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귀하고 아름다웠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낙방한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같은 처지에 친구들은 재수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떠거머리 20대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나는 길이 보이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하시던 부모님도 시간이 지나며 한숨이 깊어가셨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수는 꿈도 꾸지 못했고 70년대에 장애인들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취업을 위해 몇몇 곳을 찾아갔지만 장애인(당시에는 ‘불구자’)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딱지를 맞으며 내 가슴에는 피멍이 들어갔다.

나는 정말 백수였다. 갈 곳도 할 일도 없었다.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았고 나설만한 용돈도 내게는 없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따사로운 봄볕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가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내 젊음은 희미하게 시들어 갔다. ‘의리’를 찾으며 서울 시내를 쏘다니던 고교 동창들의 우정도 서서히 색이 바래갔다. 딱한 내 사정을 들은 사촌형님이 취업 자리를 알선해 주었다. 하지만 찾아간 사당동 남성극장 건너편 “소금공장” 마당 근처를 서성이며 끝내 사무실 문을 열어 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또 거절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때문이었다. 담장 옆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을 눈 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훗날 나는 공교롭게도 사당동에 있는 신학대학에 입학을 한다. 학교를 오가며 버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그 “소금 공장”을 지켜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나중에는 재개발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말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능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그 시절은 나에게 너무 가혹한 세월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도 이제는 장애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일을 하며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틈새가 많아진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SK그룹 행복나래(주)는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만든 연매출 1,25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다. 행복나래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 중에 모자를 만들고 있는 <D사>는 장애인을 30여명이나 고용하고 있다. 직원의 장애인 비율이 70%나 된다. 한 개의 모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18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 장애인들이 한몫을 감당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관리를 맡고 있는 한 ‘지적장애인’은 불과 몇초만에 하자(瑕疵:불량품)있는 제품을 골라내는 눈썰미를 발휘한다.

국산 밀과 쌀만을 사용해 쿠키를 만들고 있는 <W사>는 직원의 80%가량이 장애인이다. 어느새 11년의 역사를 이어온 회사(경기도 고양시)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있다. “우리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글귀이다. 이 회사는 자나깨나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동료로서 동고동락하겠다는 자세를 잃지 않기 위해 이런 글을 내걸었다고 하였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업인이 경영하는 회사를 다니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돈을 벌어도 이렇게 멋있게 버는 기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애인들은 능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꾀를 피울 줄 모른다. 성실하다. 장애인이 주인인 기업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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