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5.26 09:53

신부 입장!

조회 수 559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신랑신부.jpg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예식장에 들어서던 때가 31년 전인데 세월은 흘러 이제 딸을 신랑에게 인도하기 위해 걸어들어 가고 있다. 언제까지나 귀엽고 앳된 모습으로 머물기를 바랐건만 아이는 자라 아내에 자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후배 목사의 고백이 떠오른다. “해리스버그에 있는 <Penn State Uni.>에 딸을 데려다 주고, 오면서 울고 아내와 한 달을 울며 지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결혼 소식에 접한 사람들은 “축하한다.”는 말끝에 농담을 던진다. “목사님, 그렇게 예쁜 딸을 아까워서 어떻게 시집보내세요?” 결혼 리허설 때 까지는 전혀 감정의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신부 입장”을 하는 이 시간 ‘울컥’하며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신랑의 성이 “이 氏”라는 사실이다.

 

 새벽기도를 드리던 내 마음에 불현 듯 생각이 스쳐갔다. ‘신부 입장을 아빠가 시켜야 하는데 내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해 딸에게 누(累)가 되지 않을까?’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그냥 흘러내리던 눈물은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스스로 놀랐다. ‘당당하던 내안에 이런 두려움이 숨어있었다.’니? 그때부터 생각이 복잡해 졌다. ‘차라리 신랑 · 신부 동시입장’을 할까?’ 아내에게 의견을 물으니 그렇게 하란다. 은근히 서운했다. 이내 원래 방법으로 생각을 굳혔다.

 

 결혼을 사흘 앞두고 아내와 단둘이 식사를 하다가 물었다. “Honey!(나는 아내를 그렇게 부른다) ‘인애’ 시집가는데 서운하지 않아?” 아내가 고개를 돌린다. 두 뺨에 눈물이 흥건했다. 이미 울고 있었다. 당황한 내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예비사위가 가져다 준 ‘홍삼액’을 따서 내밀었다. “힘을 내요. 다 가는 건데. 우리가 약해지면 안 되지.” 그러면서 내 목소리도 잠겨갔다. 이 땅에 딸을 가진 부모들은 이런 묘한 감정을 넘어서야만 하는 것 같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밝았다. 전날까지 그리 좋던 하늘은 촉촉한 봄비를 뿜어낸다. 딸의 친구 미용사가 집에 도착하자 분주해 졌다. 식구들이 돌아가며 단장을 하고 나도 준비했던 새 양복을 꺼내 입고 몸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딸이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아름답다. 내 딸이라 그런 걸까? 평소에는 그렇게 정겹던 봄비가 오늘은 왜 이리 얄미운지? 그 비를 헤치고 축하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다른 이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얼마나 소중하고 고맙던지!

 

 결혼식은 순조롭고 은혜롭게 진행되었다. 주례 목사님은 시종 윗트와 섬세한 감각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드디어 축가를 부르는 시간. 특이하게 양가 바깥사돈들이 축가를 불렀다. “축복의 노래”를 열창했고 반응은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에 섰다. 그렇게 결심을 했건만 절제하기 힘들 정도로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장애를 가진 저에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가온 두려움은 첫째,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둘째는,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셋째는, ‘나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 고비를 넘어설 때 마다 기도했고, 그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분위기는 숙연해졌지만 감동이 잔잔하게 번져갔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딸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어미 새가 둥지에 알을 낳아놓으면 깨어나 자라나고 날아가듯이 자녀들은 장성하면 짝을 만나 둥지를 떠난다. 서운하지만 이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부모들의 일치된 소망이기도 하다. 그 과정이 부모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 속에 인생의 희락을 경험하며 나이를 먹는다.

 “딸아!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오늘도 부모들은 자식의 앞날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린다.

 


  1.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5000
    Read More
  2.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6148
    Read More
  3. 아, 정겨운 봄날이여!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취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춥고 지루하고 변덕스러운 겨울을 지나 맞이하는 봄은 누구나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봄은 희망이다. 봄은 말 그대로 봄(view)이다. 죽은 듯 보이던 대지에서 파아란 새싹이...
    Views3910
    Read More
  4. 아, 백두산! 5/28/2012

    모처럼의 나들이를 했다. 그것도 나라와 나라를 넘나드는 힘든 여정이었다. 호주에 가서 많은 곳을 둘러보고 수많은 한인들에게 설교를 한 것은 무엇보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오신 33분의 목사님, 장로님들과 합류...
    Views64430
    Read More
  5. 아, 밀알 30년!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자그마한 밀알 하나가 심기어져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자라나 30년을 맞이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밀밭의 꿈이 세월의 한 Term을 돌아가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했다. 그것도 화려한 사역이 아니라 가...
    Views58908
    Read More
  6. 아, 결혼 30주년!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
    Views64222
    Read More
  7. 아! 청계천  4/29/2011

    금번 한국 방문 목적 중에 하나는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장애인의 날 기념 예배”에서 설교를 하는 일이었다. 13일(수) 정오가 가까워오면서 총신대학교 대강당에는 신학생들과 교직원 들이 자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강당에 운집한 학생들의 ...
    Views81281
    Read More
  8. 씨가 살아있는 가정

    가정은 영어로 Family이다. 어원을 살펴보니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이다. 절묘하다. 실로 부부의 사랑을 먹고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꿈을 펼쳐야 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가정을 꾸미면 저절로 행복해 질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심...
    Views43775
    Read More
  9. No Image

    심(心)이 아니고, 감(感)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지탱해 주는 지렛대가 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어느샌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힘이 있기에 고통을 견디고 오늘이라는 시간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Views40768
    Read More
  10. 실수가 아니란다! 11/4/2013

    임마누엘교회(김태권 목사 시무)에서 개최하는 “새생명축제”의 강사로 시각장애를 가진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은혜의 자리에 동참하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인 부모님 밑에서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심히 어려웠...
    Views65474
    Read More
  11.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2498
    Read More
  12. 신실한 봉사자를 기다립니다!

    한국의 입시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유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에 한국의 고교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다. 따라서 인격이나 인간관계, 감성은 뒷전이다. 오로지 ‘성적지상주의’가 한국교육의 현주소이다. 그...
    Views55614
    Read More
  13. 신부 입장!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
    Views55974
    Read More
  14. 시장통 사람들 9/2/2011

    우리 한국의 매력은 재래시장에 있다. 백화점이 동네를 점령하면서 편리한 생활이 보장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재래시장에 가야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항상 그리운 것은 재래시장의 정겨움이다. 시장 한구석에 퍼질러 앉아 순대와 오뎅을...
    Views82064
    Read More
  15.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7754
    Read More
  16. 시련속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손짓 6/17/2012

    인생에게 있어서 “평범”은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행복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평범”을 싫어한다. 삶이 너무 진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평범”이 깨어질 때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생이 이어지는 지는 겪...
    Views63435
    Read More
  17. 시드니의 노스탤지어(nostalgia) 5/16/2012

    꿈에 그리던 땅에 도착을 했다. 광활하지만 아름다운 그곳. 호주에 도착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이미 들떠있었다. 시드니는 초가을의 숨결로 나를 반겼다. 드높은 코발트색 하늘, 필라델피아를 능가하는 깊은 숲,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호주임을 실감하게...
    Views73431
    Read More
  18.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7861
    Read More
  19. 시간이 더디갈 때

    나만 그러는 줄 알았다. 약속시간에 늦어 열심히 자동차 페달을 밟아대지만 신호등은 계속 빨갛게 변하며 나를 멈추게 한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을 나서서 ‘약속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신호는 왜 그리 녹...
    Views59158
    Read More
  20. 시간의 구성성분 분석 5/17/2014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시간 속에 치유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리 없이 나를 스쳐지나갔다.”는 것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는 뜻이 담겨있다. 시간은 전혀 형체가 없다. 하...
    Views8960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