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7.28 14:45

구름을 품은 하늘

조회 수 615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구름.jpg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시할 뿐이었다. 비행 첫 탑승은 그런 아쉬움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창문좌석에서 하늘 길을 나는 행운을 잡았다. ‘와우!’ 순식간에 이륙하여 점점 작아지더니 자그마한 점이 되어버리는 빌딩과 도로, 집들을 내려다보며 성취감보다는 허무감이 먼저 찾아왔다.

 

 이제는 일 년에 몇 번이고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넘나드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창쪽보다는 통로 쪽을 더 애호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경이롭게 바라보는 존재가 구름이다. 고공으로 비행기가 날아올라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내가 지금 남극에 와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로 끝없이 펼쳐지는 구름의 향연을 만끽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대로 구름은 물방울의 집합체이지만 그 이상의 느낌을 안겨준다. 구름은 물리적 존재이전에 사람들에게 많은 꿈을 만들어주는 요물이다.

 

 어린 시절 하늘은 나의 친구였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이 내달리던 운동장을 나는 몇 번을 쉬어서야 벗어날 수 있었고, 멀어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루나무를 따라 집으로 향해야했다. 온전하지 못한 다리를 끌고 집에 가는 길은 멀기도 멀었다. 어쩌다 지나가는 차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린다. 그럴때면 나는 슬그머니 길옆에 흐르는 시냇가로 이끌려 내려갔다. 잠시 숨을 돌리려고 걸터앉은 바위에서 바라본 하늘은 얄미우리만큼 파랗게 다가왔다. 파아란 하늘, ‘졸졸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냇물, 시끄럽게 합창하는 매미들, 다양한 소리를 내며 숲속을 가로지르는 새들, 이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어 가슴에 스며들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어울림은 왠지 모를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파아란 풀밭에 누워 언제고 하늘을 바라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청아한 풀냄새, 전에 듣지 못했던 풀벌레 소리가 현기증을 일으켰다. 대학시절 누군가와 풀밭에 누워 끝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가 잡은 손끝의 묘한 감각 때문에 하늘이 저만치 몽롱하게 다가오며 구름이 춤을 추웠다. 다양한 모양으로 번져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젊은 가슴은 그렇게 통통뛰고 있었다. 그때 구름은 마치 새가 월계수를 입에 물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늘과 구름. 어찌 보면 잘 어울리는 부부의 모습 같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두려움을 준다. 흐린 날이 계속되면 사람들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렇다고 마냥 화창한 날이 좋을까?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좋아보여도 그런 날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 부부도 그렇지 않을까? 신혼처럼 평생을 가는 것은 너무 무미건조할 것만 같다. 그런 부부는 있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지지고 볶아도 갈등(구름)과 즐거움(맑은 날)이 번갈아 나타나며 삶은 엮어져 가는 것 아닐까?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이 생겨난다. 중학교 때 만난 박두진의 시 하늘을 틈만 나면 읇어댔던 기억이 있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여름은 구름의 계절이다.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만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움, 방학, 소나기, 여행, 욕망. 구름은 혼탁한 세상을 정화시켜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구름은 자유롭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휩쓸려 가지만 때로는 아주 여유롭게 하늘을 캔버스 삼아 온갖 그림을 그려낸다.

 

 무더운 여름, 하늘을 보자. 하늘을 수놓는 구름의 재롱에 잠시 더위를 잊어보자!


  1.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64142
    Read More
  2.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6614
    Read More
  3. 넌 날 사랑하기는 하니?

    “넌 나를 사랑하니?”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남편은 가끔 섭섭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사랑하지. 아니면 왜 같이 살겠어?” 남편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같이 산다고 사랑하는 건가?” 나도 남편에게 섭섭함...
    Views60037
    Read More
  4. YOLO의 불편한 진실

    바야흐로 웰빙을 넘어 ‘YOLO 시대’이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이다. 한마디로 “인생은 한번 뿐이다.”라는 뜻인데 굳이 죽어라고 애쓰며 살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것이다. ...
    Views66309
    Read More
  5. 슬럼프(Slump)

    어느 주일 아침, 한 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 오늘은 교회에 가고 싶지 않아요?” 깜짝 놀란 어머니가 외친다. “교회를 안가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들이 대답한다. “첫째, ...
    Views59956
    Read More
  6.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6531
    Read More
  7.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61591
    Read More
  8.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7786
    Read More
  9. 그렇고 그런 얘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
    Views60615
    Read More
  10. 장애인인 것도 안타까운데

    사람들이 아주 평범하게 여기는 것을 기적처럼 바라며 사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이 땅에는 장애를 가지고 힘겹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통계에 의하면 인류의 10%가 장애인이라고 한다. ‘10명중에 한명’은 장애인이...
    Views61597
    Read More
  11.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다면

    바람이 분다. 얼굴에 머물 것 같던 바람은 이내 머리칼을 흔들고 가슴에 파고든다. 나는 계절을 후각으로 느낀다. 봄은 뒷곁에 쌓아놓은 솔가지를 말리며 흘러들었다. 향긋하게 파고드는 솔 향이 짙어지면 기분 좋은 현기증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게 했다. ...
    Views57770
    Read More
  12. 마음의 빗장을 열고

    한국 사람의 언어 중에 독특한 단어가 “우리”이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동네’로부터 심지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고 한다. 외국사람들이 처음 들으면 기절초풍을 한다. ‘아니 아내(남편)가 저리도 ...
    Views58427
    Read More
  13.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소리

    새날이 밝았다. 창가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싱그럽다. 단잠으로 쉼을 누리고 맞이하는 새아침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가정들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등교해야 할 아이를 잠자리에서 깨...
    Views59060
    Read More
  14. 노인의 3苦

    나이가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묻는 것이 연세이다. 어떤 분은 “얼마 안 먹었습니다.”하고는 고령의 나이를 드러낸다. 분명히 나이를 물었는데 대답은 태어난 연도를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머리로 계산을 하려면 복잡한데 말이다. 어제도 9...
    Views59869
    Read More
  15. 미라클 벨리에

    이 영화의 스크린이 열리면 주인공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 扮)가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을 달린다. 분홍색 헤드폰이 인상적이다. 16세 소녀의 모습이 마냥 싱그럽다. 젊음의 강점은 바로 “건강함과 아름다움”이...
    Views57138
    Read More
  16. 신부 입장!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
    Views58039
    Read More
  17.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목사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하는 어느 목사님이 선교지 방문차 태국에 가게 되었다. 현지에서 선교사님을 따라 시내 관광을 하는 중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보니 코끼리가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코...
    Views58510
    Read More
  18. 독방 체험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택한 이들이 있다. 감옥은 자유를 구속하는 곳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기르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쇠창살만 없지 영락없는 교도소다. 5㎡(1.5평) 남짓한 독방 28개가 복도를 마주...
    Views59663
    Read More
  19. 신실한 봉사자를 기다립니다!

    한국의 입시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유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에 한국의 고교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다. 따라서 인격이나 인간관계, 감성은 뒷전이다. 오로지 ‘성적지상주의’가 한국교육의 현주소이다. 그...
    Views57838
    Read More
  20. 버려진 아이들

    세상은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둠 진 곳에서는 가정에서 버려져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경호”는 17살이다. 부모는 3살 때에 이혼을 했다. 이후 경호는 아버지 손에 자랐다. 경호 아버지는 공장에서 사고를 당...
    Views558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