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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20:48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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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자라면서 제일 먼저 그리는 것이 동그라미이다. 동그라미는 걸리는 것이 없다. 성격이 좋은 사람을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여기서 원만이란? 둥글 “員”, 가득찰 “滿”이다. “둥글둥글하면서도 꽉찬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말에도 “모난 돌이 정맞는다”가 있다. 한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사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초등학교 입학식에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에 들어섰을 때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네모난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널따랗게 그려놓은 동그라미였다. 물론 타원형이었지만 왜 저렇게 둥근 원을 그려놓았는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학교생활을 시작하였다. 지구는 둥글다. 우주에 떠 있는 혹성들도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거의 둥근 모양이다.

 

 어린 시절에 즐겨하던 놀이가 “땅 뺏기”였다. 마당 한가운데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저마다 말을 준비한다. 납작한 돌, 유리나 사기 조각을 들고 앉아 ‘가위, 바위, 보’로 순위를 정한다. 말이 그려낸 꼭지 점에 엄지손가락을 짚고 손을 찢었다. 따지고 보면 땅도 아닌 것을 가지고 핏대를 올리고 소리를 치면서 “땅 뺏기”를 하던 그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저만치 머물러 있다.

 

 그때 우리들의 놀이기구(?)는 오로지 자연이었다. 물을 만나면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돌을 던졌다. 점점 퍼져가는 물결의 동그라미만큼 우리의 마음도 넓어져 갔다. 동그란 호수, 동그랗게 퍼져 나가는 파장이 조화를 이루며 동심은 그렇게 예쁘게 가꾸어져 갔다.

 

 시골의 달은 밝다. 보름달은 정말 둥글다. 평상시에는 차갑게 보이던 달도 보름이 되면 따뜻한 느낌으로 떠오른다. 희한한 것은 달이 나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내가 멈추면 둥근 달도 멈추고 내가 달리면 달도 달리고 내가 걸으면 달도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 둥그런 달은 참 신기하기만 하였다.

 

 학창 시절 유독 말수가 적고 자신감 없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러기에 그 아이는 교실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수업 중 특히 수학 선생님을 싫어했다. 일단 말투가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었고, 매서운 눈초리가 싫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그 여학생을 지목하여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답이 틀렸을 경우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 아이에게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서 있는 벌을 내렸다. 그러던 어느 날, 벌을 받다 끝내 눈물을 보이자 선생님은 여학생을 불러 “자신감을 키워 주려 했다.”며 위로하였다. 하지만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졸업하고 얼마 뒤, 친구에게서 수학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금 충격을 받았지만 워낙 정이 안가던 분이라 담담했다.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그때 선생님 책상 유리 밑에 우리들 사진이 있었잖아. 어느 날인가 자세히 보니 영주 네 얼굴이랑 몇몇 애들 얼굴에 동그라미를 쳐 놓으셨더라. 지금도 왜 그랬을까 궁금해.” 그녀는 별 생각 없이 “선생님께서 날 말썽 많은 아이로 찍으신거겠지” 대꾸했다.

 

 어느 날, 책장 정리를 하다 여고 시절 학교신문을 발견했다. 신문을 들추다가 고인이 된 수학선생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던 그녀는 뺨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의 글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나는 동그라미를 제일 좋아한다. 동그라미는 원만한 성격을 의미한다. 나의 교육의 목적은 동그라미 인격과 인생을 길러내는 것이다. 성적보다 원만한 동그라미 아이를 만들기 위해 나는 교육을 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모두 성숙한 제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로소 동그라미의 해답을 알게 된 것이다.

 

 ‘아! 선생님은 내 모난 마음을 다독여 주고 싶으셨던 거구나!’ 흐르던 눈물은 이내 통곡으로 변해갔다. “선생님, 잘못했어요. 선생님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큰 동그라미가 될게요. 고맙습니다.” 그 글을 읽고 난 뒤 ‘영주’는 성격도 밝아지고 자신감 생긴 멋진 숙녀로 성장하였다. 동그라미처럼 둥글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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