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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미제> 학용품 하나만 가지면 아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진노오랑 색깔의 미제연필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필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U.S.A>는 아이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처음 미국에 와서 “Staples”에서 만난 추억의 연필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어야만 하였다. 미국에서는 흔하디흔한 연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요사이 한국에서는 입학철을 맞아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 값비싼 학용품을 갖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강남 쪽에서는 고가 학용품을 소지하는 것이 필수란다. 그중에서도 한 자루에 5만~6만원 하는 외제 샤프가 최고 인기이다. 아이들에게 무슨 경제적 능력이 있겠는가? 어른들의 명품 과소비 바람이 초등학생에게까지 번진 것이다. 유행기류를 타다보면 아이들은 무조건 가지고 싶어 한다. 자식을 이길 부모가 어디 있는가? “친구 누구도 가졌는데 나도 사 달라!”고 보채기 시작하면 사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능력 많은(?) 부모는 아이가 말하기 전에 선물을 하기도 한다나.

그런데 그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샤프는 아무것도 아니다. 무려 50만원(약 $400)이 넘는 ‘독일제 백금 도금 샤프’에 아이 이름까지 새겨서 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 대치동의 한 문구점은 외제 명품 필기구 판매가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할 정도이다. 국내 제품은 팔리지도 않는다. 필기도구뿐만이 아니다. 30만~50만원이나 하는 일제 책가방과 신주머니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런 유행은 점차 강북으로도 옮겨가고 있다니 탄식이 나올 뿐이다.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문방구(문구점)에 들르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되었다. 아기자기한 학용품을 ‘만지작’ 거리며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문방구가 이제는 추억에만 있는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다. 내 자식 소중함에 하늘의 별이라도 따 주고 싶은 부모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판단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의 작은 욕망에 부모들이 불을 붙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까?

한때 오렌지족이 성행하던 때가 있었다. 미국에 유학을 갔던 자녀들이 방학이 되면 상상을 초월할 비싼 외제차를 몰고 강남 로데오 거리를 휩쓸며 다녔다. 그때가 90년대이었는데 하루 용돈이 “일천만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묻고 싶다. 하루에 일천만원($10,000)을 쓸 수 있을까? 이미 그때부터 한국의 슬픈 자화상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돈을 물 쓰듯 하던 세대가 40이 넘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 나이면 ‘돈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을 나이가 되었기에 말이다. 지금도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 아닌가.

아무리 갑부라 할지라도 돈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절제를 모르게 양육하는 것은 죄악이다. 어릴 때부터 값비싼 물건으로 치장해 자신의 부와 신분을 과시하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몇백 만원을 호가하는 외제 유모차와 ‘샤넬 백’에 열광하는 부모들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별 의식 없이 부모의 모습을 따라하게 된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부유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부유하기에 전혀 고통을 모르며 사는 것은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최고급으로 누리며 사는 것은 그렇다 치자. 인생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호의호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살다가 어려움을 만나면 감당해 낼 내성이 없기에 금방 쓰러지고 만다. 게다가 절약과 평범을 모르면 곧 방탕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자녀가 방탕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그러면서 “해 달라.”는 것을 다 들어주며 양육을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양육법이다.

갖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훈련을 해야 한다. 최고급이 아니어도 좋다. 최선의 것, 내게 가장 어울리는 것을 감사하며 받아들이게 하는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 절제의 미덕으로 자존감을 높여 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욱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이 땅의 부모들은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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