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344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7582626_orig.png

 

 

지난 2월 명지대학교 합창단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집 거실에 둘러앉아 공연 후감을 나누며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는 얄궂은 함박눈이 대지를 덮어가고 있었다. 진지하게 혹은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젊은 날, 대학부를 지도하며 열정을 불사르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 내 주위에는 온통 젊은 대학생들뿐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손을 내밀면 저만치 잡힐만한 세월인데!’ 짧은 순간이지만 그 시절의 추억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모임을 마치며 학생들에게 외쳤다. “당신들의 젊음이 부럽습니다. 정말 수고들 많았어요!” 어느새 나는 그들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있다.

살다보면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기가 온다. 어떤 분은 나이를 물으면 항상 “제 나이는 마흔여덟(48)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아마 스스로 그 나이에 고정을 해 놓은듯하다. 어쩌다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얼마 전 “현대 나이 계산법”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자기 나이에 0.8을 곱한 숫자가 요즘 실생활에서의 진짜 자기 나이라는 주장이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45”라는 숫자가 나를 온종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속물이 되어 가나보다.

가수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노래가 있다.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랬지 어린날엔 나이 열아홉 그 봄에 세상은 내게 두려움 흔들릴 때면 손잡아줄 그 누군가 있었으면 서른이 되고 싶었지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무섭기만 했었지. 가을 지나면 어느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수가 없다는 것을♬”

하나님은 사람들로 하여금 몸은 늙게 하셨지만 마음은 항상 청춘으로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할 일이 많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이는 점점 숫자를 더해만 간다. 그래서 나이 드는 것이 더 서럽고 아쉬운지도 모른다. 시인 박우현의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시가 있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청춘을 청춘한테 주면 너무 낭비를 한다. 하기야 청춘이 그 청춘이 소중한 것을 알면 청춘이 아니겠지.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지금 청춘을 준다면 너무도 소중하게 다루며 살텐데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 채 청춘을 지나치고 만 것 같다. 우리 세대뿐이랴! 젊음의 싱그러움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청춘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그 시절을 지내고 있다. 시절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철인이요. 더 큰일을 감당할 수 있음에도 그 시절에는 아름다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삶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때의 아름다움을 깨닫지도 못한 채 세월은 가고 후회와 회한만이 쌓이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세대는 모두가 아름답다. 20대는 20대대로, 3, 40대에는 그 세대대로. 50이 넘어서고 노년이 되어도 모두가 아름답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오늘이 내 생애에 가장 젊고 소중한 날이라는 것을. 누군가 나에게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련다. “그립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내 젊은 날은 가혹하리만큼 외롭고 번민이 많았기에. 나는 이대로의 내가 좋다. 이렇게 늙어가는 내가 대견스럽다.


  1. 우리도 짝을 만나고 싶다 6/11/2013

    장애인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결혼을 위해 “미주 밀알 결혼상담소”를 개설한지 어언 6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상담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내가 소장을 맡아 ...
    Views73763
    Read More
  2. 오늘 행복하세요! 6/3/2013

    ‘역사’(History)라고하면 굉장히 장구한 세월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이 반복되는 것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엮어지면서 역사의 장은 이어져 간다. 어제는 어제대로 소중하다. 또 내일이 있기에 사람들...
    Views74628
    Read More
  3. 벼락치기 5/29/2013

    학창시절에 벼락치기를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줄곧 수석을 달리거나 공부에 절대적 취미(?)를 가진 친구 아니고는 누구나 벼락치기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세대는 시험세대이다. 중학교 입학시험부터 학기 중에는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치르며 학업...
    Views64971
    Read More
  4. 대화하고 사십니까? 5/25/2013

    한문으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한다. 글자대로 풀면 “사람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관계로 본 것이다. 혼자는 사람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아담을 만드시고,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
    Views68420
    Read More
  5.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5/17/2013

    지난 2월 명지대학교 합창단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집 거실에 둘러앉아 공연 후감을 나누며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는 얄궂은 함박눈이 대지를 덮어가고 있었다. 진지하게 혹은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젊은 ...
    Views73446
    Read More
  6.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5/7/2013

    사람은 물과 함께 태어나 평생 물을 먹고 물에서 살다가 간다. 그래서인지 물에 들어가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된다. 물놀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과 접촉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원초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헤엄을 치고 궨시리 물을 때려보고 다른 사람을 ...
    Views84481
    Read More
  7. 빠리의 향취 5/1/2013

    독일에서 고속철도 ICE(이체)를 이용해 프랑스로 향했다. 길이라도 잃을까봐 기차 좌석에 앉는 것까지 확인하고야 내려가는 나기호 목사님의 사랑이 눈물겹다. 그렇게 3시간 20분을 달려 밤 8시경 “빠리”에 도착하였다. 옆자리 중국계 프랑스인의...
    Views65317
    Read More
  8. 아우토반을 달리며 5/1/2013

    유럽에 왔다. 꿈에 그리던 독일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독일을 가슴에 품던 날, 정겨운 봄비가 나를 반겼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독일 RE 기차 편을 이용해 카셀로 향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정경은 미국과는 전혀 달랐다....
    Views81286
    Read More
  9. 본전도 못 찾으면서 5/1/2013

    부부가 살다보면 부딪힐 때가 있다. 그 사람과 결혼만 하면 구름 위를 나는 듯한 행복이 보장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부부가 되고 보니 그것은 한낮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결혼 첫날부터 갈등이 시작되고 달콤한 신혼은 순식간에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며 싸늘하...
    Views65891
    Read More
  10. 눈을 감고도 볼수 있단다 4/9/2013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당연” “평범”이라는 단어가 장애인들에게는 기적이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듣는 것, 말하는 것, 거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기...
    Views74063
    Read More
  11. 마음이 고프다 4/1/2013

    사춘기에 접어들며 나는 식탐하는 습관이 생겼다. 음식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했다. 우리 집안 내력이 대식가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음식을 잘도 먹었다. 어머니는 항상 “福”자가 그려진 ‘대밥그릇’에 고봉으로 밥...
    Views75805
    Read More
  12. 독일제 백금 샤프 3/25/2013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미제> 학용품 하나만 가지면 아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진노오랑 색깔의 미제연필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필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U.S.A>는 아이들의 탄성...
    Views78126
    Read More
  13. 누군들 자장가가 그립지 않으리 3/18/2013

    그는 시인이다. 필체가 날카롭고 예리하다. 서른이 훨씬 넘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태중에 아이를 갖게 된다. 아내가 임신 6주차에 접어들었을 때에 ‘양귀비 씨앗만하다’는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Views78621
    Read More
  14.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6543
    Read More
  15. 사람이 우선이다 3/4/2013

    삶의 목적을 성공에 두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성공의 척도가 무엇인가를 깨닫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 성취를 하고나면 “곤고함”에 허덕인다. 즉 ‘내가 ...
    Views68561
    Read More
  16. 커피향의 설레임 2/25/2013

    나는 커피를 좋아는 하지만 즐기지는 못한다. 카페인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오전에 커피를 마시면 괜찮다는데 나는 시간과 관계없이 커피를 마시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그래서 굳이 마시게 되면 ‘Decaf’를 택한다. ...
    Views81377
    Read More
  17. 겨울 낭만 2/18/2013

    우리는 지금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겨울은 춥다. 눈이 많이 온다. 사람뿐 아니라 생물세계에서도 활동이 무뎌지는 계절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폭설이 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부에서 살다가 처음 필라델피아에 와서...
    Views78236
    Read More
  18. 부부로 산다는 것 2/13/2013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미래의 조직>에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이혼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지금은 최고 수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추세로 나간다면 미국 같은 경우에는 결혼한 가정 중에 반 이상이 ...
    Views65849
    Read More
  19. 희망을 쏘아올린 골든벨 2/13/2013

    <도전, 골든벨!>(KBS-1TV)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려 50개항에 퀴즈를 풀어가는 동안 벼라별 해프닝이 속출한다. 학생들의 교복과 모자에는 응원자들과 탈락한 친구들의 명찰이 ‘치렁치렁’ 매어달리고 서서히 생존자(?)들이 줄어들기...
    Views89727
    Read More
  20. 삶의 마침표는 내가 찍는 것이 아니다 2/5/2013

    신년벽두부터 유명 야구선수 조성민씨의 자살 소식이 날아들었다. 충격이었다. 2008년 그의 전 부인이었던 유명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 2년 뒤 동생 최진영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더하더니 이번에는 조성민씨 마저 그들과 같은 길을 택한 것이...
    Views7314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