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32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7582626_orig.png

 

 

지난 2월 명지대학교 합창단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집 거실에 둘러앉아 공연 후감을 나누며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는 얄궂은 함박눈이 대지를 덮어가고 있었다. 진지하게 혹은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젊은 날, 대학부를 지도하며 열정을 불사르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 내 주위에는 온통 젊은 대학생들뿐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손을 내밀면 저만치 잡힐만한 세월인데!’ 짧은 순간이지만 그 시절의 추억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모임을 마치며 학생들에게 외쳤다. “당신들의 젊음이 부럽습니다. 정말 수고들 많았어요!” 어느새 나는 그들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있다.

살다보면 나이 먹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기가 온다. 어떤 분은 나이를 물으면 항상 “제 나이는 마흔여덟(48)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아마 스스로 그 나이에 고정을 해 놓은듯하다. 어쩌다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얼마 전 “현대 나이 계산법”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자기 나이에 0.8을 곱한 숫자가 요즘 실생활에서의 진짜 자기 나이라는 주장이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45”라는 숫자가 나를 온종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속물이 되어 가나보다.

가수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노래가 있다. “♪봄이 지나도 다시 봄. 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 난 바랬지 어린날엔 나이 열아홉 그 봄에 세상은 내게 두려움 흔들릴 때면 손잡아줄 그 누군가 있었으면 서른이 되고 싶었지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무섭기만 했었지. 가을 지나면 어느새 겨울. 지나고 다시 가을.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 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 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그 빛나는 젊음은 다시 올수가 없다는 것을♬”

하나님은 사람들로 하여금 몸은 늙게 하셨지만 마음은 항상 청춘으로 만들어 놓으신 것 같다. 아직도 마음은 청춘인데, 할 일이 많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이는 점점 숫자를 더해만 간다. 그래서 나이 드는 것이 더 서럽고 아쉬운지도 모른다. 시인 박우현의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는 시가 있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청춘을 청춘한테 주면 너무 낭비를 한다. 하기야 청춘이 그 청춘이 소중한 것을 알면 청춘이 아니겠지.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지금 청춘을 준다면 너무도 소중하게 다루며 살텐데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 채 청춘을 지나치고 만 것 같다. 우리 세대뿐이랴! 젊음의 싱그러움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청춘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며 그 시절을 지내고 있다. 시절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철인이요. 더 큰일을 감당할 수 있음에도 그 시절에는 아름다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삶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때의 아름다움을 깨닫지도 못한 채 세월은 가고 후회와 회한만이 쌓이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세대는 모두가 아름답다. 20대는 20대대로, 3, 40대에는 그 세대대로. 50이 넘어서고 노년이 되어도 모두가 아름답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오늘이 내 생애에 가장 젊고 소중한 날이라는 것을. 누군가 나에게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련다. “그립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내 젊은 날은 가혹하리만큼 외롭고 번민이 많았기에. 나는 이대로의 내가 좋다. 이렇게 늙어가는 내가 대견스럽다.


  1.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22858
    Read More
  2.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33723
    Read More
  3.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10011
    Read More
  4.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5/17/2013

    지난 2월 명지대학교 합창단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집 거실에 둘러앉아 공연 후감을 나누며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밖에는 얄궂은 함박눈이 대지를 덮어가고 있었다. 진지하게 혹은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젊은 ...
    Views73266
    Read More
  5. 그때 그 소녀들의 함성 “밀알의 밤”

    밀알의 밤이 열네 번째 기적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스산한 가을기운을 헤치고 찾아온 수많은 동포들의 사랑을 가슴에 머금을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갖가지 과일과 다양한 모양의 곡식이 저마다 풍성한 열매로 한해의 삶을 그려낸다...
    Views62936
    Read More
  6.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7077
    Read More
  7.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6427
    Read More
  8.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미국에 처음 와서 이민선배들(?)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 어떤 말은 “맞아!”하며 맞장구가 쳐지지만 선뜻 이해가 안가는 말 중에 하나는 “누구나 자신이 이민을 온 그 시점에 한국이 멈춰져 있다.”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
    Views75132
    Read More
  9.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8725
    Read More
  10.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21939
    Read More
  11. 그 이름 그 사람  8/4/2011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74943
    Read More
  12.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8047
    Read More
  13.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21997
    Read More
  14.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 4/24/15

    “소녀”(少女). 누구의 가슴에나 표현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이다. ‘여학생, 처녀, 어린 여자아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소녀”란 말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만든다. 우연히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
    Views71179
    Read More
  15.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52697
    Read More
  16.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8451
    Read More
  17.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8051
    Read More
  18. 귀성 이별 10/7/2013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이 지나갔다. 한국에 있었으면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고 끝없는 대화를 나누며 보름달의 장관을 감상했을 것이다. 성큼 커버린 조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고향 곳곳을 거닐며 세월의 흐름 속에 퇴색되...
    Views69419
    Read More
  19.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20310
    Read More
  20.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932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