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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04:34

기다림(忍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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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jpg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아우성을 치며 도와 달라.”고 할 때에도 하나님은 그분의 시간(Καιρός)까지 느긋하시다. 역사학자 베어드의 말이다. “하나님의 역사의 맷돌은 너무나 천천히 돌아, 돌지 않는 것같이 보이지만 아주 보드랍게 갈아낸다.” 기다림이 하나님의 본성이라면 조급증은 마귀의 본성이다.

 

 식물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식물은 밤에, 어둠 속에서 가장 왕성하게 자란다고 한다. 식물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어내는 시간은 낮이다. 햇볕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으로 스스로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저장한다. 그러나 줄기가 자라고, 잎이 넓어지고, 봉오리가 벌어지는 실제적인 세포증식을 위해서는 밤의 정적이 필요한 것이다. 어두운 밤은 식물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성장에 필요한 시간이다. 인생도 어둠 속에서 기다림을 통하여 자라난다.

 

 미국에 와 살면서 감탄하는 것은 질서와 기다림의 미덕이다. 오래전, 산호세에 있는 한인교회 초청으로 부흥회 인도 차 가게 되었다. direct는 아니었고, 중간 기착지인 L.A. 공항에서 갈아타는 코스였다. 그런데 비행기가 시카고 공항에 착륙하는 것이 아닌가? 승무원에게 확인하니 분명히 산호세에 간다.”고 한다. 이륙한 비행기는 다시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불시착을 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승무원이 산호세 가시는 손님은 손을 들란다.” 손을 든 사람은 모두 8명이었다.

 

 승무원은 우리에게 내리라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내리니 다시 산호세 가는 표로 바꾸어 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L.A. 공항 관제탑에 문제가 생겨서 라스베이거스에 내리게 되었고, 산호세 가는 비행기는 오후 7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그때가 오후 4시였다. 라스베이거스 공항은 그 이름답게 공항에도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할 줄도 모르고 할 용기도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피자 한 조각을 사먹고 해당 Gate에 대기하고 있었다. 출발시간 7시가 되어 방송이 또다시 흘러나온다. “사정이 생겨 9시에 출발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은근히 열불이 났다. ‘한번 선다.’는 비행기가 두 번째 서는 것도 속상한데, 2시간이나 출발시간이 늦어진다고?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들은 반응이 없었다. Gate 앞자리에서 담소하는 사람, 담담히 자리를 뜨는 사람. 정말 놀랐다. 한국 같으면 난리가 났을텐데 말이다. 9시가 가까워지자 또 방송이 나온다. “10:15분에나 출발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 항의도 없이 기다렸고, 가까스로 비행기는 출발하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안전벨트를 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하! 이게 미국이구나, 이게 선진국이야!” 기다릴 줄 아는 미덕, 그리고 그 상황을 이해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성숙한 나라와 민족임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산호세에 도착하였고, 두 주간에 부흥회를 은혜 중에 인도할 수 있었다. 아무리 급해도 미국인들은 줄을 선다. 질서를 지킨다. 그것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어낸 밑거름인 것 같다.

 

 화를 낸다고 상황이 진전되지는 않는다. 조급해 한다고 일이 성취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다리지 못해 사고를 친다. 빨리해서 좋은 일이 있다. 그러나 세상사(世上事)는 다 때가 있는 법.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려야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고통과 아픔 속에서의 기다림은 신앙을 성장하게 한다. 인내하며 기다리는 사람에게 기쁨이 찾아온다. 삶의 단열매가 주어진다. 그렇기에 신앙 안에서의 기다림은 그것 자체가 항상 기뻐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기다림은 우리가 갖추어야 할 신앙의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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