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6:46

풍요로운 삶 7/3/2013

조회 수 733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삶은_관계.jpg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있는 질문에 좌중은 조용해 졌다. 그때 나이가 지긋한 한 사람이 아직도 술이 덜 깬 목소리로 “삶은 라면이지 뭐야? 어서 라면이나 먹어.”하며 몸에 지니고 다니던 숟갈로 그 사나이에 머리통을 쳐버렸다. 기에 눌린 사나이는 “아, 삶은 라면이었지.”하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최 목사가 언젠가 나에게 들려준 웃지 못 할 이야기이다.

과연 삶은 무엇인가? 사실 이 “삶”이라는 낱말은 누구에게나 친근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하고 경험하기 가장 어려운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저 밥 먹고 잠자고 일하고 쉬는 것을 삶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남들 다 하듯 초 · 중 · 고교를 나와서 대학 가고 직장 얻은 다음 결혼하는 것을 삶으로 안다. 결혼한 이후엔 또 어떠한가? 죽어라 돈 벌어 아파트 평수 늘려 가는 것을 삶으로 안다. 그런데 말이다. 열심히 노력하며 힘겹게 살아가는데도 정작 삶으로부터 소외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그 이유는 삶을 제대로 만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삶은 라면이다.”라는 말장난이 아니라 진정한 삶을 깨닫지도 경험하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 삶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관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삶을 소유로 볼 뿐 관계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소유란 단지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적인 고착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시절에 경험한 수치심과 두려움을 나이 오십이 넘도록 붙들고 사는 이들이 태반이다. 또 자존심과 분노는 어떠한가? 그걸 놓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가슴속에 꼭꼭 쌓아두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삶은 관계인데 관계를 못하니 삶이 내게서 점차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신이 나질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는게 귀찮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더는 이루고 싶은 일도, 가슴에 품고 있는 꿈도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저 지나가는 관계일 뿐, 그 속에서 사랑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또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나의 두 팔과 두 다리가 움직인다는 것이 엄청난 축복인데 그걸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삶을 제대로 만나 관계할 수 있을까? 첫째 관문은 생각세계에서 사실세계로 깨어나는 것이다. 사실에 눈이 뜨이지 못한 상태에서 생각을 사실인 줄 착각하면, 결국 자기 관념과 신념 체계에 갇히게 된다. 그 일(Fact)을 그 일로 보지 못하고 “화낼 일, 기쁜 일, 싫은 일, 짜증나는 일, 행복한 일”로 단정 짓는 것이다. 지금은 그 일이 불행인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복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건은 사건일 뿐이다. 그 사건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소유는 없다는 것이다. 삶을 돌아보라! 그동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내 손에 머물고 있는가? 삶은 관계이다. 50대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마흔일곱 살까지 만들어놓은 인간관계이다. 우정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행복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랑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가족, 친지, 친구를 포함한 모든 타인들과의 진정 어린 관계가 삶의 내적 풍요로움을 결정짓는다. 인간의 말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사랑의 빈곤이다.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 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던 빅토르 위고의 말은 사실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 인류까지 품을 수 있는 지혜로운 혜안(慧眼)을 갖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다.


  1.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4809
    Read More
  2.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10/15

    가정의 전권을 쥐고 살던 남편들이 힘을 잃어가면서 희한한 유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간 큰 남자 시리즈, 고개 숙인 남자”는 옛이야기이고 급기야 “맞사모”(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가 결성되기에 이르른다. 요사이 드라마를 보...
    Views74647
    Read More
  3. 교복을 벗고 2/2/2014

    한국에 갔을 때에 일이다. 친구가 꽃게탕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굳이 “마장역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활어회는 몰라도 해물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택시에 올랐다. 가다보니 신답십리 쪽이었고 장...
    Views74484
    Read More
  4.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4420
    Read More
  5. 아버지가 이상하다 1/18/2013

    아버지는 가장이다. 가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거의 과묵했다. 지금처럼 살가운 아버지는 없었다. 아니 그때는 “아빠”가 없었다. 그냥 “아버지”였다. 얼굴표정이 항상 근엄하여 변동이 없는 분이 ...
    Views74410
    Read More
  6.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4400
    Read More
  7.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4362
    Read More
  8.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4181
    Read More
  9. 부부 싸움 12/18/2012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부부를 만났다. 대화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두 분은 부부싸움을 안하시지요?” 두 사람이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있나요? 저희도 가끔은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지요.” 그...
    Views74143
    Read More
  10.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8/4/2012

    칼럼 제목만 보고는 그 옛날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듯싶다. ‘비비안리’와 ‘마론 브란도’가 스타덤에 올라섰던 그 영화 말이다. 영화에는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세인물의 인생철학이 뚜렷하게 드...
    Views74022
    Read More
  11. 진중세례식  4/10/2011

    오랜만에 맡아보는 한국의 봄 냄새가 싱그럽다. 봄은 신비롭다. 신기하다. 다 죽은 것 같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니 말이다. 개나리가 노오란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하더니 이내 목련이 매력이 넘치는 하이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Views73857
    Read More
  12. 나는 엄마다 2/25/2012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ldquo...
    Views73795
    Read More
  13. 허풍 8/31/2011

    사역을 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진실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때로는 ‘척’들어도 허풍 같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사람까지 참 다채롭다. 심리학자 ‘칼융’의 학설처럼 겉으로 드러나...
    Views73794
    Read More
  14.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3752
    Read More
  15.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3746
    Read More
  16. 건빵 1/28/2014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
    Views73726
    Read More
  17.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3668
    Read More
  18.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3532
    Read More
  19.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3423
    Read More
  20. 풍요로운 삶 7/3/2013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Views7335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