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11.17 19:21

공항의 두얼굴

조회 수 560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항.jpg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여행을 하던 때라, 공항에 대한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들은 신비에 쌓인 세계 여행에 대한 동경을 달랬던 것 같다. 70년대 후반, 내가 자라난 “홍릉교회” 담임 목사님이 미국에 가시게 되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 환송도 하고, 공항 구경도 할 겸 성도들 틈에 끼어 공항 가는 교회버스에 자리를 잡았다.

 

 어림잡아 50여명은 되는 듯한 성도들이 둘러서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다보니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저만치서도 누군가를 가운데 세워놓고 예배를 드리는 광경이 눈에 들어 왔다. 짧게나 할 것이지, 30분 이상을 그렇게 예배를 드렸다. 예배가 끝난 후 목사님은 둘러선 성도들과 악수례를 하고 검색대를 통과 해 들어 가셨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날 일이지만 그때는 누가 외국에 간다하면 다들 공항에 나가 거창한(?) 환송 예식을 거행했다. 버스 대합실, 혹은 기차역에서 오고가는 것과는 색다른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공항은 하늘을 날아 멀리 오고가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장인, 장모님이 미국에 처음 오시던 생각이 떠오른다. 오시기 전날, 아내는 내 귀에 속삭였다. “내일 우리 엄마 온다!” 그날 밤 아내는 잠을 못 이루고 뒤척거렸다. 드디어 당일, 우리는 서둘러 뉴욕 J.F.K.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당도 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한 것 보다는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두 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셨다. 얼마나 반갑던지. 미국식으로 ‘허그’를 하고 준비해간 꽃다발을 안겨 드렸다.

 

 그렇게 두 분은 필라에 오셨고, 한 달을 머무셨다. 모처럼 미국에 오신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랭커스터로, 워싱톤으로, 마지막에는 뉴욕까지 관광을 시켜드리느라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두 분의 신기 해 하는 모습에 피곤한 줄 모르고 귀한 시간을 함께했다. 몇 개월 머무시기를 원했지만 한국에 경영하시는 농장일 때문에 두 분은 한 달이 채 못 되어 한국으로 가시게 되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 이제는 두 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 차안에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짐을 부치고, 두 분이 검색대를 향해 들어가신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위인 내가 인사를 하고, 아내가 장모를 안고 인사를 한다. “엄마! 잘 가요!” 이내 아내의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따라간 막내딸도 두 눈이 붉어져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다. 저만치 두 분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두 손을 흔들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을 빠져 나와 주차장을 향해 가며 뭔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이 끊이질 않았다. 주차장에 다가갔을 때 옆 차에 타려는 동양인 자매도 울고 있었다. 아마 그녀도 정든 누군가를 떠나보냈으리라!

 

 차가 출발하고 세 사람은 창밖을 응시한 채 흐느끼고 있었다.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이리도 서러운 것일까? 저만치 떠오르는 비행기를 보며 생각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 드리지만 언젠가는 천국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오고야 말겠지?” 지난 주간, 집회 인도 차 서부를 다녀왔다. 두 주간 동안 함께 다니며 말씀을 증거하고 담임 목사와 정을 쌓았다. 간간히 명소도 방문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헤어지는 순간. 공항에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은 이별의 아쉬움을 아는 듯 옷깃을 파고들었다. 아쉬움에 마주 잡은 손을 쉽게 놓지 못한다. 만남과 헤어짐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곳이 공항인 것 같다.

 

 손님을 맞이할 때는 한없이 반갑고 행복하지만 떠나가는 사람을 배웅하는 일은 너무도 아프다. 그래서 인생은 서러운가 보다. 오늘도 공항에는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이 교차하며 분주하게 비행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와주어 반갑고, 가주어 더 반갑다.”는 미묘한 전설이 교차하는 곳도 공항이다. 오늘도 공항에서는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환호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범벅이 되어 인생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1.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7024
    Read More
  2. 비바람 너머 별들은 빛나고 있으니

    부르기만 해도 설레이는 단어가 “결혼”이다. 사랑해서 만나고 영원히 헤어지기 싫어 결혼을 한다. 신혼에 행복하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환상을 꿈꾸며 가정을 꾸미지만 신혼의 단꿈이 사라지고 결혼이 차디찬 현실로 다가 올 때에 부부는 ...
    Views57009
    Read More
  3.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57000
    Read More
  4.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56900
    Read More
  5.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소리

    새날이 밝았다. 창가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싱그럽다. 단잠으로 쉼을 누리고 맞이하는 새아침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가정들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등교해야 할 아이를 잠자리에서 깨...
    Views56716
    Read More
  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6260
    Read More
  7.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6093
    Read More
  8. 마음의 빗장을 열고

    한국 사람의 언어 중에 독특한 단어가 “우리”이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동네’로부터 심지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고 한다. 외국사람들이 처음 들으면 기절초풍을 한다. ‘아니 아내(남편)가 저리도 ...
    Views55937
    Read More
  9. 두려움을 넘어가는 신비

    사람이 살면서 평생 풀어야 할 문제가 두려움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목을 놓아(?) 운다. 어렵게 태어났는데 나오자마자 웃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울면서 인생을 시작한다. 왜 그럴까?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인생은 한날도 편안히 ...
    Views55922
    Read More
  10.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목사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하는 어느 목사님이 선교지 방문차 태국에 가게 되었다. 현지에서 선교사님을 따라 시내 관광을 하는 중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보니 코끼리가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코...
    Views55889
    Read More
  11.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55652
    Read More
  12. 신부 입장!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
    Views55545
    Read More
  13. 아내 말을 들으면…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
    Views55493
    Read More
  14.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다면

    바람이 분다. 얼굴에 머물 것 같던 바람은 이내 머리칼을 흔들고 가슴에 파고든다. 나는 계절을 후각으로 느낀다. 봄은 뒷곁에 쌓아놓은 솔가지를 말리며 흘러들었다. 향긋하게 파고드는 솔 향이 짙어지면 기분 좋은 현기증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게 했다. ...
    Views55295
    Read More
  15. 신실한 봉사자를 기다립니다!

    한국의 입시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유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에 한국의 고교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다. 따라서 인격이나 인간관계, 감성은 뒷전이다. 오로지 ‘성적지상주의’가 한국교육의 현주소이다. 그...
    Views55169
    Read More
  16. 만남이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있다면 “만남”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잘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관계를 잘한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도, 지식과 교양이 높아도 관계를 ...
    Views55092
    Read More
  17.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4530
    Read More
  18. 미라클 벨리에

    이 영화의 스크린이 열리면 주인공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 扮)가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을 달린다. 분홍색 헤드폰이 인상적이다. 16세 소녀의 모습이 마냥 싱그럽다. 젊음의 강점은 바로 “건강함과 아름다움”이...
    Views54522
    Read More
  19.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4426
    Read More
  20.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408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