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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음.png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어느 목사님이 과로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모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이었다. 교인들은 말한다. “사모님, 목사님은 더 좋은 곳에 가셨어요.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안 됩니다. 교인들 앞에서 절대 눈물을 보이셔도 안 됩니다.” 사모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초연해지려 온힘을 다했다. 사모는 결국 일 년이 못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원인은 화병이었다.

 

 고난을 당했을 때에 아파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거나 나무토막일 것이다. 슬픈 일을 당하면 울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다. 그래야 새 길이 열린다. 눈물은 사실 가슴에 응어리를 녹여내어 흐르는 물이다. 겨울에 나풀나풀내리는 눈은 보드랍기 그지없다. 하지만 눈이 쌓이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단단한 얼음덩어리가 되고 만다. 그 단단한 눈덩이는 따스한 햇살만이 녹여낼 수 있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눈물(Snow Water)이 흘러야 사라진다.

 

 세상사도 마찬가지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일상이 겹치면 단단한 응어리로 자리를 잡는다. 그 응어리가 육체를 파고들면 암이 된다. 나중에는 정신과 영까지 파고 들어간다. 슬픔을 당하면 눈물이 반응을 보인다. 그냥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아니라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흐느낌이 그 응어리를 녹여낸다. 따라서 울고 싶을 때는 원 없이 울어야 한다. 옛 어른들은 남자는 쉽게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고 세뇌했다. 그래서 확실히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다. 여자들은 잘 웃는다. 반면 잘 운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도 눈시울을 붉히며 가슴의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그녀들은 오늘도 건강하다.

 

 옛날 시골에서 장례가 나면 보통 5일장을 지냈다. 일가친척은 물론이요. 온 동네가 나서 장례를 도왔다. 상제들이 가장 힘든 것은 곡하는 일이었다. 보통 유교에서는 모친상을 당하면 아이고!”라고, 부친상일 때는 애이고!”를 되뇌이며 울어야 한다. 조객이 오면 거친 베옷을 걸치고 상제들은 청승스럽게 곡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친척 어른이 , . 이제 그만 진정들 해라!”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곡을 그치고 휴식을 취했다.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다. 수많은 조문객들이 망자(亡者)를 위해 우는 듯 하지만 사실은 다 자기 설움에 울었다.

 

 드디어 장례식 날에 상여가 나간다. 그런데 그 길이 여의치가 않다. 몇 걸음 가다말고 상여꾼들이 심술을 부리며 행렬을 지연시킨다. 그럴때면 자손들이 상여 줄에 돈을 엮어야 한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며 장지에 도착하고 하관을 하면 장례는 매듭지어진다. 장례를 치른 다음날 아침. 온 동네에 깊은 적막이 흐른다. 우물가에 아녀자들이나 논밭으로 향하는 남정네들은 마주치면 목례만 할 뿐 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온 동네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대청소를 한 듯이 새바람이 분다. 전문용어로 집단 치유가 일어난 것이다.

 

 나는 참 울 일이 많은 생을 타고났다. 걷다보면 다리가 아파 울었고, 아이들이 놀려대면 원통해서 울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약하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며 강하게 살려는 결심을 했다. 처음 영성훈련을 받으러 들어가서 장애로 인한 아픈 삶을 얘기하고 있는데 강사가 물어왔다. “지금 굉장히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웃고 계시네요. 감정이 이완된 상태입니다.” 충격을 받았다. 울지 않으려고 하다가 눈물이 말라버리고 소중한 것을 상실한 상태가 된 것이다. 많은 시간동안 무진 애를 쓴 끝에 눈물이 돌아오는 은총을 입었다.

 

 울어야 한다. 운다는 건 나약함이 결코 아니다. 그건 바로 나의 진솔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행위이며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진솔한 언어일 뿐이다. 울고 나면 내 안에 있는 진실함이 묻어 나온다. 울지 않음으로 억압해둔 내 존재의 본질과 잠재능력들이 맘껏 솟구쳐 나오기 시작한다.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그 극단엔 바로 울음이 있다. 울고 싶다면 실컷 목 놓아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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