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12.22 22:21

깡통차기

조회 수 555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시골길.jpg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못차서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던지? 아니면 지나가는 버스나 트럭이 납작하게 뭉개놓기까지는 차고 또 차댔다.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도 비틀거리며 깡통을 차대던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로지 깡통에 몰두하며 차다보면 걷는 지루함도 잊을 수 있었고 은근히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지는 듯하였다. 열심히 차대는 과정 속에서 결코 깡통은 깡통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간혹 깡통을 찬다는 것이 돌부리를 걷어차서 한참이나 발을 붙들고 신음소리를 내야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그만한 놀이가 없었다. 깡통은 나름대로 씀씀이가 다양했다. 냇가에서 고기를 잡아 담아오기도 하고 보름날 깡통에 송송구멍을 뚫어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여 돌리면 천하를 다 가진듯한 쾌감이 있었다. 저만치 돌려대는 승수의 불 깡통과 내 것이 조화를 이루며 추운 겨울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불놀이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동리 어른들이 쌓아놓은 거대한 집단에 불이 붙으며 장관은 연출되었다.

 

 

 나는 약간 외골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먼 거리를 초지일관 깡통을 차댄 것을 보면 무언가에 꽂히면 무섭게 직진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하면 끝까지 하고 안하려면 처음부터 시작을 말고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은 느슨해 지는듯하지만 아직도 그 근성은 남아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다 나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시작은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 헐렁해지고 책임감 없이 유야무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깡통을 차다가 금방 그만두는 타입이랄까? 처음과 끝이 일관된 사람을 찾는 일은 힘든 것 같다.

 

 

 이민사회를 들여다보면 모임이 참 많다. 학교 동문 모임, 그 유명한 해병대로부터 3군 모임, 향우회 모임, 같은 업종 모임 등. 외로운 타국에서 친목하며 교제하는 그룹들이 많다. 나도 그 모임 가운데 고문이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술을 돌리고 사담을 하다 헤어지는 모임은 나중에 시들해지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고문을 맡고 있는 모임은 비록 소수가 모이지만 예배를 드리고, 현안을 의논하고 회비를 모아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바람직한 일들을 추구하며 30년의 세월을 끈끈하게 이어오고 있다.

 

 

 시작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일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을 바람직하게 잡고 회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때에 그 모임은 역동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모임을 결성하고도 적극성을 띠지 못하는 회원들로 인해 얼마 못가서 사라져간 모임이 이민사회에 수두룩하다. 안타깝다. 결국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람인데 말이다.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책임감과도 직결된다.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오늘날의 병폐이다.

 

 

 일단 눈에 들어온 깡통을 놓치지 않고 차고 또 차서 마지막 집 앞 쓰레기통에 집어넣듯이 일단 시작을 하고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진행하는 끈기가 아쉬운 세상이 되었다. 나도 이래저래 몸담은 모임이 많다. 모임을 이어가다보면 돌발행동을 하는 팀원에게 저으기 실망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 휘둘리다보면 모임은 이어질 수가 없다. 항상 다른 것을 인정하고 묵묵히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깡통얘기를 하다가 엉뚱한 곳으로 글이 흐르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의 한 가지 행동이 전인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되는 듯하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한번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도 말이다. 이왕 차기 시작한 깡통을 집까지 몰고 가는 일념으로 오늘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작은 성의가 필요하다.

  인생은 직진 아닐까?

 


  1. 깨어나십시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깨어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지 않은 인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을 가는 사람과 같다. 그러니까 평생을 헤매 일 수밖에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눈이 떠진다. 인생이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Views61951
    Read More
  2.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55595
    Read More
  3. 깍두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중에 하나가 “깍두기”이다. 무우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적당히 양념을 버무려놓으면 감칠맛 나는 “깍두기”가 탄생한다. “깍두기”하면 설렁탕이 생각나는 것은 둘이 너무나 궁합이 잘 맞기 때문...
    Views87878
    Read More
  4. 까까 사먹어라!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나는 포천 고향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너무도 쉽게 가는 길이지만 그때만 해도 비포장 자갈길을 ‘덜컹’거리며 버스로 2시간은 족히 달려야했다. 때문에 승객들은 거의 차멀미에 시달렸다. 버스에는 항상 차멀미하는 사람...
    Views69074
    Read More
  5. 깊은 물 7/29/2013

    무더운 여름, 집 앞 시냇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해 살던 때가 있었다. 아이들을 따라 다리 밑으로 향하고 물에 뛰어들며 수영을 배웠다. 물먹기를 반복하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수영실력은 늘어갔다. 수영을 익히면서 물과 친근해 졌다. 물에 몸을 맡...
    Views77686
    Read More
  6.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6860
    Read More
  7. No Image

    기회를 잡는 감각

    인생은 어쩌면 기회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신은 평생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허락한다고 한다. 가만히 내 인생을 돌아보라! 기회가 많았다. 기회를 기회로 잡지 못하면 흘러간 시간이 되고 만다. 매사에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희한한 사...
    Views49037
    Read More
  8.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8076
    Read More
  9. 기적은 있다 12/15/2011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별 일들을 다 만나게 된다. 나에게는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에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좋은 일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는 극한 고난을 만날 때에 사람은 당황한다. &ldquo...
    Views70002
    Read More
  10. 기분 좋은 상상 12/9/2013

    평생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장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꿈이요, 기적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장애인들은 평생 꿈으로 바라보며 산다. 삼중고(시각, 청각, 언어장애)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았던 헬렌켈러의 ...
    Views66815
    Read More
  11. 기분 좋은 긴장감 8/31/2013

    사람들은 모두 삶의 긴장감에 대해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호락호락’하던가? 평안이 계속 될 것만 같던 삶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긴장감 속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
    Views74903
    Read More
  12.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63099
    Read More
  13.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9284
    Read More
  14.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9623
    Read More
  15.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4832
    Read More
  16.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12217
    Read More
  17. 그렇고 그런 얘기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딸이 소리친다. “아빠, 송중기, 송혜교가 결혼한대요. 그것도 10월이라네.” “그래? 와!” 온 가족이 갑자기 두 사람 결혼소식에 수선을 떤다. 아니, 두 사람과 인연은커녕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말이...
    Views59491
    Read More
  18. 그렇게 놀았기에 3/13/15

    인생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갓 태어난 아가들도 어느새 편안하고 즐거운 것을 알아차리며 성장한다. 사람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먼저는 “배우는 즐거움”이다. 지식이든 기술이든 악기든지 처음 그것을 배...
    Views69849
    Read More
  19.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11659
    Read More
  20.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2194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